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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하반기 멜러영화 세 편의 '어떤' 경향.
[엽기적인 그녀], [봄날은 간다], [와니와 준하] | 2001년 9월 27일 목요일 | 컨텐츠 기획팀 이메일

◈ 한국영화의 전통적 주력 장르, 멜러

한국영화사에서 멜러영화는 지속적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온 장르이다.
한국 멜러영화는 한국영화 초창기의 신파 멜러부터 60년대 고무신 관객을 불러모았던 최루성 멜러, 90년대에 각광 받은 코믹멜러를 거치며 한국 영화의 주력 장르로서 많은 관객과 친밀하게 호흡해왔다.
또한 [접속]의 전도연, [8월의 크리스마스]의 심은하 등은 멜러 영화를 통해 재발견되어 한국영화를 살찌운 여배우들이다.
[은행나무침대],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석규, [편지]와 [약속]의 박신양 역시 멜러영화를 통해 대중적 지지기반과 자신의 대표적 이미지를 형성했다.
다른 한편으로 멜러는 한국 영화계에 감독, 배우 등의 새로운 피를 수혈해주는 통로로 공인된 장르이기도 하다.
[접속]의 장윤현,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 [해피 엔드]의 정지우, [번지점프를 하다]의 김대승 등이 비교적 적은 예산의 멜러를 통해 동시대 감성, 섬세한 연출력을 드러내며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했다.

2001년 하반기에는 블록버스터와 액션물들 사이 사이에 7월말의 [엽기적인 그녀]를 시작으로 9월말의 [봄날은 간다],11월말의 [와니와 준하]까지 공교롭게도 정확히 2달 간격으로 멜러영화가 관객들과 만난다.
톱스타 캐스팅을 기본으로 삼고 각각의 독특함과 새로움으로 내적 완성도를 갖춘 하반기 멜러영화 3편을 통해 한국 멜러영화의 경향과 변화를 짚어본다.

▶ 7월말 : 20대 초반 - N세대의 엽기발랄 사랑이야기 [엽기적인 그녀]

2001년 하반기 멜러영화는 [엽기적인 그녀]로 그 화려한 신호탄을 쏘았다.
[엽기적인 그녀]가 가지는 기존 멜러와의 차별점은 N세대의 다양한 코드들을 적극적으로 담아냈다는 점.
원작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유명한 인터넷 연재물이고, 견우와 그녀 커플은 20대 초반을 중심으로 급증한 '엽기'적인 여성상위 커플이다.
20대 초반에게 가장 인기 있는 N세대 스타인 전지현, 차태현의 가장 상징적인 이미지, 즉 광고 이미지를 그대로 끌어온 점이나 그들이 여성상위 커플로 나온다는 점도 동세대의 공감과 지지를 얻은 요인이었다.
또한 인터넷 연재물이었던 태생적 특징을 적극적으로 살려 코믹한 에피소드 중심의 나열식 구성으로 작정하고 웃음을 만들어내어 호응을 얻었다.

▶ 9월말 : 20대 후반 - 쓸쓸한 작가주의 멜러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는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 작가주의 멜러영화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요소를 배재한 것은 아니다.
[엽기적인 그녀]가 20대 초반의 지지를 기반으로 했다면 [봄날은 간다]는 사랑의 덧없음을 이미 깨달았음직한 20대 후반 세대의 감성에 적절하게 호소한다.
20대 후반 세대들에게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는 사랑과 결혼이라는 소재를 반영하였으며, 사운드 엔지니어와 방송국 PD라는 전문직업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런 설정과 함께 주목을 끄는 부분은 최근에 급증한 연상연하 커플 설정.
모 커피 CF에서 '사랑스런 연하의 남자'로 등장했던 유지태의 이미지가 수용되었다.
연하남 유지태는 이혼경력이 있는 연상녀로 등장한 이영애와 사랑의 스러져감을 쓸쓸히 열연했다.

▶ 11월말 : 20대 중반 - 동거커플의 일, 사랑, 성장을 그리는 순정영화 [와니와 준하]

올해 마지막 멜러영화 [와니와 준하]는 단편으로 이름을 알린 김용균 감독의 장편데뷰작.
그가 단편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다루어왔던 '청춘'에 대한 관심과 독특한 기법 시도가 장편에도 이어진다.
20대 중반 동거커플을 중심으로 우리시대 20대의 사랑, 일, 성장을 순정풍으로 그리는 영화.
요즘의 20대가 애호하는 대표적 문화장르인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내용과 형식 양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였다.
여주인공 와니의 직업이 애니메이터일 뿐만 아니라, 영화의 시작과 끝부분에 7분 분량의 수채화풍 애니메이션이 인상적으로 삽입된다.
매 프레임이 액자에 걸어두고 싶을 정도의 높은 완성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애니메이션은 [와니와 준하]의 매력을 배가시킬 비장의 카드.
또한 몇몇 주요 씬에서는 만화적 상상력을 빌린 장면설정으로 '순정영화'만의 묘한 기분을 전한다.
신선한 감각과 독특한 스타일이 돋보이는 [와니와 준하]는 내용적으로 '자유, 개인'으로 대변되는 우리시대 20대의 정서를 십분 반영하고 있다.
주인공인 애니메이터 와니와 시나리오 작가 준하는 '출세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 가치를 두는' 20대의 아이콘.
그들의 동거도 기성세대의 편견과 달리 동세대 감성 그대로 '쿨하게' 그려진다.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차태현,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 유지태가 각각 자신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보여주었다면, [와니와 준하]의 김희선, 주진모는 그 반대 경우. 오랜 동안 발랄하고 거침없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김희선은 이 작품에서 겉으론 무심하지만 속은 여린 내성적인 캐릭터로 완벽 변신하여 '새로운 김희선'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주진모는 기존의 심각하고 무거운 이미지를 벗고 귀엽고 포근한 남자로서의 매력을 한껏 드러냈다.
실제 나이도 20대 중반인 청춘스타 김희선과 주진모, 그리고 연기파 신예 조승우, 최강희가 각자 자기 또래의 캐릭터를 맡아 어느 때보다 친근하고 실감나는 연기를 펼쳤다.
그들의 사인사색 캐릭터와 사랑방식도 [와니와 준하]에 풍부한 공감의 여지를 형성한다.
20대의 감성과 라이프 스타일을 전면적으로 반영한 [와니와 준하]는 우리시대 20대와 깊이 교감하며 폭넓은 공감을 나누고자 한다.

◈2001년 하반기 멜러 : 동세대 정서와 청춘문화를 수용, 공감과 신선함으로 승부한다.

2001년 상반기에 비해 작품 숫자는 줄었지만 뚜렷한 경향 변화를 보이는 하반기 멜러영화.
동세대 감성과 신선한 감각이 기반이 된 영화들이라는 점에서 '폭발적인 흥행잠재력'이 점쳐지고 있다.
또 톱스타급 남녀배우의 향후 판도변화를 예상케 할 만큼 캐릭터의 매력과 비중이 큰 영화들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른 스타일의 청춘 감각을 가진 세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영화계의 특별한 관심을 모은다.
하반기 멜러는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관객의 폭발적인 호응과 지지를 받아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제 [봄날은 간다]의 개봉이 임박했다.
그리고 올해 마지막 멜러영화로 [와니와 준하]가 대기하고 있다.
이 세 작품이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 지를 지켜보면 2001년 하반기 멜러가 단순히 경향 변화와 소재의 다양화에 그칠지, 아니면 더 나아가 한국영화에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적인 변화의 시작인지 가늠해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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