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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영화 '사자성어' 이색 오프라인 시사회 열려
이태원의 게이바에서 많은 참가자들의 호응 속에 성대하게 열려 | 2002년 1월 21일 월요일 | 컨텐츠 기획팀 이메일

이지상 감독
지난 1월 18일 오후 6시 이태원의 게이바 바나나 2에서는 네 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옴니버스 형식의 인터넷 영화 사자성어의 오프라인 시사회가 열렸다. 이번 시사회는 극장이 아닌 게이바에서 개최되었으며 참가자에게는 음료가 제공되었고 시사회 후엔 댄스파티까지 벌어진 독특한 행사였다. 독립영화계에서 단편 작업을 해온 김정구, 이송희일, 유상곤, 이지상 네 명의 감독이 참여한, 성을 소재로 한 인터넷 영화 사자성어의 유일한 오프라인 시사회였던 이번 행사는 많은 사람들의 참석으로 성황리에 이뤄졌으며 제작사인 외눈거인의 김영식 대표의 간단한 인사말이 있은 뒤 영화를 만든 네 명의 감독들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영화 한편이 끝날 때마다 관람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으며 여덟 시에 영화가 끝난 이후에는 드랙쇼와 댄스파티가 진행되었다.

부제가 '실레의 여인들'인 [바디]는 몸을 파는 한 중년여성과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는 장애인 소녀가 목욕탕에서 만나 서로의 몸을 밀어주며 정신적인 교감을 나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를 만든 유상곤 감독은 인터뷰에서 서로의 몸을 씻어주는 행위는 일종의 씻김 같은 의미를 담고 있으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장편을 준비하고 있지만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니고, 다양성은 생명 같은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작업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 동안 감독한 작품 가운데 성적인 소재를 다룬 것이 없었는데 어떻게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는 성적인 모티브는 작품 안에서 계속 사용되었으며 반드시 해야될 작업이라고 생각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송희일 감독
김정구 감독
김정구 감독의 [하지]는 무더운 하짓날 맞선을 보러 만난 남녀의 어색한 하루와 1년 후의 재회를 담고 있다. 독립영화계의 스타로 불리고 있는 김정구 감독은 자신을 일반 관객들에게 소개시켜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단편영화 감독이라고 짤막하게 얘기했으며, 노골적인 정사 장면을 전혀 야하지 않게 만든 영화 [하지]에 대해서는 악수나 인사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적인 성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직 폭력배를 소재로 삼은 장편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김정구 감독은 그 점에 대해서 그 영화는 2년 전부터 준비했던 것인데 사정이 생겨서 계속 미뤄졌을 뿐이며 조폭 영화를 보긴 했지만 별로 좋지는 않았다고.

3천만원의 예산이 든 저예산 독립 장편영화 [둘 하나 섹스]를 만든 이지상 감독은 [둘 하나 섹스]를 언제쯤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프로듀서가 준비하고 있다며 짤막하게 말했다. 토속 에로물을 연상시키는 영화 [원적외선]은 성을 놀이로, 철저한 유희로 다루고 있으며 노골적인 장면들이 그만큼 많이 들어갔다. [변강쇠]나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같은 토속 에로물을 참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 영화들을 보지 못했다며, 토속 에로물 보다 키치적인 요소를 많이 집어넣었다고. 그는 기자에게 영화가 재미있었냐고 질문했으며 재미있었다는 말에 그랬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업에서 편집할 때 삭제된 장면이 있었다며 극장에서 개봉할 땐 그 장면들을 살리고 싶다고.

유상곤 감독
[슈가힐], [굿 로맨스] 등으로 국내외 단편영화제에서 많은 수상경력을 갖고 있는 이송희일 감독은 이번 영화가 자신의 작품 가운데 최악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쉽고 불편한 감정을 토로했다. 트랜스젠더, 게이, 호모 등 성적 소수자들이 인터넷 사이트 '안티 마초닷컴'을 개설한 다음 여자에게 성적인 폭력을 휘둘렀던 마초들을 응징한다는 내용을 담은 [마초 사냥꾼들]에서 감독은 성적 소수자들 내부의 갈등을 주로 보여주고 싶었지만 의도가 충분히 살아나지 않았다고. 섹슈얼리티에 관한 이야기는 잠정적으로 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힌 그는 준비하고 있는 장편 [이발사의 곤돌라]가 성적 소수자들 사이에서도 주류가 아닌,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커밍아웃으로 비롯된 문중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충돌하지 않을 만큼의 암묵적인 휴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사자성어 프로젝트는 독립영화계의 감독들이 만들었지만 독립영화는 아니다. 기존 독립영화의 틀에서 벗어나 상업영화의 자본과 배급의 힘을 얻은, 기획된 프로젝트인 사자성어가 어떻게 양측의 힘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관객들을 만난 뒤 극장으로 옮겨간다는 점, 심의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온라인 공간에서 인간의 최대 화두인 성에 대하여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감독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도 사자성어에 더 많은 관심을 쏟게 하고 있다. 사자성어는 오는 28일 코리아 닷컴, 라이코스 등의 인터넷 온라인 극장에서 상영된 뒤 2월말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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