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코로나19로 영화계가 멈췄다. 영화관 일부가 문을 닫고 제작사는 촬영을 중단했다. 관객이 사라지고 개봉할 수 있는 영화가 급감하자 수입배급사와 홍보사도 개점 휴업 상태다. 창작자와 영화스태프는 예고 없이 찾아온 실업에 발만 동동 구른다. 영화라는 산업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영화관, 제작사, 수입배급사, 홍보사, 창작자와 영화스태프가 동시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에 빠지자 지난 1일 정부는 영화발전기금 한시적 감면, 제작 및 마케팅 지원 등 추가적인 지원책을 내놨다. 하지만 [영화진흥위원회 -> 문화체육관광부 -> 기획재정부] 단계를 거쳐야 하는 의사결정 구조에서 해당 지원책 실행을 위한 예산 계획과 세부 방안은 여전히 정해진 바가 없다. 무비스트는 차례로 영화관, 제작사, 수입배급사, 홍보사, 창작자와 영화스태프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각계가 현재 가장 조속하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지점을 알아본다.
④마케팅사 “전문 인력 이탈 우려… 업계 명맥 단절 막아야”
계약할 때 ‘선금’ 받고 개봉할 때 ‘잔금’ 받는 영화마케팅사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설문, 코로나19로 개봉 연기, 취소된 작품만 ‘75편’
상반기 손실 ‘20억’ 추산에도 포스터, 예고편 영상 등 일상적인 작업 계속
‘영화마케팅’ 겨우 산업으로 자리 잡는 중인데… 전문인력 이탈 막아야
신작 개봉을 앞둔 제작사는 영화마케팅사와 홍보 계약을 맺는다. 대중에게 ‘이런 영화가 곧 개봉한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각종 전략을 짜고 실행하기 위해서다. 영화마케팅사는 그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이 모인 곳이다. <백두산>을 홍보한 퍼스트룩, <남산의 부장들>을 홍보한 호호호비치, <1917>을 홍보한 스콘 등이 대표적인 한국의 영화 마케팅사다.
코로나19로 절대다수의 영화가 개봉을 미루면서 마케팅사도 중상을 입었다. 영화 개봉이 미뤄지면서 잔금 매출을 올리지 못하게 된 까닭이다.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이하 ‘마케팅사협회’)강효미 회장은 “계약을 할 때 선금을 받고 개봉을 할 때 잔금을 받는다. 개봉을 못 하면서 잔금 매출이 전부 날아가 버렸다. 거의 모든 마케팅사 상황이 같다”고 말했다.
마케팅사협회가 지난 3월 24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벌인 ‘코로나19바이러스 피해 현황 설문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개봉이 연기, 취소된 작품은 총 75개다.
지난해 2~3월 대비 2020년 2~3월 평균 월 매출액 변화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한 23개 회원사 전체가 ‘손실이 발생했다’고 답했고 ‘30~50% 이상 감소’했다는 응답도 58%를 차지했다.
마케팅사협회는 상반기 동안 업계가 입을 손실이 20억 원을 웃돈다고 추산한다.
문제는 “매출이 0이 됐다고 업무도 0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강효미 회장은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업무는 계속되는 상황이다. 개봉을 연기한 영화가 여름으로 개봉 일정을 다시 잡으려고 한다면 그에 맞춰 전략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고 고충을 전했다.
마케팅사 스콘 이주연 대표 역시 “포스터 등 소위 ‘선재물’ 작업과 예고편 영상 준비 등 이미 계약이 돼 있는 영화의 개봉 준비는 계속해서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려되는 것 중 하나는 전문 인력의 이탈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인건비 충당 문제로 이어지고 폐업까지도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조사에 따르면 영화마케팅사의 61%는 ‘5명 이하’의 근로자로 운영되는 소규모 사업장이다.
강효미 회장은 “영화마케팅사의 모든 업무는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돌아간다. 기초체력이 강하지 않은 영세한 업계에서 5~10년 업력을 유지해온 마케팅사가 70% 이상이다. 그들이 다른 업계로 이탈하지 않고 영화계에 머물고 성장하며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 마케팅이 겨우 산업화된 상황에서 그 명맥이 끊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3년 최초로 영화마케팅사를 아우르는 협회를 발족한 업계는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미수금 회수 요청 등 업무 환경 개선에 힘써왔다.
지난 1일 정부가 영화계 지원책 중 하나로 발표한 ‘개봉 연기, 취소된 작품 마케팅 지원(20여 편)’에 관해서는 복수의 마케팅 관계자가 의문이 남는다고 봤다.
강효미 회장은 “’마케팅 지원’이라는 항목이 워낙 애매모호하다. 아마 거기에 마케터의 인건비는 포함돼있지 않을 것이다. 개봉일이 연기된 작품의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광고 노출 비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문제를 짚었다.
이어 “개봉이 연기, 취소된 작품일지라도 이미 마케팅 스태프는 계약이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일은 일대로 하면서 잔금 받을 날만 한없이 기다리는 마케터들의 타격을 고려해야 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이런 고충이 있으니 실효성 있는 대책을 달라고 말했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도움이 필요한 영화계 종사자는 영화진흥위원회 공정환경조성센터(센터장 김혜준)에 설치된 ‘코로나19 전담대응 TF’(직통전화 051-720-4866)의 상담 및 지원 제도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2020년 4월 9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