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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돈에 웃고, 돈에 우는 10개의 인생극장
황금시대 | 2009년 9월 14일 월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황금시대>는 돈을 주제로 10명의 감독들이 모여서 만든 10개의 옴니버스 영화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기도 했던 <황금시대>는 <여고괴담 4>의 최익한 감독, <아이들은 잠시 외출했을 뿐이다>의 남다정 감독, <새드무비>의 권종관 감독, <후회하지 않아>의 이송희일 감독, <어느날 갑자기>의 김은경 감독,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의 양해훈 감독, <빛나는 거짓>의 채기 감독,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 감독, <거울속으로>의 김성호 감독, 마지막으로 <보트>의 김영남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감독들은 멜로, 공포, 코미디, 드라마 등의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며 돈을 바라보는 10개의 시선을 만들어 냈다.

최익환 감독의 <유언 LIVE>은 돈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는 두 청년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들은 부동산 아저씨에게 사기를 당해 가게와 자신들이 모아놓은 돈 까지 모두 날린다. 하는 일 마다 실패를 맛보는 그들은 죽기로 결심하지만 자살 또한 쉽지 않다. 최익환 감독은 세상으로부터 사기당한 두 청년을 주인공으로 블랙코미디 한편을 만들었다. 어설픈 자살 시도, 의도하지 않았던 여자 친구의 방문, 가짜 독약에 또 사기를 당한 그들. 영화는 원신 원컷으로 생생한 영상을 전하며 관객으로부터 씁쓸한 웃음을 유도한다.

두 번째 단편인 남다정 감독의 <담배값>은 돈에 얽힌 사회의 참혹한 이면을 들춰낸다. 담배 피는 여학생, 담배 심부름을 하는 노숙자, 그리고 그 상황을 취재하는 리포터. 영화는 세 명의 인물들을 통해 돈으로 이루어지는 권력 구도를 그린다. 감독은 단 돈 2,500원의 담배값으로 강자와 약자가 나눠지는 현실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그 이면에 담긴 무서움을 전한다.

사람들은 돈을 만지는 순간부터 순수함을 잃어간다. 권종관 감독의 <동전 모으는 아이>는 한 소년의 첫사랑을 소재로 돈에 대한 이중성을 이야기 한다. 큰 유리병에 동전을 모으는 소년(기파랑)이 있다. 그는 한 소녀를 남몰래 짝사랑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소녀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다. 그들은 우연히 하교길을 동행하며 공연을 보러 가자고 약속한다. 소년은 공연을 보기 위해 이제까지 모은 동전을 쓰기로 마음먹지만 시간이 지나도 소녀는 오지 않는다. 극중 소년이 계속해서 모으는 동전은 자신의 꿈과 사랑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그러나 마지막 소녀의 말 한마디는 소년의 순수함을 파괴하고 참혹한 현실을 맞닥뜨리게 한다. 감독은 멜로 요소를 잘 활용하면서 마지막 소년의 극단적인 행동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또한 예전 류덕환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기파랑의 연기는 영화의 힘을 실어준다.

이송희일 감독의 <불안>은 돈 때문에 파괴되어가는 부부를 주인공으로 불안한 심리묘사를 표현한다. 오랜만에 여행을 떠난 부부. 갑자기 고장 난 차로 인해 외진 곳에 멈춰 서자 아내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한다. 감독은 주식으로 모든 것을 잃은 한 부부의 일상을 따라가며 그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카메라는 핸드헬드로 긴장감을 표현하고 배우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불안한 심리를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또한 주인공들의 어두운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건조한 영상톤과 박미현, 박원상의 호연은 영화의 밀도를 높인다.

<톱>은 돈을 소재로 공포를 전한다. 철물점의 하루를 마감하는 남자. 그 때 비를 흠뻑 맞고 들어온 의문의 여자는 톱을 찾는다. 인근 철물점에서 톱을 산 후 사람을 토막 낸 사건을 접한 김은경 감독은 철물점이라는 일상적 공간을 차용한다. 영화는 생활에 필요한 것이지만 살인 도구가 될 수 있는 철물점의 물건처럼 돈의 극단적 양면성을 보여준다. 때문에 마지막 피 묻은 지폐는 관객에게 섬뜩한 이미지로 기억된다.

