무비스트=박꽃 기자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월 16일 씨네21과 한국여성민우회가 공동 주최한 동명의 긴급 포럼의 뒤를 잇는 내용이다. 당시 포럼에서는 남배우 A가 영화 촬영 과정에서 사전 협의한 내용과 달리 여배우B를 성추행한 사건을 소개했다. 여배우 B를 폭행하고, 그녀의 속옷을 훼손해 가슴을 만졌으며,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은 등의 내용이다.
1심 재판부는 해당 행위를 ‘배역에 몰입해 연기’한 것으로 판단, ‘배우의 연기라는 특수한 업무상 행위는 성추행이 아니다’는 요지로 남배우 A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여성민우회 정하경주 소장은 “남배우 A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는커녕 피해자인 여배우 B에 대해 무고, 명예훼손 등으로 역고소를 했다.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단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영화계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하는 것이다. 2심 재판부가 이 사건을 연기가 아닌 폭력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의견서, 탄원서 등을 제출하겠다”며 사건 경과와 향후 계획을 전했다.
여성문화예술인연합의 대표로 자리한 신희주 영화감독은 “가해자에게 묻고 싶다. 남성 배우를 상대로도 사전에 말도 없이 폭력을 휘두른 적이 있는가? 살인 씬을 찍을 때도 사람을 정말로 찔렀나? 부끄러운 줄 알라”고 말하며 가해자를 질책했다. 또 “피해자를 구제하고 비슷한 사건을 예방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정책 제안서를 작성 중”이라고 말했다.
백재호 영화감독은 “배우가 아무리 연기에 몰입을 해도 허용될 수 있는 범위가 있다. 연기는 실제로 그 행위를 하는 게 아니라, 그 행위를 하는 척해서 관객을 믿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김꽃비는 “영화계 내 성 평등 문화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남성 영화인도 방관하거나 침묵하는 것을 멈추고, 반성과 연대해 달라”고 덧붙였다.
남배우 A의 항소심 첫 재판은 3월 29일 진행될 예정이다.
● 한마디
1심 재판부는 “지난 70년간 연기가 추행으로 이야기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말도 했다지요. 그건 판결문을 뒷받침할 근거가 아니라, 성폭력까지 관행으로 묵인해온 70년 영화계 역사의 현실입니다.
2017년 3월 9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pgot@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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