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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울고, 돈에 웃는 세상 (오락성 6 작품성 5)
불량남녀 | 2010년 11월 1일 월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종종 평단과 관객과의 반응이 엇갈리는 영화가 있다. 그중에 한 작품인 김현석 감독의 <스카우트>는 평단과 관객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렸다. 1980년대 광주 민주화 운동의 시대상을 코믹과 멜로로 잘 녹여낸 이 영화는 관객의 사랑을 못 받은채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췄다. 이후 주연을 맡은 임창정과 엄지원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다른 작품에서 만날 것을 기약했고, 그들은 <불량남녀>에서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범인을 잡기 위해 오늘도 달리는 형사 방극현(임창정). 그는 친구의 보증을 잘못섰다가 대신 체납자 신세가 됐다. 30분마다 울려대는 전화벨소리에 다 잡았던 범인도 놓치는 극현은 담당 채권추심원 김무령(엄지원)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이에 질세라 무령도 극현이 일하는 경찰서에 들어가 망신을 준다.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는 이 둘은 점점 전화통화를 하면서 정이 쌓이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이가 된다. 어느덧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무르익을 무렵, 무령이 괴한에게 납치되어 위험에 빠지고, 극현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다.

다시 한 번 두 배우가 의기투합한 <불량남녀>는 돈에 관련된 코미디 영화다. 실제 감독이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는 돈 때문에 벌어지는 황당한 이야기로 진행된다. 범인들이 눈치 채지 않게 조심 조심 다가가지만 결국 핸드폰 벨소리 때문에 범인을 놓쳐버리는 극현과 술에 취해 경찰서에서 잠을 자고 부끄러워 일어나지 못하는 무령의 이야기는 번갈아가며 유쾌함을 전한다. 이어 경찰서에서 다짜고짜 말싸움을 벌이며 인신공격까지 하는 둘의 모습은 사각의 링에서 벌어지는 타이틀매치처럼 보인다. 특히 서로의 전화 연기 때 실제 전화통화를 하면서 연기를 했다는 전화장면은 실제 만나서 싸우는 장면보다 실감난다.

뭐니 뭐니 해도 영화의 일등공신은 임창정과 엄지원이다. <스카우트>에서 풀지 못한 한을 풀듯 두 배우의 호흡은 잘 맞는다. 코미디로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임창정은 코믹한 연기와 함께 돈 때문에 울고, 돈 때문에 웃는 서민의 삶을 보여준다. 코믹이란 첨가물이 삽입되었지만 임창정의 대사와 연기는 현실의 고단함과 힘듦이 묻어나온다. 그와 함께 영화를 이끄는 엄지원은 코믹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결혼을 위해서라면 물불안가리는 캐릭터로 코믹 연기를 시도했던 엄지원은 그 연장선상으로 코믹함이 더 업그레이드 된 캐릭터로 분한다. 그는 우스꽝스러운 퍼포먼스로 일관하는 코믹함이 아닌 빗발치는 대사로 웃음을 준다. 특히 임창정이 말 한마디 못할 정도로 수없이 뱉어내는 엄지원의 대사연기는 그 자체로 유쾌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사랑이 이뤄지는 시점부터다. 이들의 대결구도로 팽팽했던 긴장감은 영화 중반 이후부터 점점 느슨해진다. 두 인물이 돈 때문에 싸우다 점차 사랑에 빠지는 구도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멜로 라인이 너무 평이하게 흘러간다. 오해와 불신으로 전화가 안 되고, 그녀의 집까지 찾아가는 극현의 행동은 다른 영화에서 익히 봐 왔던 모습이다. 또한 그들을 극적으로 만나게 하기 위한 과정이 너무 길다. 이로 인해 마지막 그들의 사랑이 이뤄지는 순간 맥이 빠진다. 나름대로 돈 때문에 생기는 사회적인 문제를 코미디로 잘 융합했지만 사랑으로 매듭짓는 마무리는 아쉬움을 남긴다.

2010년 11월 1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이런 경우를 겪어 본 사람들은 공감하면서 볼 영화.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두 배우의 호흡이 좋다!
-임창정의 애드리브, 엄지원의 빗발치는 대사 연기.
-사각의 링이 사랑의 링으로 바뀌는 그 순간, 재미가 반감.
-임창정 표 코미디는 식상하다는 분들은 어쩔 수 없죠.
-과연 이런 악연으로 만난 사람들이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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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w82
철천지 웬수처럼 티격태격하다가 어떤 계기를 빌어 (혹은 서서히) 사랑에 빠지는 남녀 주인공. 참 식상하지만 계속 반복되는 스토리인 것 같아요. 증오가 애증이 되고 애증이 애정이 되는 과정이 좀 더 그럴듯하면 좋았을텐데...!   
2010-11-0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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