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김수진 기자]
올해의 개막작과 폐막작에는 DVD방 주인과 아르바이트 생의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 신하균, 도경수 주연 <7호실>과 10여 년간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어온 소라치 히데아키의 개그 만화 실사판인 오구리 슌 주연 <은혼>이 각각 선정됐다. 이외에 총 58개국 289편(장편 180편, 단편 109편 / 한국 109편, 해외 180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특별전이다.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배우 전도연의 ‘전도연에 접속하다’, 한국독립영화의 선봉장이었던 故홍기선 감독의 ‘현실을 넘어선 영화: 홍기선’, 신랄한 장르영화를 통해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스페인 감독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살펴보는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판타스틱 영화의 거장’, 공포영화 속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여성에 대한 고찰을 통해 페미니즘의 문화적 담론을 풍성하게 할 ‘무서운 여자들: 괴물 혹은 악녀’를 선보인다.
지난 해에 이어 산업프로그램(BIFAN, 약칭 B.I.G)도 진행된다. 잇 프로젝트와 환상영화학교를 아우르는 NAFF는 아시아 장르영화의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는 역할을 하며, 코리아 나우, 메이드 인 아시아, 뉴미디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예정이다. 특히 코리아 나우는 새 정부 출범으로 한국영화산업의 변화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 아시아 영화인들의 생산적인 교류를 통해 대안적인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아시아공동제작 활성화 포럼 등도 준비됐다.
최용배 집행위원장은 “올해도 지난 해의 기조를 이어가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영화로 기억되는 영화제가 되길 바란다. 상영작의 수준에 따라 영화제의 위상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며 “올해는 특히 한국영화 초청 편수를 대폭 늘렸다. 현 시대를 반영하면서 도전적인 한국영화 위주로 선정했다”는 소개의 말을 전했다.
이어 “현역 영화인의 특별전도 처음으로 준비됐는데 올해는 전도연 특별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고 홍기선 감독의 추모전을 준비했다. 대한민국 군 시스템의 민낯을 드러내는 감독의 미완의 유작 <일급비밀> 완성판을 최초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무서운 여자들: 괴물 혹은 악녀’ 특별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요청에 대해 “문화계 전반뿐만 아니라 사회 여러 부분에 여성혐오 인식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문화이론가를 초청, 메가토크를 개최하고 페미니즘 시각에서 장르영화를 바라보는 뜻 깊은 시간을 가져 사회인식 변화에 일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모은영 프로그래머는 전도연 특별전이 갖는 의미에 대해 “한국에서 여성 배우가 20여년간 영화 속 주인공을 맡아온 건 흔한 일이 아니다. 한국영화계의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겨온 전도연이라는 배우를 되돌아보자는 의도에서 기획했다”고 전했다.
한편 넷플릭스와 3대 멀티플렉스 간 갈등의 원인이었던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올해 상영작에 포함돼 관련된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 모은영 프로그래머는 “<옥자>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관객과는 별개라고 생각해서 선정하게 됐다. 사실상 <옥자>는 관객과 영화가 만나는 방식에 있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게 하는 상징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옥자>를 스크린을 통해 조금이라도 많은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선정했다”고 답했다.
해당 질문에 대해 문석 프로그래머는 “<옥자>를 선정할 때만 해도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다. <옥자>뿐만 아니라 넷플릭스가 세계 영화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서 본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만 모은 특별전을 추진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장기간 접촉을 했지만 넷플릭스는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이기 때문에 스크린 상영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옥자>만 상영하게 됐는데 넷플릭스나 아마존과 같은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한 미디어콘텐츠)에 관심이 많으며 앞으로도 이에 대한 담론을 활발하게 펼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초청 게스트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는데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참석한다. 특히 스페셜 VIP와 심사위원에 해외 게스트 비중을 높였고 ‘부천 초이스 경쟁작’과 개막작, 폐막작 배우 및 감독도 거의 참석”이라고 전했다. 이어 “전도연은 특별전에 마련된 메가토크에 참여한다”고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제 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부천시청 어울마당, 판타스틱큐브, 잔디광장, 송내어울마당 솔안아트홀, 오정아트홀, 소사어울마당 소향관, CGV부천, CGV부천역 등에서 오는 7월 13일부터 23일까지 11일간 진행된다.
● 한마디
한층 풍성해진 BIFAN! 많이들 가보시길.
2017년 6월 16일 금요일 | 글_김수진 기자(sooj610@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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