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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신간] 학교 밖 세상을 배움터로 삼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2020년 9월 24일 목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영화신간]은 무비스트가 새로 나온 영화 관련 책을 골라 독자에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는 독립 다큐멘터리영화 감독이자 ‘로드스쿨러’ 이길보라의 네덜란드 유학생활을 담아낸 에세이다. 이 책은 한국의 제도권 교육에 문제가 많고 외국의 교육이 더 낫다는 이야기를 논하는 유학 권장 도서가 아니다. 대신 삶과 예술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용감한 청년의 경험담을 통해 사회가 말하는 ‘정상’에서 한발 벗어난 삶이 어떠한지를 촘촘하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입술 대신 손과 표정으로 말하는 농인인 나의 부모는 몸으로 부딪치며 지식을 습득했다. 모르니까 일단 해보고 가보고 만져보고 느껴보기, 자연스레 내 삶의 방식도 그리되었다.”
시작은 고등학교 1학년, 고등학교가 아닌 세상을 학교 삼기로 결심하며 떠난 동남아시아 배낭여행이었다. 일단 학교를 떠나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경비를 모으기 위해 이른바 ‘셀프 펀딩’을 열고 주변 어른들의 도움으로 시작된 여행은 이길보라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 <로드스쿨러>(2008)로 이어졌다. 글쓰기, 여행, 영상 제작 등 일반적인 고등학교에선 얻기 힘든 특별한 경험을 담은 43분짜리 영화를 선보이며 감독으로 거듭난 그는 전문적인 영화 공부를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 이어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마련해 네덜란드 필름아카데미 유학길에 오른다. 그의 말처럼 네덜란드 역시 ‘유토피아’는 아닌지라 인종차별과 경제적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확실히 한국과는 달랐다. 각양각색의 배경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서 동경과 동정을 동시에 받았던 ‘코다’(CODA, Child of deaf adult, 청각 장애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비장애인 자녀) 출신의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이라는 위치는 별달리 주목받지 못했다. 주변의 담담한 반응은 이길보라 감독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깨달은 그는 그곳에서 또 한 번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게 된다.

“내가 가진 ‘다름’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경계인으로 살아온 경험이 예술가로서의 가장 큰 자산임을 말이다.”
네덜란드의 변화무쌍한 날씨와 낯선 문화에 적응해나가는 그의 여정은 코다로 태어나 청인과 농인 사이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던 유년기와 닮은 구석이 있다. 농인의 자녀로서, 감독이자 작가로서, 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그는 무수히 많은 경계에 부딪히며 부단히 깨지고 고민하고 마침내 방법을 찾아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길보라의 ‘길’을 따라가다보면 어느 순간 ‘남들과 달라도 괜찮다’는 잔잔한 위로와 결연한 다짐을 마주하게 된다.

책 정보: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이길보라 지음, 문학동네 펴냄, 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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