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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사이버 세계에서 벌이는 가족대통합 작전
썸머 워즈 | 2009년 8월 10일 월요일 | 하정민 이메일


호소다 마모루는 디지털 도구로 아날로그적 감성을 이야기하는 재주가 있는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에서 '타임리프'를 통해 10대 소녀의 그리움과 상실감을 이야기한 호소다 감독은 <썸머 워즈>에서 사이버 가상 세계를 무대로 다시 한 번 보편적인 감성을 펼쳐 보인다.

'OZ'는 최첨단 보안기술로 만들어진 사이버 가상 세계. 핸드폰, 컴퓨터, 게임기 등으로 접속 가능하며 개인 아바타를 가진 사용자는 쇼핑, 영화, 음악은 물론 현실의 교통, 의료, 소방, 군사, 행정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천재 수학 소년 고이소 겐지(카미키 류노스케)는 OZ의 서버관리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름방학을 보내던 중 짝사랑하던 나츠키 선배(사쿠라바 나나미)의 부탁을 받아 그녀의 고향마을에 함께 내려온다. 27명에 달하는 나츠키 가족의 관심으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겐지는 늦은 밤 수백 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천재의 본능으로 겐지는 숫자의 수수께끼를 하루 밤 사이에 풀어 답신을 보낸다. 하지만 겐지의 의미 없는 행동은 이튿날 세상에 재앙을 불러온다. 그가 푼 숫자는 OZ의 보안 시스템을 뚫는 암호였던 것. OZ와 현실세계에는 정체불명의 침입자로 가공할만한 위험이 닥쳐오고 겐지와 나츠키 가족은 인류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썸머워즈>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감동을 간직하고 있는 관객에게는 만족할만한 혹은 의외의 작품일 수 있다. 호소다 감독은 전작에서 보여준 SF적 상상력을 더 밀어붙인다. 프롤로그를 채우는 것은 사이버 세계 OZ에 대한 소개다. 현실을 모형으로 뜬 OZ 내부는 마치 시뮬레이션 게임 속 동영상 같고 사이버 세계를 누비는 아바타들의 모습은 <파프리카>(2007)의 무차별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OZ의 소개가 끝난 후 영화는 현실로 돌아와 한낮의 교정을 비춘다. 학교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두 남학생과 그들을 찾아온 한 여학생 사이에는 수줍은 감정이 피어오른다. 이후 따사로운 전원풍경이 펼쳐지고 대가족이 왁자지껄하게 등장한다. 이렇듯 <썸머워즈>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이버 세계와 한 여름 시골마을 정경을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이야기의 중심은 본의 아니게 겐지가 촉발시킨 OZ 대란이다. 시골생활과는 무관할 것 같았던 사건은 겐지 외에도 가족의 몇 명이 OZ에 깊이 연루돼 있음이 드러나면서 나츠키 가족과 OZ와의 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나츠키의 사촌동생 카즈마가 OZ 세계 격투기 챔피언 아바타 '킹 카즈마'이고 이 모든 재앙을 불러온 침입자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람이 10년 만에 고향을 찾은 삼촌 와비스케임이 밝혀진 것. 무엇보다 교통과 의료서비스 마비로 가족의 정신적 지주인 할머니를 잃게 되자 나츠키 가족은 전쟁의 전면으로 나선다.

미래적 판타지를 표방하며 그럴싸한 상상력과 비주얼을 보여주지만 <썸머워즈>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나 <공각기동대> 같은 본격 SF애니메이션이 아니다.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는 것은 사이버 전쟁이지만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현란한 게임 비주얼보다는 10대 소년소녀사이를 오가는 청량한 에너지와 가족애라는 전통적인 가치다. 수채화 같은 시골마을 풍경과 10대 시절의 싱그러운 로맨스는 전작의 감성을 환기시킨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집필한 작가 오쿠데라 사토코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캐릭터 디자이너가 차별화된 개성을 입힌 27명의 대가족은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로 극을 다채롭게 이끈다. 무엇보다 <썸머워즈>가 방점을 찍는 테마는 가족애다. “고도로 진화된 사이버 네트워크라 할지라도 그 짜임이 가족애보다 더 끈끈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감독의 설명대로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에게 소원했던 가족은 가문과 인류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자 하나로 똘똘 뭉친다. 어린아이들까지 가세해서 핸드폰과 게임기로 침입자를 물리치는 후반부 장면은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용기와 정의, 가족애라는 순수한 가치를 설파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미래적 상상력과 전통적인 테마가 전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처럼 매끄러운 조화를 이루었는지는 살짝 의문이다. 현재와 과거를 뛰어넘으며 10대 시절의 상실감과 간절함을 자연스럽게 끄집어냈던 전작에 비해 사이버 전쟁을 소재로 가족애를 전달하는 <썸머워즈>의 이야기 구조는 다소 평면적이다. OZ 대란이 가족의 화합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종종 지나친 비약으로 설득력을 잃기도 한다. 사이버 세계에서 현실로 전환되는 (혹은 역으로) 몇몇 장면들이 생뚱맞게 느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때문에 이야기의 허술함을 채우는 따뜻한 정서와 감성도 <시간을 달리는 소녀>만한 울림을 갖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그의 전작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갖는 감정일 수 있다. 한 시절에 대한 성찰이나 잊지 못할 감동의 묵직함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썸머워즈>는 한 여름에 마시는 청량음료처럼 상쾌하고 맑은 애니메이션이 될 수 있다.

2009년 8월 10일 월요일 | 글_하정민(무비스트)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사춘기적 감성은 이어진다.
-현실세계의 축소판 OZ의 세계 그럴듯하네.
-서정적인 그림체, 따뜻한 정서가 이야기와 상관없이 그 시절로 인도한다.
-만화적 상상력과 수채화 같은 영상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SF 장르를 통해 아날로그적 가치와 정서를 전달하는 호소다 감독의 재능과 감성
-'사이버 세상', '아바타' 하니까 뜬금없이 7년 전 <후아유>가 떠오르는 것은 나뿐? 그만큼 신선한 소재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
-가족애를 전달하기 위해 사이버 전쟁을 끌어들여야 하는 이유 혹은 사이버 전쟁이 가족애로 귀결돼야하는 이유는?
-SF물에도 청춘물에도 확실한 방점을 찍진 못한다.
20 )
loop1434
굳   
2010-07-25 22:25
kisemo
잘봤습니다~   
2010-03-24 16:15
naredfoxx
고스톱이 세상을 구하는 ㅋㅋㅋ   
2010-01-01 17:36
nada356
시달소 같은 걸 보고 싶었는데.   
2009-12-03 22:32
ldk209
식구의 개념을 정확히 정리...   
2009-08-31 18:29
didi79
이야 정말 기대되요~~   
2009-08-24 01:03
ldk209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감독이라면....   
2009-08-19 11:30
iamjo
기대 됩니다   
2009-08-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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