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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한마디! 초고층 사무실서 마주한 돌연한 위로 <버티고>
2019년 10월 14일 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꽃 기자]

<버티고>(제작: 영화사도로시㈜, 로렐필름)가 11일(금)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는 전계수 감독, 배우 천우희, 유태오, 정재광이 참석했다.

<버티고>는 초고층 사무실에서 계약직 디자이너로 일하는 ‘서영’(천우희)의 불안한 감정을 오롯이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재가한 엄마는 술 취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사소한 불평을 늘어놓거나 돈을 요구하고, 일말의 위안을 느끼던 사내 연인 ‘진수’(유태오)는 예상치 못한 비밀을 드러내며 큰 상처를 안긴다.

우울감과 이명 현상에 시달리며 빌딩을 서성이던 ‘서영’은 어느 날 줄에 매달려 고층빌딩의 외벽을 청소하는 ‘관우’(정재광)와 눈을 마주친다.

영화는 서사보다는 소리와 영상에 중점을 두고 희망을 잃어가는 주인공의 감정과 심리 표현에 집중한다. 판타지를 가미한 ‘서영’과 ‘관우’의 마지막 멜로 신은 작품 전반의 어두운 분위기를 다소 끌어올린다.

전계수 감독은 “직장 생활 3년 동안 느낀 감정과 당시 만난 동료, 상사를 모티브로 시나리오를 썼다. 서사보다는 감정의 무늬를 어떤 사운드와 미장센으로 담을지 신경 썼다. 주인공이 발 딛고 있는 지반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감각은 조금씩 부서지고 주변 세계는 왜곡된 소리로 들려온다. 그 리듬으로 영화를 만드는 무모한 욕심을 부렸다”며 연출 기조를 설명했다.


전 감독은 “현대 문명의 고층 건물은 하늘 끝까지 닿으려는 욕망을 보여준다. 남성적이고 수직적인 프레임이다. 외부와 단단하게 분리된 그곳 회사의 질서는 상당히 가부장적이다. 그 안에서 계약직이라는 아슬아슬한 신분을 유지하는 주인공은 사방에 포위된 것처럼 살아간다. 건물 속을 유영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주는 애잔함이 있다”고 영화적 설정을 설명했다.

또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카타르시스를 주는 작품도 많지만, 여성이 겪는 고통을 들여다보는 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여전히 여성이 불평등한 사회이고, 여성 주인공과 남성성이 대비를 이룰 때 (말하고자 하는 바가) 극적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무의식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판타지에 기반한 ‘서영’과 ‘관우’의 결말에 관해서는 “이 영화의 키 비주얼”이라고 강조하면서 “영화는 감각을 상실한 현대인이 다시 생의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주인공을 지탱하는 모든 끈이 다 끊어졌을 때 의외의 곳에서 돌연한 위로를 받게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서영’역의 천우희는 “지금껏 한 연기가 에너지 발산이라면 이번에는 내진을 느끼는 것처럼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어야 했다. 고층 빌딩의 두꺼운 외벽 안에서 고립되고 불안한 주인공이 큰 수족관에 갇혀 있는 돌고래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감독님의 감각적인 설정을 내 현실적인 감정에 맞춰 구현할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서영’의 사내 연인 ‘진수’역의 유태오는 “<접속>(1997) <편지>(1997) <패자부활전>(1997) <8월의 크리스마스>(1998) 같은 멜로를 좋아했다. <올드보이>(2003) 이후를 지칭하는 ‘코리안 웨이브’는 힘이 있는 느낌이지만, 그 전의 우리나라 영화에는 순수한 정서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감수성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또 “전계수 감독님의 <러브 픽션>(2011)에 단역으로 출연했는데 두 번째 섭외에 중 조연이 됐다. <레토>(2018) 이후 액션이 풍부한 강인한 역할을 많이 맡은 시점에서 성과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나온 멜로 장르라는 점에서 자부심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로프공 ‘관우’역의 정재광은 “’관우’는 삶을 향한 의지가 있는 천사라고 해석했다. 창문 밖에서 (주인공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이 매력이 아닐까 한다”고 인물을 설명했다.

<버티고>는 10월 17일(목) 개봉한다.

● 한마디
- 견고한 빌딩 속에서 답답한 숨을 내쉬며 매일을 견디는 유약한 존재들을 향한 섬세한 위로. 불안전한 사회적 신분, 답답한 연애, 심란한 가족 사이에서 구를 대로 구르고 지칠 대로 지쳤을 지라도, 위로는 돌연히 찾아온다. 그러니 결코 스스로를 포기하지 말 것.
(오락성 5 작품성 7)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19년 10월 14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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