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변종 만화의 결정체 (오락성 6 작품성 5)
클라우드 아틀라스 | 2013년 1월 11일 금요일 | 양현주 이메일

윤회와 환생, <매트릭스>로 영상혁명과 철학을 동시에 이뤘던 워쇼스키 남매가 선택한 주제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2004년 발간된 데이빗 미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약 500년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섯 개의 이야기가 얽혀든다. 환생이라는 거대한 틀을 주물국자 삼아(연극 <페르귄트>에도 등장하듯이 서구에서는 주물국자에서 영혼이 녹여진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치열한 담론들이 하나하나 담겨진다. 이 방대한 세계관을 향해 평단은 극과 극의 평점을 남겼다. <매트릭스>처럼 다 함께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지는 않지만 영화를 향한 극단적인 호불호의 반응이 호기심과 궁금증을 재생산하고 있다.(톰 티크베어 또한 각본과 연출을 함께 했지만 이 영화의 중요한 주제 의식을 담당하는 미래세계는 워쇼스키의 세계라는 점에서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핵심은 워쇼스키로 귀결된다)

이야기는 19세기부터 문명이 파괴된 미래 세계까지, 총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1848년 태평양을 횡단하는 변호사의 생존기, 1936년 옥스퍼드의 젊은 작곡가(벤 위쇼)의 좌절, 1973년 핵발전소의 비밀을 캐는 루이지애나 여기자(할리 베리)의 취재기, 2012년 친형의 음모로 사설 요양원에 갇힌 출판업자(짐 브로드벤트)의 탈출기, 2144년 인간에게 착취당하는 네오서울의 클론 손미(배두나)의 투쟁기, 그리고 인류 문명 멸망 후의 2321년 원시 세계가 모두 한 영화 안에서 공존한다. 전혀 다른 이야기와 주인공들이 윤회라는 궤도 안에서 각자의 삶을 편지와 영화, 책으로 습득하면서 데자뷰를 느낀다. 어윙, 프로비셔, 루이자 레이, 티모시 캐번디시, 손미, 혜주, 자크리 등 각각의 완결된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윤회를 거듭하는 한 두 인물로 통합된다.

영화는 윤회와 환생이라는 동양적 사상을 뼈대삼아 시대별로 대두되는 담론으로 살을 붙인다. 인종차별과 노예 제도, 동성애, 생명을 담보로 장사하는 핵발전소의 음모, 속물주의, 환경파괴, 생명 존엄 등 방대하고 거시적인 주제들이 각 에피소드별로 펼쳐진다. 시대극과 미래 도시를 넘나드는 각 이야기들은 장르적으로도 액션, 로맨스, 코미디, SF, 판타지로 확연한 세계를 구축한다. 여기까지 말하면 한 영화 속에 여섯 가지 이상의 장르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식이지만 신기하게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온갖 장르의 짬뽕 버전이 되는 이 하이브리드 장르 혼합의 영화판이 가진 장점은 놀랍게도 지루하지 않다는 것과 교차 편집의 공력이다. 각 에피소드들은 전체 이야기의 반을 차례로 뱉어낸 후 장르의 리듬, 이야기의 흐름, 등장인물 등을 연결고리삼아 널뛰며 오간다. 이상하게도 전혀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는 여섯 가지 이야기들이 점프와 병렬을 거듭해도 어색하거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 소화불량이 걱정되는 장르와 이야기의 혼합, 네임 밸류 강한 배우들의 협업까지, 무려 1억 2천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판에서 벌어진 500년 역사를 놓고 혹평과 호평이 오가는 줄다리기는 어쩌면 당연하다. 제작비와 배우, 감독으로 이어지는 인적 자원, 원작의 명성, 기나긴 러닝타임을 두고 무려 윤회라는 철학을 논한다고 할 때 기대하게 되는 무언가를 이 영화는 충족시켜주지 못 하기 때문이다. 그 무언가란 대서사시에 가까운 장엄함이나 혁명적 위대함 같은 거창한 수식들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영화는 거대한 분장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하지만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철학하기보다는 재기 넘치는 상상력과 오밀조밀한 구성력으로 만화를 완성한다. 이렇게 영화는 보는 이가 어떤 기대치를 두냐에 따라 야유와 갈채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분명한 점은 <매트릭스> 이후로 거론될 워쇼스키의 대표작은 아직이라는 것이다.

2013년 1월 11일 금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말이 되게 이어붙인 편집신의 경지
-만화 같은 난리 짬뽕 블루스
-1인 3역에서 6역을 오가는 숨은 배우 찾기
-1억 2천만달러짜리 거대한 분장쇼
-로저트 에버트 별점 믿지 마라
(총 7명 참여)
spitzbz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여러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될뿐....   
2013-01-19 21:13
shoneylee
으음~ 나름 기대하고 있는데... 전 그래도 직접 보고 판단하겠어요!   
2013-01-15 20:57
taehee3725
정말 난해한 영화. 영화광인 내가 이해를 못하는데 정말 간만에 본 사람들은 얼마나 멘붕일지... 하여튼 특이한 소재와 기발한 발상은 굿!   
2013-01-15 20:18
gaya74
다시한번 영화를 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영화다. 어렵고 복잡하다 말할수는 있다.
하지만 기꺼이 영화를 다시 볼수있게 만드는 힘이 있는 영화라면
그것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어떤면에서든 많은 만족도를 주고있기 때문이다.
날 궁금하게 만든 그래서 다시보게 하는 마력을 가진 영화.
이 영화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영화이다. 그것이 편집의 힘이던 손미 때문이던간에..   
2013-01-15 16:53
spitzbz
평론가도 사람이고 영화하루에 수십편보는 매니아들이 아닙니다
때로는 듣기싫어도 억지로 씨디한장 후루룩돌려듣고 비평해야하는경우도생기고 소고기한번 얻어먹고 좋게써달라는 학교선배가 부탁할태도있는거고..영화라면더우기 한번이상보는 사람거의없는데 평한다기보다는 영화소개글의 개념으로 가볍게 참고하는게 좋습니다   
2013-01-14 01:29
spitzbz
대중들의 뇌구조가 얼마나 단순한지 다시금 놀랐습니다 저도내용이어려울까봐 꽤 긴장하고 봤는데 이게어렵다니.. 전 너무나 재밌고 쉽게 그리고 기특하게봤습니다 윤회사상.. 서양에서.. 트랜스포머와 아바타에 길들여진 뇌는 어쩔수없죠 후세에 다시재평가될 마스터피스였습니다 이번달에 대작많이봤네요
라이프오브파이 더헌트 인어배럴월드..
3시간이어떻게지나간건지..
평론가들의 평도 다엇갈리는데 제 평론은 일단 90점이상은 두고싶네요
적어도 매트릭스의 마약같은 중독을 이겨내고 재탕하지않은것도 칭찬하고싶고..   
2013-01-14 01:25
kjhwan0406
작품성 별 다섯개는 의외네요?!
그런데 리뷰에 왜 작품성에 반점밖에 안주셨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거 같네요   
2013-01-1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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