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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매력적인 도둑 ‘뤼팽’의 정취 품은, 넷플릭스 <뤼팽>
2021년 1월 27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아르생 뤼팽’,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에 의해 1905년에 탄생한 이 매력적인 도둑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본 일이 있을 터다. ‘뤼팽’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과연 어떤지.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으로 변주를 거듭해온 독보적인 IP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뤼팽>으로 새롭게 부활했다.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 ‘뤼팽’을 읽고 자란 소년

‘아산’(오마르 시)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청소부로 일하던 중, 사라졌던 마리앙투아네트의 목걸이가 발견돼 경매에 부쳐진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목걸이, 아산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계기가 된 ‘그것’을 훔치기로 한다. 목걸이의 원래 주인이자 아버지의 원수인 재벌 ‘펠레그리니’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산은 부지런히 팀을 꾸리고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한데… 어딘가 어설프고 손발이 맞지 않는다. 분초를 다투며 빠르게 목걸이를 훔쳐야 하건만 경비원을 잠재울 프로포폴(마취제)은 불량인 듯 효과가 떨어지고, 도주용으로 대기시킨 차는 고르고 골라 새빨간 스포츠카다. 마치 나 잡아보라는 듯. 게다가 아산과 팀원 사이의 신뢰감은 제로, 서로 뒤통수치기 바쁘다. 이쯤 되면 <뤼팽>의 분위기가 대략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마지막 선물로 남긴 책 ‘뤼팽’을 읽고 자란 소년이 ‘뤼팽’을 자처하며 벌이는 복수극’, 텍스트에 실린 무게감과는 달리 <뤼팽>은 위트 있고 경쾌한 분위기를 지향한다. 한편으론 허술해 보일 지경, 일단 정교하고 촘촘한 범죄 행각과는 거리가 멀다.

신이 내린 손놀림에 변신의 귀재, 딥페이크 디지털 기술력까지

아산이 직장을 구했노라며 이혼한 전 부인에게 아들의 양육비를 건넨다. 무능력한 가장이 정신 차려 청소 일자리를 구하고 갱생한 듯 보였는데 알고 보니 청소부가 본업이 아니다? 목걸이를 훔치려고 일부러 루브르 박물관에 취직했던 것, 범행 동료들도 사실은 생면부지의 사람들로 그들도 ‘아산’의 정체를 모른다. 빼어난 도둑이 있다면 그를 돋보이게 할 무능한 경찰의 존재는 필수다. <뤼팽>에서도 형사들은 우왕좌왕 뒷북치기 바쁘다. 뭐 아산이 신이 내린 손놀림으로 필요한 것을 쓱쓱 빼내고 변장 능력은 그 누구도 몰라볼 만큼 완벽하다는 설정이지만, 아산 외 다른 이들이 무능해도 너무 무능하다. 반면 아산은 삼엄한 경비를 유유히 뚫고 박물관, 호텔, 관공서 등을 제집처럼 드나든다. 심지어 감옥도 마찬가지다. 들어가는 것도 나오는 것도 모두 ‘뤼팽=아산’ 마음대로다. 게다가 디지털 기술력까지 갖춰 딥페이크로 신분을 위장하고 상대를 협박하는 등 못 하는 일이 없는 능력자다.

조력자들- 어린 아산, 성인 아산 둘 다 옴므 파탈 제대로

펠리그리니의 목걸이를 훔쳤다고 누명을 쓴 아산의 아버지는 감옥에 간다. 형량 거래에 속아 유죄를 인정하지만, 결국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 시설에 들어가야 할 처지에 놓인 어린 아산, 이름 없는 후원자가 등장해 그를 유서 깊은 사립학교에 입학시킨다. 현재와 과거를 교차로 보여주는 <뤼팽>은 속도감 있고 리드미컬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과하게 친절하지도 그렇다고 물음표가 둥둥 떠다릴 정도로 불친절하지도 않다. 적당히 치고 빠지며 감칠맛 나게 정보를 제공해 기분 좋은 감상을 유도한다. 인물 중심의 콘텐츠에 걸맞게 ‘아산’이 내뿜는 매력도 제대로다. 똘망똘망한 어린 아산의 수줍은 듯 과감한 언행은 엄마 미소로 지켜보게 한다. 성인 아산을 연기한 오마르 시는 챕터를 거듭하면서 ‘뤼팽’의 정취를 점차 진하게 풍긴다. 약간의 허세, 자신만만하고 여유롭고 정의로운 그는 옴므 파탈을 넘어 인간적인 끌림을 확보한다. 전 부인, 펠레그리니의 딸 그리고 수족 같은 친구가 그의 주위에 괜히 머무는 게 아니다.

아버지-아들, 가족애로 보편적인 공감대 확보

<뤼팽>에서 메인 빌런은 대 재벌 펠리그리니이다. 처음부터 밝히고 들어가기에 수수께끼를 풀 필요는 없다. 관건은 아산이 어떻게 그의 죄를 까발리냐는 것이다. 50분 내외의 다섯 챕터를 구성된 시즌1은 아버지-아산의 관계를 조명해 ‘아산=뤼팽’의 탄생 배경을 다진 초반을 넘어서며 점차 아산-아들의 관계로 무게 중심을 이동한다. 아버지가 그랬듯 아산도 그의 아들에게 ‘뤼팽’ 책을 선물하고 평소 핸드폰만 들여다보던 아들은 책에 푹 빠진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 쳅터5에서는 아산의 정체를 알게 된 펠리그리니의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되는데 아들이 그 키로 기능한다. 한창 스토리가 물오르는 순간 끝난 시즌1에 이어 시즌2는 도대체 언제 나올지, 기다림은 대체로 그렇듯 망각과 함께 간다. 부디 너무 늦게 나오지는 말기를!


사진출처_넷플릭스

2021년 1월 27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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