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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투표권 쟁취를 다룬 <서프러제트>와 <거룩한 분노>
2020년 3월 12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1893년 뉴질랜드, 1902년 호주, 1920년 미국, 1928년 영국, 1948년 한국 그리고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까지 해당 연도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대략 짐작하겠지만, 국가별로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시기다.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세계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한 날로,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근로여건 개선과 참정권 등을 요구하면서 시위를 벌인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유엔은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1977년 3월 8일을 특정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2018년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했다. 세계여성의 날 즈음하여 여성 참정권 투쟁을 다룬 두 영화 <서프러제트>와 <거룩한 분노>를 소개한다.

민주주의의 원류로 인정받는 영국조차 1913년 에밀리 와일딩 데이비슨의 순교와 지속적인 폭력 시위로 1918년 31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인 투표권을 허용한다. 그 후 10년이 지난 1928년에 이르러서야 21세 이상 모든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투표권을 획득한다. 핀란드는 1906년 유럽 최초로 여성 투표권을 인정했다. 반면에 스위스 여성은 유럽에서 가장 늦게, 무려 1971년이 돼서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서프러제트>
<서프러제트>
 <서프러제트>
<서프러제트>


“우리에게 딸이 있다면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아마도 당신 같은 삶이겠지”
<서프러제트>(2015, 사라 가브론 연출)


어릴 때부터 세탁 공장 노동자로 살아온 ‘모드’(캐리 멀리건)는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고단한 일상을 살지만 특별히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간혹 거리에서 또는 직장에서 여성 투표권을 주장하며 거리에서 투쟁하는 ‘서프러제트’(Suffragette, 여성 참정권 운동가)를 목격하지만 그녀와 너무 동떨어진 존재일 뿐. 게다가 투표를 해본 적이 없기에 투표권의 필요성에 대해 어떤 인식조차 없다.

메릴 스트립이 서프러제트의 대모 ‘에멀린 팽크허스트’로 짧지만 강한 존재감 드러낸 영화 <서프러제트>는 평범한 여성 노동자 ‘모드’가 ‘서프러제트’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린다. 망설이던 그를 거리의 시위로 이끈 결정적인 것은 ‘아마도 당신 같은 삶’이라는 남편이 무심코 던질 한마디다. 내 딸에게는 나와 같은 삶을 물려줄 수 없다는 것. 당시 서프러제트가 가족의 외면과 주변의 따가운 시선, 정부의 무력 탄압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선 이유다.
 <거룩한 분노>
<거룩한 분노>
 <거룩한 분노>
<거룩한 분노>

“여성의 정치참여는 거룩한 질서에 반하는 겁니다”, “아니요!”
<거룩한 분노>(2017, 연출 페트라 볼프)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두 아들과 함께 사는 가정주부 ‘노라’는 요리부터 청소, 빨래 등 모든 집안일을 척척 해내는 만능 주부. 어느 날 예전에 다니던 일자리 제안을 받지만 남편이 ‘내 말이 곧 법’이라며 반대하는 바람에 포기하고 만다.

학생운동, 흑인운동, 여성해방운동 등 세계적으로 변화와 변혁의 시기였던 1970년대 초반, 가부장적 사고가 팽배한 스위스 작은 마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다. 여성 참정권 부여 여부를 여성이 아닌 남성에게 묻는 아이러니한 상황과 여적여, 즉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고 ‘여성의 정치참여는 거룩한 질서에 반하는 것’이라며 선동하는 마을의 지도자 격인 여성 등 불합리에 맞서 평범한 여성들이 연대한다. 모임 결성, 벽보와 전단지 제작, 도시에서 열리는 시위 참가 등의 과정을 거쳐 가사 파업 나아가 성(性)파업까지 현명한 주부들은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지키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가꾸기 위해 합리적 협업을 펼쳐 나간다. 그 결과 마침내 1971년 2월 투표권을 쟁취한다.


2020년 3월 12일 목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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