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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가 정부에 바란다 ③수입배급사 “극장 정산 기대 못 해, 영진위 전투적으로 일해달라”
2020년 4월 6일 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꽃 기자]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코로나19로 영화계가 멈췄다. 영화관 일부가 문을 닫고 제작사는 촬영을 중단했다. 관객이 사라지고 개봉할 수 있는 영화가 급감하자 수입배급사와 홍보사도 개점 휴업 상태다. 창작자와 영화스태프는 예고 없이 찾아온 실업에 발만 동동 구른다. 영화라는 산업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영화관, 제작사, 수입배급사, 홍보사, 창작자와 영화스태프가 동시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에 빠지자 지난 1일 정부는 영화발전기금 한시적 감면, 제작 및 마케팅 지원 등 추가적인 지원책을 내놨다. 하지만 [영화진흥위원회 -> 문화체육관광부 -> 기획재정부] 단계를 거쳐야 하는 의사결정 구조에서 해당 지원책 실행을 위한 예산 계획과 세부 방안은 여전히 정해진 바가 없다. 무비스트는 차례로 영화관, 제작사, 수입배급사, 홍보사, 창작자와 영화스태프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각계가 현재 가장 조속하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지점을 알아본다.




③수입배급사 “극장 정산 기대 못 해, 영진위 전투적으로 일해달라”


외화 틀어서 난 수익, 현재로선 극장에 정산 기대하기 어려워

정부 기관 융자받으려면 ‘매출액 10% 감소’ 증빙하라는데…

작품 흥행 따라 다른 외화 매출, 제조업처럼 추이 일정하지 않아

이대로 가면 1~2개월 안에 수입배급사 사라져

영진위, 상위기관에 우리 업계 특수성 피력하며 전투적으로 일해달라




수입배급사는 해외로부터 외국 영화를 사들여와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는 이들이다. 디즈니, 워너브러더스 등 할리우드 주요 제작사가 자신들이 만든 영화를 직접 한국에 유통하는 산업 내 굵직한 축이라면, 수입배급사는 국내 관객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여러 나라의 크고 작은 신작을 가장 먼저 접하고 선별, 구입해 극장에 소개하는 또 다른 축이다. 관객의 영화 선택지를 넓히고 해외의 예술, 독립영화를 바라보는 안목을 끌어올리는 일등 공신이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 <레토>(2019)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20) 등이 대표적으로 국내 수입배급사의 손을 거쳐 관객의 사랑을 받은 최근 작품들이다.

그런 수입배급사가 코로나19로 ‘소멸’ 위기에 놓였다. 극장 수익이 지난해 대비 90% 가까이 줄어든 가운데, 외화 상영 수익을 극장으로부터 정산 받아 매출을 올리고 다음 외화 구매를 도모하는 수입배급사의 정상적인 사업 활동이 원천적으로 막힌 까닭이다.

<레토> <사마에게>(2020) 등을 수입 배급한 엣나인필름의 주희 마케팅 총괄 이사는 “극장 부금은 영화 종영일을 기준으로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0일 사이에 수입배급사로 정산된다. 지금까지도 어려웠지만 이런 이유로 4, 5월은 더 어려울 것이다. CGV도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고 들었는데 극장들이 과연 1, 2월에 상영한 외화 부금을 수입배급사에 제대로 정산해줄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타격은 오롯이 수입배급사가 져야 한다. 잘못하면 한 달도 못 버티고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버나움>(2019)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등을 수입 배급한 그린나래미디어의 유현택 대표는 “현금 유동성 측면에서 큰 차질이 생겼다. 코로나19 상황이 빠르게 회복된다는 가정 아래 5, 6월 중 개봉할 작품을 준비해야 하는데 당장 마케팅비로 써야 할 자금이 없다. 공백기 동안 매출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수입배급사 입장에서는 한 달 한 달 상황이 잘 돌아가도록 운영할 수 있는 자금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수입배급사 대부분은 코로나19가 수그러들고 관객이 다시 극장을 찾을 때까지 직원 인건비를 지급하고 다음 작품 개봉을 준비할 수 있는 ‘버틸 자금’이 절박한 상황이다.

상황을 지켜보던 영화진흥위원회가 6일 홈페이지를 통해 국가기관의 지원 정책 10가지를 소개했지만, 수입배급사 관계자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업종 특성상 자격 조건부터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희 이사는 “매달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 등과 달리 수입배급사는 어떤 달에는 작품을 더 개봉하고 어떤 달에는 덜 개봉하는 등 시기별 편차가 크다. (개봉을 했어도 작품 흥행 여부에 따라 종영일이 다르기 때문에) 지난해 말 개봉했지만 올해 극장으로부터 부금을 정산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런 업계 특성에서 (일반적인 기업처럼) 분기별, 연도별 매출 감소(기자 주: 4,000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 대상 융자를 제공하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자격 요건으로 ‘매출액 10% 이상 감소 기업’을 들고 있다.)를 기준으로 삼아 자금을 지원하는 게 과연 맞을까”라고 꼬집었다.

유현택 대표는 “실질적으로 융자를 받은 곳은 별로 없는 거로 안다. 우리는 형태가 없는 콘텐츠(외화)를 사 오는 입장이다. 칸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같은 곳에 가서 (완성되지 않은) 외화를 ‘선구매’해 장기적인 매출원을 확보한다. 전 세계 영화계 상황이 좋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는 영화를 사고팔 수 있는 시장(마켓) 자체가 무산됐다. 이런 매출원 확보 경로를 융자 기관이나 은행 금융권 담당자에게 이해시키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현실이 이런데 “각자 알아서 융자를 받으라고 한다면 실제 금융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복수의 수입배급사 관계자는 영화진흥위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자금 지원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주희 이사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코로나19 대응 TF팀이 너무 늦게 꾸려졌다. 일이 커진 3월 중순에 TF팀을 만들어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담당자 개인이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여러 업계를 지원해야 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영화업계 현안을 하나하나 헤아릴 수는 없는 만큼 영화진흥위원회가 중요한 부분을 짚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현택 대표 또한 “수입배급사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동안 나름의 철학을 유지하며 색깔 있는 영화를 소개해왔다. 영화 산업에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입배급사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영화진흥위원회가 세심하게 신경 써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엣나인필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사 진진 등 수입배급사 14개사가 모인 영화수입배급사협회는 지난달 19일부터 ‘영화로운 일상을 위한 신작전’이라는 이름 아래 매주 미개봉 신작을 개봉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로 영화업계 전체가 붕괴될 위협에 놓인 비상시국에도 <퀸 오브 아이스> <그 누구도 아닌> <모리의 정원> 등 외화가 정상적으로 상영관에 걸릴 수 있었던 이유다.

주희 이사는 “내일 죽는다고 오늘 손을 놓을 수 없지 않나. 마지막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는 뜻이다. 참여한 수입배급사 모두 마이너스를 감수하고 진행하는 일이다. 그러니 영화진흥위원회도 좀 더 전투적으로 일해달라”고 주문했다.




코로나19로 도움이 필요한 영화계 종사자는 영화진흥위원회 공정환경조성센터(센터장 김혜준)에 설치된 ‘코로나19 전담대응 TF’(직통전화 051-720-4866)의 상담 및 지원 제도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2020년 4월 6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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