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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생쥐만큼 작아져 공 던지고 드럼 치고… VR 영화 <버디VR> 직접 보니
2018년 10월 6일 토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부산= 무비스트 박꽃 기자]

지난 4일(목) 개막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해에 이어 VR영화 상영관 ‘VR 시네마 in Biff’를 선보였다. 이곳에서 관람하는 영화는 일반적인 영화 관람과 달리 헤드셋, 스틱 등 전용 장비를 착용한다. 작품에 따라 손발을 적극적으로 움직여 눈 앞에 펼쳐지는 3D 가상 세계에 참여하기도 한다. 개막 다음 날인 5일(금), 제75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최우수 VR 경험상을 수상한 채수응 감독의 <버디VR>을 골라 직접 체험해봤다.

VR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해운대 영화의전당 비프힐 1층에 마련된 부스를 찾아야 한다. ‘VR Movie’, ‘VR Movie Live’, ‘VR Movie Experience’까지 총 3군데의 상영관이 마련돼 있다. 기자가 체험한 상영관은 ‘VR Movie Experience’ 관으로 총 9개의 개별 관람 공간이 준비된 곳이다. 마감 시간을 30분가량 남겨둔 초저녁 부스를 방문했음에도 10명 남짓한 대기 인원이 줄을 서 있었다.

‘VR 시네마 in Biff’는 사전 예약이 불가능하다. 앞 사람의 관람이 끝날 때까지 대기한 뒤 입장해야 한다. 줄을 서자 자원봉사자가 다가와 관람까지 약 한 시간가량 소요될 것이라고 안내한다. 이어 현재 관람 가능한 작품을 알려준다. 미리 상영시간표가 정해져 있는 기존의 영화관과 달리 이곳에서는 관객이 자신이 볼 영화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27분에 달하는 작품들이다.

관람하게 될 <버디VR>의 내용은 간단하다. 몸집이 작아진 주인공이 생쥐 친구와 함께 심술궂은 소녀를 피해 다니는 모험물이다. 관람객은 주인공 ‘나’의 시점에서 영화를 체험하게 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생쥐는 애니메이션 <넛잡> 시리즈의 캐릭터다.
 <버디VR>
<버디VR>

앞서 들어간 관람객의 뒷모습이 얼핏 보인다. 두 평 남짓한 개방형 상영관 안에서 헤드셋을 쓴 무명의 그가 양손에 쥔 스틱을 연신 흔든다. 영화관에 앉아 가만히 화면만 바라보면 되는 기존의 관람 형태와는 확연히 다른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걸 직감할 수 있다.

짧지 않은 대기 후 9번 부스로 들어섰다. 두 명의 자원봉사자가 눈을 가리는 묵직한 헤드셋 착용을 도와준다. 화장을 했든 하지 않았든 위생을 위해 필수적으로 헤드셋과 얼굴이 닿는 면을 가려주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양손에 끈이 달린 스틱까지 쥐면, 관람 준비 끝이다.

영화가 시작되자 ‘나’는 자그마한 집 안에 서있다. 주변을 360도 둘러보며 현재 위치를 파악한다. 가장 먼저 선반 위에 달콤한 먹을거리가 눈에 띈다. 뒤를 도니 창문도 보인다. 어떻게 해야 이야기가 진행되는지 몰라 잠시 어리둥절한 상태로 서 있는데 때마침 자원봉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생쥐 한 마리가 나타날 거예요. 덫에 걸려있는 치즈를 잘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고개를 아래로 하고 바닥을 살펴보자 덫에 걸린 치즈 앞에서 고민하는 생쥐가 보인다. 손에 쥔 스틱으로 치즈를 툭 건드렸더니, 진동이 붕 울린다. 본격적인 게임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VR영화 관람 부스
VR영화 관람 부스


몸집이 생쥐만큼 작아진 이후의 경험은 완전히 새롭다. VR 영화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관객이라면 더욱 그렇다. 스틱으로 마주보고 있는 생쥐의 얼굴과 꼬리를 건드리면 마치 애완동물을 예뻐하듯 쓰다듬을 수 있다. 생쥐는 스틱의 터치에 즉각적이고 실감 나게 반응하며 기뻐한다. 가상의 펜으로 이름을 써 생쥐에게 건넬 수도 있다. 귓가로 쓱삭쓱삭 들려오는 소리 덕분인지 직접 글씨를 쓰는 느낌과 꽤 흡사하다.


생쥐는 ‘나’에게 드럼을 치고 공(으로 추정되는 것)을 던지는 ‘미션’도 내 준다. 지팡이 사탕 모양의 드럼 채를 손에 쥐고 스틱을 위아래로 신나게 흔들어본다. 움직임에 맞춰 경쾌한 드럼 소리가 울린다. 심술궂은 소녀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공을 쥐어 저 멀리 던지기도 한다. 모두 손에 쥔 스틱을 이용하는 체험이다. 감흥에 겨워 움직임이 커지자 자원봉사자가 “벽에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심술궂은 소녀가 ‘나’와 생쥐를 덮치는 하이라이트에서는 가상인 줄 알면서도 몸이 은근히 움츠러든다. 귓가를 때리는 괴물같은 포효음과 눈앞을 후려칠 것만 같은 소녀의 거대한 손에 ‘몸집 작은 동물’의 설움이 설핏 느껴진다. 시중 극장이 제공하는 오감 체험형 스크린보다 훨씬 실감 나는 경험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2017)이 보여준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버디VR>
<버디VR>


관람 이후 다소 어지러운 느낌이 드는 건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헤드셋을 통해 보는 3D 영상에서 몸이 급작스럽게 작아지고 커지는 것 같은 격동적인 느낌이 드는 까닭이다. 건강과 안전상 이유로 13세 이하 어린이의 관람이 제한된 건 이 때문이다. 30분 관람 시 15분은 휴식을 취해야 하고 충분한 물을 섭취하라는 안내문이 눈에 들어온다. 그럼에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면 관람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대기 줄만 견딜 수 있다면, 관람료는 무료다.

● 한마디
새로운 경험 좋아한다면 망설일 필요 1도 없는 VR 시네마 in Biff!


2018년 10월 6일 토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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