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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가 정부에 바란다 ②제작사 “모태펀드로 영화산업 지키겠다는 시그널 달라”
2020년 4월 3일 금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꽃 기자]
 모태조합 투자관리전문기관 한국벤처투자(주)
모태조합 투자관리전문기관 한국벤처투자(주)

코로나19로 영화계가 멈췄다. 영화관 일부가 문을 닫고 제작사는 촬영을 중단했다. 관객이 사라지고 개봉할 수 있는 영화가 급감하자 수입배급사와 홍보사도 개점 휴업 상태다. 창작자와 영화스태프는 예고 없이 찾아온 실업에 발만 동동 구른다. 영화라는 산업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영화관, 제작사, 수입배급사, 홍보사, 창작자와 영화스태프가 동시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에 빠지자 지난 1일 정부는 영화발전기금 한시적 감면, 제작 및 마케팅 지원 등 추가적인 지원책을 내놨다. 하지만 [영화진흥위원회 -> 문화체육관광부 -> 기획재정부] 단계를 거쳐야 하는 의사결정 구조에서 해당 지원책 실행을 위한 예산 계획과 세부 방안은 여전히 정해진 바가 없다. 무비스트는 차례로 영화관, 제작사, 수입배급사, 홍보사, 창작자와 영화스태프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각계가 현재 가장 조속하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지점을 알아본다.




②제작사 “모태펀드로 영화산업 지키겠다는 시그널 달라”


촬영준비, 촬영중, 개봉준비, 상영중 ‘전과정 직격타’

코로나19로 상승한 모든 비용, 잘못 없는 제작사 오롯이 귀책

제작사 몫 일부 떼어 마련한 2,600억 영화발전기금, 지금이 사용 적기

“모태펀드(공적자금) 추가 투자로 영화산업 지키겠다는 시그널 달라”




“<범죄도시2>는 베트남에서 촬영 준비를 다 끝내고 주연 배우가 촬영을 해야 할 시점에 현지에서 강제로 쫓겨났다. <보고타>는 남미에서 촬영을 하다가 급거 귀국했다. 이미 마케팅 비용을 지급한 <침입자>는 개봉 준비 과정에서 모든 게 멈췄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들>은 개봉을 해서 직격탄을 맞았다. 제작사에 발생하는 손실이 엄청나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최정화 대표는 영화가 만들어지고 홍보를 거쳐 개봉하는 과정 전반에 걸쳐 제작사의 피해가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가 초래한 현실에서 프리프로덕션(촬영준비), 메인프로덕션(촬영중), 후반작업 및 마케팅(개봉준비), 상영 단계까지 한 군데도 제작사의 손실을 유발하지 않는 곳이 없는 실정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처스 원동연 대표는 일선 제작사가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을 전했다.

“관공서, 병원, 지하철 어떤 곳도 촬영 협조가 안 되는 상황이다. 많은 촬영 인원을 허락했다가 확진자가 나오면 업장을 폐쇄해야 하니 그 입장도 이해는 한다. 제작사가 불가피하게 촬영지를 바꾸고 세트 촬영으로 전환을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제작사는 촬영을 하든 못하든 이미 고용한 스태프의 인건비는 지급해야 한다. 노동조합과 어떻게 타협을 보느냐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겠지만 결국 엄청난 손실이다. 캐스팅한 배우도 한없이 촬영 재개만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제작비는 필연적으로 상승한다. 현장 프로듀서는 밤잠을 못 이룬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런 부담을 오롯이 제작사가 져야 하는 현실이다.

최정화 대표는 “어떤 민간투자자가 이런 상황에서 제작비 증액을 결정하겠나. 그렇지 않아도 한국 영화 수익 80%가 나오는 극장 매출이 90% 가까이 빠졌다. 매출 -90%라는 건 이 산업이 괴멸되고 있다는 의미다. 수익을 남기기 힘들다고 판단한 투자사는 제작비를 낮출 것이다. 결국 누구의 잘못도 아닌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제작사가 떠안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위기 상황에서 복수의 제작자가 상황 타개책으로 꼽은 건 ‘영화발전기금 활용’과 ‘모태펀드 투자 증액’ 등이다.

영화발전기금은 2007년 국고 출연금 2,000억 원에 영화관람료의 3%에 해당하는 수익을 징수하는 형식으로 설립됐다.

기획재정부의 지난 1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4년(2016~2019) 동안 영화계에서 징수한 영화발전기금은 연간 평균 540억 원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3월 말 기준으로 2,623억 원의 영화발전기금이 남아있다.

다만 이 돈을 ‘영화계 긴급구조’ 용도로 쓰려면 기획재정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영화발전기금을 쓰기로 한) 기존 사업 내용을 코로나19 피해 지원책으로 변경하는 식으로 영화진흥위원회와 논의 중이다. 구체적인 예산은 기획재정부의 확정이 필요한 만큼 1~2주 내로 관련 내용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영화발전기금을 이용한 대출기금조성은 현재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고 봤다.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 예산을 출자해 만든 공적자금인 모태펀드를 통한 추가 투자도 대응 방안으로 꼽혔다.

원동연 대표는 “정부 주관인 모태펀드가 현재 상황이 제작사 귀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선도적 조처를 취하면 민간 투자자가 따라갈 근거가 생긴다”고 짚었다.

영화 관련 업계를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종사자의 융자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는 영화관 관계자(참고 기사: 영화계가 정부에 바란다 ①영화관 “고정비 지원 절실”)에 이어 제작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최정화 대표는 “얼마 전 제작사 대표 중 한 명이 기술보증기금을 통한 소상공인 대출을 신청하러 갔는데 “코드가 안 뜬다”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지정되지 않으면 해당 ‘업종코드’가 조회되지 않아서 대출 문턱이 더 높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제작사의 이런 요구는 단기적으로는 생존을 도모하는 일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고사 위기에 놓인 영화산업을 방치하지 않고 돌보겠다는 시그널을 내어 달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원동연 대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스토리 비즈니스가 한국의 미래 먹거리가 될 거라고 침이 마르도록 고양하더니, 현재의 영화 산업 위기를 방기하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는가. 정부가 거시적인 차원에서 영화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인을 보여주지 않으면 자본은 영화계에서 이탈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제작사는 어디에서 돈을 받아와서 영화를 만들어야 하나. 이렇게 가다가는 영화 산업이 없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로 도움이 필요한 영화계 종사자는 영화진흥위원회 공정환경조성센터(센터장 김혜준)에 설치된 ‘코로나19 전담대응 TF’(직통전화 051-720-4866)의 상담 및 지원 제도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2020년 4월 3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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