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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안하다, 전쟁, 아니 전투영화다 (오락성 6 작품성 4)
월드 인베이젼 | 2011년 3월 9일 수요일 | 하성태 기자 이메일

외계인 침공이란 소재와 ‘World Invasion’이란 제목의 SF 재난 블록버스터. 여기까지 듣는다면, <인디펜던스 데이>부터 <우주전쟁> <화성침공> <지구가 멈추는 날> <클로버필드> 등 연상되거나 열거할 수 있는 SF 영화들이 족히 몇 두름은 되고도 남을 것이다. <월드 인베이젼> 또한 분명 괴생명체가 등장하고, CG에, 특수효과에 볼거리가 넘쳐난다. 헌데 SF 팬들이라면 실망하기 십상일 것이다. 돌아가지 말자. <월드 인베이젼>은 외계인이나 공상과학보다 전쟁, 아니 전투 그 자체에 수십 배는 더 관심이 많다. 오죽했으면 영화의 원제가 ‘Battle: Los Angeles’일까.

‘베틀’이 성립하려면 적과 아군이 존재해야 할 터. 적은 정체불명의 에일리언, 아군은 물론 미 해병대다. 주인공은 낸츠 상사(아론 에크하트)로, 하필이면 퇴역 바로 다음날 전장에 복귀하게 된 억세게 재수 없는 인물이다. 뉴스를 통해 전례 없는 ‘유성 쇼’ 뉴스가 나간 몇 시간 뒤, 그것들이 유성이 아니며 적들의 습격이란 사실이 밝혀진다. 전세계 주요도시가 함락되는 가운데 미 서부 최후의 보루인 LA를 지키기 위해 해병대가 나선다.

“현대전 느낌의 영화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던 <어둠의 저주> <텍사스 전기톱 연쇄 살인사건: 0>의 조나단 리브스만 감독은 그 약속을 지켰다. 1942년에 일어난 실제 ‘LA UFO 대공습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월드 인베이젼>은 그 아이디어를 제외하고는, 상영시간 내내 전력을 다해 현대 시가전의 공포를 몸서리쳐질 만큼 생생하게 재현한다. 초반 20분, 낸츠 상사의 소대원들의 성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외계인 습격을 뉴스로 전하는 팩트 전달 장면들을 빼놓고는, 시종일관 루이지애나에서 찍었다는 LA시가전 한복판으로 관객들을 인도하는 것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블랙 호크 다운>에서 이미 본 것 아니냐고? 정확하다. 적의 형상이 정체불명 에이리언이라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 더불어 우리는 이미 <클로버필드>를 통해 UCC 시대의 재난영화의 현주소를 목도한 바 있다. 전장의 긴장감은 지난해 아카데미의 승자인 <허트 로커> 쪽이 우세하다. 1억 달러를 투입했다는 <월드 인베이젼>은 그만큼 화력을 키우고 몸집을 불린 쪽이다. 촬영을 통한 별다른 눈속임도 없다. 다층적인 갈등이나 특별한 긴장감 또한 관심이 없다. 깨부숴야 할 적과 생존만이 부각된다. 거두절미하고, 전투 한 복판에서 병사들이 겪어야 할 생생한 감정을 전달하는 영화의 지상목표에 지나치게 충실하다.

굳이 2011년 8월 LA란 시공간을 명시한 건 그래서 중요해 보인다. 그간 수차례의 해외 파병(아마도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일)으로 지칠 대로 지친 낸츠 상사는 전투에 투입되자 일당백의 해병대 정신을 발휘, 종국엔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그가 돌아가야 할 곳은 전장이고, 또 전투는 계속되어야 한다. 적이 외계인이든, 이라크인이든, 북한 사람이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월드 인베이젼>의 깃털 같은 서사는 해병대 정신을 빗대 결국엔 적의 섬멸과 승리를 통해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데 다다른다. 우리로 치면 전형적인 반공영화쯤 되겠다. 게다가 <월드 인베이전>은 미국인들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해 그토록 공포감을 느낀다는 영토 침공을 생생하게 묘사하지 않았나. 이 영화가 절대 SF 장르로 보이지 않는 건 현장감 넘치는 촬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2011년 3월 9일 수요일 | 글_하성태 기자(무비스트)    




-밀러터리 마니아, 전쟁영화광들 일렬종대로 헤쳐모여!
-아, 90분이 넘는 시가지 전투 체험을 원하는 예비역들도 그 옆으로!
-그리고 위 남성들과의 데이트를 위해 끌려온 안쓰러운 여성관객들.
-단, 초반 시가지 전투 장면만큼은 숨죽일 만 하다는 거 인정!
-SF 아니라니까, <디스트릭트 9>류 아니라고 분명 경고했음.
-수십 분씩 이어지는 전투신에, 지친다, 지쳐.
-아무리 그래도 <배달의 기수>류의 해병대 홍보 대사들은 너무하잖아!
-세련된 반전(反戰)영화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또 이라크 침공이라도 하자고?
-그래도, 제작비 1억 달러는 좀 과하지 않나?
5 )
lalf85
무비스트는 오락성 굉장히 인색함. ㅋㅋㅋ
홍보대사는 좀 아니다.
내가 보기엔 저 기자는 해병대 이하 찌그러기 군대 나왔을 듯.   
2011-03-19 00:11
spitzbz
전체적으로 무비스트분들은 오락영화에 인색한 평점줍니다. 예술영화는 높죠..
어차피 일반관람객이 영화에 평점 메기는 자체가 그냥 참고사항인거니..
그냥 혼자 판단하시고 후회하시더라도 보고 후회하세요. 가끔 거지같은 영화들 접해봐야 대작 만났을때 대작인가보다 하게되더군요.. 몸아파봐야 건강좋은거 알듯이..   
2011-03-12 23:28
spitzbz
역시 모든 사람이 보는눈이 같군요.. 저도 오늘 보고왔는데.. SF 아니더군요..
그냥 전쟁영화.. 꽤나 현실적인..
미국 해병대 홍보대사 무쟈게 유치하게 반복하는거보면 미국도 그냥 사람사는
나라인것 같더군요. 우리에게 후퇴란 없다~~ 해병대니까~~   
2011-03-12 23:25
hskim0227
상업영화인데 오락성을 너무 짜게 주신 것 같아요ㅎㅎ
저는 되게 재밌게 봤었는데 ㅠㅠ   
2011-03-11 01:13
meow80
오락성이 6점이라니.... 스카이 라인 수준인가???   
2011-03-0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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