양해훈 감독의 <시트콤>은 사람보다 돈이 우선인 세상을 비꼬는 영화다. 철거민들이 불 타 죽은 자리에 건물을 세우고 돈을 받아 챙기는 악덕업자. 극중 두 주인공은 그를 없애는 계획을 세우고 악덕업자가 운영하는 나이트클럽에서 최후의 만찬을 즐긴다. 그러나 옆방에 있던 상속녀가 오면서 예상 밖의 일들이 벌어진다. 감독의 말처럼 세상을 어지럽히는 근본 원인은 돈이다. 사회는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점점 시트콤처럼 되어간다. 실제 TV 시트콤에 출연했던 노형욱, 윤영삼, 소유진의 연기는 영화가 보여주려는 아이러니한 세상을 돋보이게 만든다.

<가장 빨리 달리는 남자>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숙자가 주인공이다. 채기 감독은 별다른 서사 없이 그의 하루를 따라간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그는 느리고 여유 있는 삶을 산다. 돈을 벌기 위해 움직이는 일반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을 위해 움직이는 그의 모습에 관객은 각자의 삶을 되돌아 볼 수 기회를 만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가 가장 빨리 달리는 남자라고 인정하게 된다.

<신자유청년>은 재기 발랄한 윤성호 감독 특유의 연출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1년 넘게 로또 1등에 당첨된 입경업(임원희). 고시원 총무였던 그는 한번에 4,000억 원이라는 돈을 얻게 되고 그의 행보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다.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입경업의 리얼?스토리를 전한다. 감독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 사회, 경제의 문제점들을 다루며 세태 풍자를 보여준다. 더불어 임원희와 특별출연한 진중권, 이명선 아나운서, 양해운 감독, 유운성 프로그래머의 색다른 변신은 영화에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그룹 ‘롤러코스터’ 보컬 조원선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페니러버>는 10편의 영화중에서 가장 멜로적인 감성을 전한다. 연하의 남자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10원짜리 동전을 받는 그녀. 세월이 흘러 우연히 지갑에서 그 동전을 보게 되고 잊혀 진 줄 알았던 그때의 추억을 다시 떠올린다. 영화는 의미가 담긴 동전 때문에 힘들어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감독은 주인공을 통해 10원짜리처럼 하찮은 감정일지라도 의미가 부여되면 큰 동요를 불러일으킨다고 전한다. 극 중 조원선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건조한 표정은 그리움이 깔려있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김영남 감독의 <백개의 못, 사슴의 뿔>은 따뜻한 인간애를 이야기한다.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월급을 받지 못한 미숙(조은지)은 사장을 찾아간다. 어렵게 사장(오달수)을 만난 미숙은 밀린 월급에 대해 얘기 하지만 점점 자신이 처한 현실의 푸념을 늘어놓는다. 월급을 못 받아 어렵게 살고 있는 미숙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젊은 날 고생했던 이야기로 위로해 주는 사장. 공장이 문을 닫게 되어 힘들고 외롭다는 사장에게 친구의 개를 놓고 가며 외로움을 달래라는 미숙. 감독은 돈 때문에 얽힌 그들이지만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힘든 현실을 이겨내 보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마지막 트럭에서 쏟아진 물통을 서로 도와가며 싣는 장면에서 삶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황금시대>는 돈에 울고 돈에 웃는 인생들을 보여준다.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비춰주는 거울인 셈이다. 이는 서로 다른 10개의 단편을 하나의 장편영화로 인식하게 만드는 역할로 작용한다. 특히, 각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편차는 존재하지만 어느 하나 버리기 아까울 만큼 저마다 기본 이상의 재미와 탄탄한 밀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황금시대>의 장점이다. 고단한 한국사회의 현실을 발랄한 정서로 길어올린 돈에 관한 옴니버스 <황금시대>, 돈 값은 충분히 하니 한번쯤 맞닥뜨려 보시길 권한다.

글_ 김한규 기자(무비스트)




-돈의 숨겨진 이면을 바라보는10개의 시선
-1석 10조의 행운. <황금시대>에서만 만날 수 있다.
-신예 기파랑 발견. 롤러코스터 조원선의 매력에 푹 빠지다.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재미의 편차는 있다.
-영화에서까지 고단한 현실을 마주해야 하나!
6 )
kisemo
잘 읽었습니다 ^^   
2010-03-19 21:02
nada356
10개를 한꺼번에 다 보기에는 조금 지루할듯.   
2009-12-03 20:26
hyosinkim
기대되네요   
2009-09-23 08:46
mvgirl
돈에 대한 10가지 색다른 시각   
2009-09-20 14:57
gkffkekd333
기대됩니다~!   
2009-09-16 00:57
ooyyrr1004
에피소드별 편차가 문제가 되겠구뇽   
2009-09-1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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