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너의 유전체를 정복하라’ <가타카>와 인공지능 그리고 블록체인
2018년 4월 6일 금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태어날 때부터 자기 유전체에 따른 한계가 정해져 있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정해진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없다면? 인간은 삶의 주도권을 잃고 절망할 것이다. 영화 <가타카>(1997)의 주인공 ‘빈센트’(에단 호크)는 어떤가. 그가 사는 세상은 갓 태어난 인간의 유전체를 분석해 최종 신장과 몸무게, 지능, 질병 여부, 죽음 시점까지 파악하는 고도의 분석이 가능한 사회다. 공교롭게도 ‘빈센트’는 심장 질환에 취약한 체질을 타고난 데다가 범죄자가 될 가능성을 지녔고, 이른 나이에 사망한다는 사실마저 못 박힌 부적격자다. 자기 한계를 명백히 정해놓은 사회에서 ‘빈센트’는 최고의 우주비행사를 꿈꾸지만, 열성으로 분류되는 근시마저 가지고 있는 탓에 극복이 쉽지 않다.

‘빈센트’의 유전체는 어떤 방식을 거쳐, 무엇을 기준으로 분석된 걸까? 차의과학대학교 한현욱 박사의 저서 <이것이 헬스케어 빅데이터이다>(2018)도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사회는 한 인간의 출생과 함께 그 사람이 언제 어떤 질병에 걸릴지, 신장, 몸무게, 지능 등 신체적 조건과 죽음의 시점까지 예측할 수 있는 유전체분석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사회”라고 정의한 그는 “유전체 분석기술이란 과연 무엇이며 <가타카> 개봉 이후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유전체분석기술은 어디까지 왔는지”를 탐구한다.

유전체분석의 핵심적인 변화는 ‘빅데이터’의 등장에서부터 시작됐다. 십 수년간 환자를 관찰해온 의료계는 임상시험으로 축적된 엄청난 양의 건강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은 이 광활한 건강 정보를 제대로 분석해낼 방법이 부족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인공지능의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간 의료계에서 축적한 건강 정보와 60억 개에 달하는 인간 유전체를 이리저리 조직화하다 보면 빠른 시간 안에 어떤 경향성과 원칙이 찾아진다. 인천대학교 석좌교수인 김성호 박사는 이런 원리로 인간의 암 발병 소지를 예측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유전체와 암 발병의 상관 가능성을 비율로 밝혀낸 바 있다.

최근 뜨거운 블록체인 기술을 보태면 상황은 더욱 흥미롭다. 상황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의 이론으로는 블록체인 방식으로 적재된 데이터는 해킹할 수 없다. 보안에 민감한 개인의 유전체와 건강 정보를 암호화하는 데 최적이다. 정보를 암호화 한 뒤에는 가상화폐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 최근 ICO를 선언한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마이지놈박스는 개인 유전자를 가상화폐와 연동시킨 ‘마이지놈박스 코인’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계획이 현실화되면 개인은 블록체인 시스템 안에서 자기 유전체를 직접 관리하고 그에 따른 보상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앤드류 니콜 감독이 <가타카>를 연출하던 90년대만 해도 이런 가능성까지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빈센트’는 꿈꾸던 우주비행사가 됐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자신과는 달리 우성인자를 타고난 동생과의 수영 시합에서 이기고 마는 마지막 장면은 오랫동안 인상적이다. 고도로 발전된 유전체 분석 기술이 인간의 운명을 한정 지을 것 같아 보였지만, 그는 오히려 정밀하게 분석된 자신의 데이터를 역이용해 열성 유전자를 극복한다. “되돌아갈 힘을 남겨두지 않아서 널 이긴 거야”라던 ‘빈센트’의 말처럼, 타고난 유전체를 넘어서려는 인간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관련 참고도서 <이것이 헬스케어 빅데이터이다>

저자 한현욱 약력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정보학과 교수
의학박사, 컴퓨터과학자
정보의학인증의
현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정보의학교실 교수


2018년 4월 6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0 )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