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최초평가! 창작적 열의보다 앞선 복제적 욕망!
아름답다 | 2008년 2월 1일 금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김기덕 필름, 김기덕 제작, 김기덕 원작. 전재홍 감독의 데뷔작은 김기덕 감독과의 연관성을 여러 통로로 드러내고 있다. <아름답다>는 김기덕 감독을 답습한 전재홍 감독의 영화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의 데뷔작이다. 첫 작품에서 그는 자신의 출신성분을 거리낌없이, 혹은 어쩔 수 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만 같다.

주어와 보어를 배제한 서술적인 형용사형 제목은 극중 인물인 은영(차수연)에게 집중포화처럼 쏟아지는 일상적 관용어구다.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은영은 ‘운명적인 아름다움’을 타고난 덕분에 세상이 그녀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길을 지나가다 마주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그녀에게 시선을 돌리고 심지어 초면에 말을 걸기까지 한다. 오랜 친구의 남자친구는 애인 몰래 매일같이 수작을 걸고 그녀의 집으로 배달되는 꽃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그녀에게 축복과도 같던 아름다움은 그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탐닉에서 비롯된 육욕에 찬 손길을 거치며 저주로 돌변한다.

극 안에서 은영은 미를 갈구하는 남자들의 표적이 될 정도로 아름다운 존재다. 하지만 실제로 은영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을 일시적으로 홀릴 만큼 절대적인 미를 지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는 은영을 연기하는 차수연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름답다>가 은영이란 캐릭터에게 부여한 상징성의 그릇이 그 캐릭터의 실제를 고려할 의미가 없음을 뜻한다. 동시에 다만 그것이 어느 정도 구실이 된다면 상관없음을 의미한다. 차수연의 외모는 아름답다는 어휘를 납득시킬만한 조건을 충족하고 이를 통해 영화는 캐릭터에 어떤 상징성을 부여한다. 은영에게 부여되는 아름답다는 수식어는 인물의 개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추구하는 외모지상주의와 결부되는 발언에 가깝다. 아름답다고 느끼기 이전에 아름답다고 규정된 것. 결국 은영에게 모든 남자들이 접근하고 추근대는 건 사회적으로 융통된 미적 자질에 대한 우상 숭배를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셈이다.

미적 가치가 하나의 정형성으로 통일되고 내면적 동화를 무시한 일방적인 소유로 통용되려 할 때, ‘아름답다’는 말은 찬사에서 협박이 된다. 자신을 사모한다는 남자에게 강간당한 은영은 일방적인 미적 가치를 양산한 사회적 체제의 부추김으로부터 유린당한 개인을 일반화시킨다. 게다가 되려 ‘이런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이 죄’라는 의식을 일부적으로 드러내기까지 하는 체제 안에서 그녀의 미적 자질은 피학의 위기로부터 방치된 덫과 같다. 결국 은영은 일방적인 사회의 가학적 시선에 의해 폭식증과 거식증을 오가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훼손하고자 하는 광기에 몰입한다. 은영은 일획적인 아름다움을 상품화시키고 이를 무분별하게 신봉하는 세태에 대한 공포를 상징한다.

동시에 <아름답다>는 은철(이천희)의 헌신적인 감정을 통해 멜로적 파토스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은철 역시 은영의 아름다움에 구속된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외모에 심취된 것 같지만 그는 조금 다르다. -실제로 그는 다른 남자들과 달리 그녀와의 첫만남에서 그녀에게 추근대지 않는다.- 은철의 사랑은 단순히 자기 본위의 에로스라기보다 타인 본위의 아가페에 가깝다. 그는 은영의 심리적 붕괴를 야기시킨 스토커와 달리 그녀의 붕괴된 심리적 잔해를 뒤따라 돌본다. 하지만 그의 진심은 파편처럼 깨져버린 은영의 마음에 평정심을 부여하지 못하고 그녀의 주변을 유령처럼 맴돈다. 은철은 은영과 마찬가지로 세태가 잉태한 두 번째 피해자이자 파국을 맞이하는 비극적 운명의 요체다. 은영과 은철은 미의 탐닉에 몰입하는 사회적 광기의 폭력적 욕망에 속박된 자아로 몰락한다. 그래서 그 어긋난 욕망으로 충만한 세태에서 자기 희생만이 유일한 자기증명의 방식임을 깨닫게 된 은철은 파국적인 결심을 도모하며 비극으로 자신을 증명한다.

<아름답다>는 일반화된 아름다움을 수용하고 그것을 탐닉하는 일방적 세태에 대한 공포를 다양한 상징과 은유의 양식으로 영화화한다. 이는 플롯과 내러티브의 개념을 파편화시켜 자기 방식의 상징과 은유의 관념을 끼워 넣는 김기덕 감독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동시에 그것은 애초에 김기덕 감독의 원작을 영화화하는 전재홍 감독이 선택했어야 할, 혹은 그가 선택하고자 했던 방식이었을 것이다. 결국 <아름답다>는 전재홍 감독이 답습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이며 김기덕 감독의 방식을 따라가려 한 전재홍 감독의 욕망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때문에 <아름답다>는 그 안에서 전재홍 감독의 것은 무엇인가라고 되묻고 싶게 만든다. 마치 균일화된 아름다움에 탐닉하는 세태에 대한 공포와 마찬가지로 <아름답다>는 김기덕 감독에 대한 전재홍 감독의 일방적인 탐닉에 대한 우려를 부른다. 물론 <아름답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한국영화계의 재원을 발견했다고 말할 정도의 가치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이 창작의 가능성인지, 단순히 복제의 가능성인지 가늠할 수 없다. 결국 <아름답다>는 김기덕 감독의 영향력을 증명할 뿐, 전재홍 감독의 가능성을 설득하는 영화가 아니다. 이는 작품이 지닌 흥미로운 시선과 별개로 석연치 않은 인상을 남긴다.

2008년 2월 1일 금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김기덕 감독의 문법을 따른 전재홍 감독, 일단 그 방식을 인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신비로운 매력녀 차수연의 세 번째 필모그래피, 그녀의 열연이 아름답다.
-외모지상주의의 일방적 체제에서 벌어지는 피학적 공포, 그 기이한 세태를 조명하다.
-상징과 은유, 김기덕 감독이 당신을 매혹하던 그 태도적 방식을 이 영화는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전라를 불사한 이천희의 열연, <세븐데이즈>의 잔인한 살인마 최명수의 감질나는 형사 연기.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라고 해도 상관없을 것만 같다. 전재홍 감독의 색은 보이지 않는다.
-당신이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역시 별 수 없을 것 같다.
-신인들로 이뤄진 조연진은 종종 경험미숙의 빈틈을 드러낸다.
36 )
gaeddorai
영화가 너무 오바가 심해서 오글거려 못 보겠드라;   
2009-02-19 20:02
kyikyiyi
김기덕 감독영화도 흥행성은 없어도 볼만해요   
2008-05-07 14:11
callyoungsin
김기덕감독영화 흥행성이 떨어져서 그렇지 괜찮아요   
2008-05-07 10:23
enmi0825
아   
2008-02-19 18:14
navy1003
정말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2008-02-16 13:57
gt0110
궁금하다 하지만...   
2008-02-16 01:11
theone777
오호   
2008-02-15 17:43
navy1003
잘 읽고 갑니다.   
2008-02-11 22:25
1 | 2 | 3 | 4 | 5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