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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와 국정원에 시달린 독립영화 감독 8인의 고발
2018년 2월 7일 수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문제영화’로 분류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제작, 개봉지원사업에서 배제된 사실이 확인된 독립영화 감독 8인이 7일(수) 오후 광화문 KT빌딩에서 진행된 ‘독립영화인 긴급기자회견’에 참석해 영진위와 국정원으로부터 경험한 부당한 차별에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일란, 김정근, 김철민, 문정현, 서동일, 이영, 홍형숙 감독이 참석한 이 날 기자회견에서는 영진위의 제작, 개봉지원사업 선정을 위해 거쳐야 했던 면접 당시 심사위원에게 “세월호 영화인가요?”라는 질문을 수차례 받았다는 고발도 등장했다. 국정원이 독립영화 감독에게 직접 압력을 가한 사실도 공개됐다.

<이산자>(2017)를 연출한 문정현 감독은 “2015년 상반기에 영진위 독립영화 제작지원 면접 당시 심사위원이 가장 처음 한 질문은 ‘할매꽃2’(<이산자>의 초기 제목)가 세월호에 관한 영화냐는 것이었다. 주인공인 재일조선인이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에 참석하는 신이 첫 장면이기 때문이다. 나의 삼촌이자 가족인 재일조선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라고 말했는데도 끝까지 세월호에 대한 영화가 아니냐고 확인하더라”고 밝혔다.

<이산자>는 다양한 사연을 품고 살아가는 재일조선인 2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2015년 상반기, 하반기, 2016년 상반기, 하반기 총 네 차례 영진위 독립영화 제작지원에서 모두 탈락했다.

문 감독은 “여러 번 심사에서 떨어지고 나니 위축이 됐다. 그 장면을 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 생전 해보지 않은 자기검열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림자들의 섬>(2014)을 연출한 김정근 감독도 자기검열 경험을 털어놨다. “<그림자들의 섬>이 해고 노동자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자꾸 지원 사업에서 탈락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 내용을 순화하고 바꿔서 다시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림자들의 섬>은 한진중공업 파업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2014년 하반기, 2015년 상반기, 하반기, 2016년 상반기, 하반기 총 다섯 차례 영진위 다양성영화 개봉지원에서 모두 탈락해야 했다.

영화 제작 당시 국정원의 직접적인 압박을 받았다는 증언도 공개됐다.

<경계도시>(2002)를 연출한 홍형숙 감독은 “영화 촬영 당시 프로듀서이던 강석필 감독에게 국정원으로부터 직접 연락이 왔다. 국정원 직원을 만나 들었던 이야기를 <경계도시>에 집어넣었더니 국정원으로부터 다시 유감을 표현하는 전화가 오더라”며 국정원의 직접적인 압박을 증언했다.

<경계도시>는 한국 정부로부터 간첩 혐의를 받은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 이후 홍형숙 감독은 < Two weeks >(2014)로, 강석필 감독은 <소년, 달리다>(2015)로 영진위 지원 사업에서 나란히 탈락했다.
 출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출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불안한 외출>(2014)을 연출한 김철민 감독 역시 “국정원이 세월호, 국가보안법, 위안부 등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건을 자기들 마음대로 키워드로 정하면 영진위는 지원 사업 심사에서 해당 영화에 최하점을 줬다. 박근혜 정부의 참담한 적폐 행위로 독립영화 감독은 공정한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분노를 토해냈다.

최승호 감독의 <자백>(2016)과 함께 국정원으로부터 사업 지원 배제 작품으로 특정된 <불온한 당신>의 이영 감독은 “독립영화를 지원해야 할 영진위가 국정원의 개입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그럼에도 단 한 번도 양심고백이나 내부 폭로가 없었다는 사실에 분노를 넘어 참담하다”고 밝혔다.

김철민 감독의 <불안한 외출>은 한 가족의 삶을 망가트린 국가보안법을, 이영 감독의 <불온한 당신>은 보수 정권의 묵인아래 자행된 광장의 혐오 집회가 성 소수자를 겨냥하기 시작하던 시점을 바라본 작품이다.

현재 극장 상영 중인 용산 참사 다큐멘터리 <공동정범>을 공동연출한 김일란 감독은 “국가가 왜곡하고 은폐하려던 문제를 드러내는 창작자를 범죄자 취급했다”고 비판했다. 이혁상 감독은 “명백한 조사만이 시민의 문화 향유권을 지키는 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명령불복종 교사>(2014)를 연출한 서동일 감독은 “이번 기회로 독립영화인이 눈치 보지 않고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지난 6일(화)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을 필두로 문화체육관광부, 영진위를 동원해 우수한 독립다큐들을 ‘문제영화’로 낙인찍고 중요 지원사업에서 수차례 지원 배제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아래는 이른바 ‘문제영화’로 지목된 작품 목록.
 출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출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 한마디
이렇게까지 해서… 얻으려던 건 뭘까요?


2018년 2월 7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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