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영화계, 폭발하는 미투 운동에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으로 대응
2018년 3월 12일 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영화계가 폭발하는 미투 운동에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http://solido.kr)으로 대응한다.

지난 3월 1일(목) 개소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은 오늘 12일(월)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소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영화인 749명을 대상으로 한 2017년 영화계 성 평등 환경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은 영화산업 내 성 평등 환경 조성을 위해 마련된 기구다. 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이 운영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는 민관합동 기관이다. 임순례 감독,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공동 센터장 자리를 맡았다.

‘든든’은 앞으로 ▲영화산업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 진행 ▲전문 강사단 양성 ▲영화촬영 현장 특수성 반영한 안내 책자 개발 ▲상담 및 피해자에 대한 심리적, 의료적 지원 ▲성 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 제안 등의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 공동주최자로 참석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성엽 의원은 “미투 운동이 활발히 나타나고 있는 요즘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감독과 배우, 제작자와 스태프 사이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권력형 성범죄는 민관이 지혜를 모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예술, 정치 각계각층으로 번지는 미투운동은 영화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역시 피해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동료의 고통을 외면한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든든’을 통해 관련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센터장을 맡은 임순례 감독은 “우리(영화인)도 깜짝 놀랄 만큼, 지속적이고 끔찍한 성폭력 환경에 노출돼 소리 없이 영화계를 떠나간 동료 여성 영화인이 많다. 피해자가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현장에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현장에 있는 여성 동료로서 그런 상황을 꼼꼼히 살피겠다. 앞으로 입문하려는 수많은 예비 영화인이 젠더감수성이 떨어지는 환경 때문에 영화계 진출을 포기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미투 운동이 일부 거대한 다른 사건을 덮기 위한 공작이다, 진보진영을 분열하게 만들려 한다는 식의 잡스러운 의견이 지지를 얻는 상황에 대단한 우려를 표한다”며 최근 일각에서 불거진 ‘미투공작설’에 일갈하기도 했다.

또다른 공동 센터장을 맡은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때마침, 시의적절하게 ‘든든’이 개소한 게 아니다. 영화계가 오랫동안 차분히 논의하고 준비한 결과다. 여성영화인모임은 2016년 영화계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날 때부터 심각성을 깨달았고 2017년 1월부터 영화진흥위원회와 관련 문제에 대응하는 기구를 만들자는 합의를 했다”며 지난 노력을 회상했다.

심 대표는 “성희롱과 성폭력 예방뿐 아니라 사전 교육, 피해자 지원은 물론 성 평등한 한국 영화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책을 제안하고 입안하는 궁극적인 활동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영화인 749명을 대상으로 한 2017년 성평등 환경조성을 위한 성폭력,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가 연구책임자로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6.1%가 성희롱,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여성 61.5%, 남성 17.2%로 여성의 피해 비율이 3배 이상 많았다.

가해자 성별은 남성 71.6%, 여성 5.2%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가 여성일 때 가해자가 남성일 경우는 76.7%, 여성일 경우는 3.5%다.

피해자가 남성이더라도 가해자는 남성인 경우가 43.5%로 더 많았다. 이 경우 여성 가해자는 17.4%였다.
직군별로는 촬영, 조명, 녹음(27.1%)에 비해 작가(65.4%)와 배우(61%)의 피해 경우가 2배 이상 많았다. 특정 직군의 성별 분포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피해 유형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음담패설’(28.2%),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 원치 않는 술자리 강요’(23.4%)였다.

사건 발생 장소는 여성의 경우 ‘술자리나 회식 장소’(44.3%)가 가장 많았다.

피해 사실에 대처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라고 느꼈지만 참았음’(44.1%), ‘모른 척하면서 살짝 피함’(30.7%)이 다수를 차지했고 발생 이후 대처하는 방식 또한 ‘친구, 동료 등에게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고 공론화하지 않음’(53%),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가거나 참았음(20%)이 다수로 조사됐다.

피해를 알리거나 공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는 ‘넘어가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으로 생각되어서(34.1%), 업계 내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31.1%)이 가장 많았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 짊어져야 할 과제를 보여주는 이번 설문조사는 2017년 7월 11일부터 9월 13일까지 두 달간 영화계 종사자 74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 한마디
미투 운동 폭발 속, 영화계 노력으로 많은 이들 ‘든든’해지길…


2018년 3월 12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0 )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