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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나카타 히데오 내한②] “로망포르노는 일본 영화 다양화에 기여할 것”
2017년 6월 5일 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레즈비언 커플을 소재로 한 로망포르노 <화이트릴리>를 연출한 나카타 히데오 감독이 지난 5월 31일 내한했다.
아래는 기자회견 전문.

Q. 개봉을 앞둔 <화이트릴리>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A. 도예 교실을 운영하는 스승과 5년가량 동거하고 있는 제자의 레즈비언 관계를 다룬 이야기다. 그들 사이에 새로운 남성이 등장해 삼각관계로 변모한다.

Q. <화이트릴리>라는 제목을 지은 이유는.

A. 일본에서는 레즈비언이 스스로를 백합이라고 칭한다. 그렇다고 한자 그대로 ‘백합’이라는 제목을 지어버리면 너무 직접적인 느낌이라, 영어를 사용해 우회적인 제목을 지었다. 극 중 제자가 스승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백합의 꽃말인 순결과도 어울린다고 본다. 사실 제목을 지을 당시에는 이런 것까지 고려하지는 않았지만.(웃음)
 출처: <화이트릴리> 스틸컷
출처: <화이트릴리> 스틸컷
Q. <링> 등 공포영화를 연출해온 노하우가 반영된 지점도 있나.

A. 공포영화의 연출 노하우랄 것은 딱히 없지만, 공포영화와 로망포르노의 공통점은 많다. 공포물은 인간의 불안감을 자극해 놀라게 만드는 장르고, 로망포르노는 인간의 성적 충동을 자극하는 장르다.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본능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아주 비슷하다. 두 장르 모두 실제로 벌어지는 사건을 촬영하는 게 아니라, 관객이 그런 상황을 상상하며 즐길 수 있도록 잘 짜인 이야기에 영화적 연출을 얹어야 한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Q. 대표작인 <링> <검은 물 밑에서>에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이번에도 그렇다.

A. 기본적으로 여성이 주인공인 소재의 영화를 좋아한다. 과거 로망포르노가 흥행하던 시절에도 여성 주인공인 작품이 많았지만, 아쉽게도 내가 닛카쓰 스튜디오에서 조감독으로 일할 때는 그런 작품에 참여한 적이 없다. 로망포르노는 러브신, 노출신이 중요한 장르인 만큼 여성 간의 관계를 아름답게 표현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특히 배우의 피부를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새하얀 시트 위에 밝은 조명을 비추는 데 중점을 뒀다. 탐미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

Q. 한국에서는 페미니즘이 상당히 유행하고 있다. <화이트릴리> 역시 페미니즘 관점을 투사한 작품으로 해석해도 되는지.

A. 로망포르노는 기본적으로 남성 관객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 대부분이 여자다. 특히 사회적 지위가 낮은 여성들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있다. 모든 작품이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3~40년이 지난 지금 봤을 때도 젊은 여성들이 동경할 수 있을 만큼 멋진 여성상을 그린 작품이 많다. 오히려 일본의 블록버스터 상업영화를 보면 남성 주인공만 선호하고, 여성은 부수적인 위치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관객 동원에만 열을 올리는 점이 안타깝다.

Q. 로망포르노가 여성 관객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할 수 있다고 보는지.

A. 일본에서 ‘로포리 프로젝트’ 영화를 먼저 상영했을 당시, 관객의 1/3이 여성이었다. 과거와 달리 여성의 힘은 점점 세지고 남성은 여러모로 작아지고 있지 않은가. 특히 여성 관객은 러브신 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를 봐준다는 느낌이다.

Q. 주연배우 섭외 과정은.

A. ‘하루카’ 역을 맡은 아스카 린 배우는 전신 노출을 조건으로 한 오디션에서 뽑았다. 집념에 가까운 연기 욕심을 보여줘 발탁했다. 스승 도예가 역의 야마구치 카오리는 모델 출신으로 연기 경력 20년이 넘은 배우로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아스카 린
아스카 린
 야마구치 카오리
야마구치 카오리

Q.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만큼 제작 현장에서 느낀 차이점도 있을 텐데.

A. 제작 시간이 촉박하고 촬영 환경이 척박한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때는 조감독이었고 이번에는 감독이라는 것이다.(웃음) 본질은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1972년부터 10편에서 15편가량 로망 포르노에 출연한 배우와, 1980년대 작품에 출연한 또 다른 배우가 <화이트릴리> 시사회를 찾아줬는데 자신들이 연기를 할 당시 현장에서 느낀 분위기가 비슷하게 녹아있다고 하더라. 그 시절의 그리움이 느껴진다며 칭찬받았던 기억이 난다.

Q. 기술적 차이는 분명할 듯하다.

A. 과거에는 필름카메라로 촬영하고 요즘은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는 게 가장 큰 차이다.(웃음) 그때는 음향 녹음이 동시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촬영 당시에 소리를 크게 내도 상관이 없었다. “이쯤에서 자세를 바꾸자!” “여기서는 카메라를 멈춰야지!” 하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음향까지 같이 녹음되는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기 때문에(웃음) <화이트릴리>도 상당히 조용한 분위기에서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Q. 오랜만에 로망포르노를 연출했다. 그 과정에서 아쉬운 점도 있었을 텐데.

A. 일본에서 상영할 당시 ‘쇼와시대 포르노 같다’는 비판도 있었다. (번역자 주: 현재 일본은 헤이세이 시대) 여성간의 오랄섹스를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주인공이 화분을 혀로 핥는 장면을 삽입했는데 그게 촌스럽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로망포르노 자체가 쇼와시대때 시작된 것이므로 그런 분위기 자체를 어찌할 수는 없는 것 같다.

Q. 한국 관객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 달라.

요즘 일본 영화는 몇백만 엔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면, 매니아만 찾을 정도의 극단적인 영화만 살아남는다. 일본 영화의 다양성이 상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45년 전 시작돼 21년 전 끝난 로망포르노를 리부트하자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화이트릴리>를 비롯한 다섯 편의 리부트 작품이 일본 영상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해 나가는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

관련기사: [<링> 나카타 히데오 내한①] 레즈비언 로망포르노 <화이트릴리> 선보인다
http://www.movist.com/movist3d/read.asp?type=13&id=25722


2017년 6월 5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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