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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이런 영화가 나와서는 안된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 2001년 11월 8일 목요일 | 허리케인박 이메일

제발 마지막 영화이길 - 와이키키 브라더스

징글징글하게 아름다운 영화

<파랑새는 있다>의 팬이었다. 지금 종합 무술인으로서 '오바 악~숀'으로 먹고사는 이상인과 <너에게 나를 보낸다>로 신데렐라가 됐던 정선경이 주인공이었던 TV 드라마. 그 중 가장 화려한 볼거리는 "샹그릴라" 나이트 클럽에서 벌어지는 '코리아 브라더스'의 차력 묘기와 밤무대 가수 양금석의 허스키하면서도 깊은 음색의 노래, 그리고 '쓰리우동'의 막춤이었다. 유전자 어디 깊숙한 곳에 유흥의 피가 흐르는지 샹그릴라 나이트클럽만 나오면 엉덩이가 들썩거리며 주말 저녁 외출 외박도 싫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필자는 군인이었다) 뭐니뭐니해도 젊은 피를 끓게 만들었던 것은 전직이 의심스러운 절봉이와 이상인이 한팀이 되어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차력 쑈~. 맨손으로 솥뚜껑을 깨고 각목에 못을 박는 것은 기본이고 두 눈을 가리고 칼로 사람 배 위에 얹어놓은 사과 자르기 등 그 당시 팍팍한 군인들의 한밤 엔터테인먼트로서는 최고였다. 드라마가 끝나면 쫄병들로 구성된 '군바리 부라~더수'가 나와 맨손으로 철모깨기, 손 안대고 방독면 벗기, 눈 가리고 태권도 대련하기 등 고참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뒷풀이까지 진행됐다. 그런 <파랑새>가 힘을 잃은 것은 황신혜가 주인공으로 나온 <신데렐라>라는 주말 드라마가 방송되면서부터다. 채널이 조금씩 <신데렐라>로 돌아가면서 샹그릴라의 유흥은 사라지고 군바리 부라~더수도 코리아 브라더스를 따라 내무반에서 잊혀져갔다. 밑바닥 인생의 징글징글하게 아름다웠던 이야기는 신데렐라의 화려하고 자극적인 이야기에 밀려 그렇게 사라졌다.

군복을 벗고 이제 예비군 말년차,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만났다. 야간업소의 비틀즈, 한강 이남에서는 가장 실력이 뛰어나다는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 차마 '충고 보이스'라 말하기에 쪽팔려서 <와이키키 브라더스>라 말해버린 그 친구들. 이렇다할 배우도 없고 그렇다할 자극적인 스토리도 없는 영화. 요즘 영화 관객들이 즐겨듣는 음악이나 동경하는 직업을 가지지도 못한 영화. '오부리 값'도 모르는 젊은 관객들이 찾기엔 너무도 멀게 보이는 영화. 순전히 영어로만 만들어진 제목인데도 어찌 그리도 촌스러운지.... 그 옛날 '꼰대'들이 좋아하던 후라이보이 곽규석, 트위스트 김, 허리케인 박을 닮아있는 영화다. 요즘 관객들 입맛을 요리조리 잘도 비켜간 영화라고 볼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서울 18개 극장에서 시작한 영화가 1주일 후 10개, 2주가 지난 지금에는, 사실상 없다. 예전에 <박하사탕>이 그랬고(나중에 스크린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좀전에 <고양이를 부탁해>가 그랬 듯 이런 영화들이 어디 한두편일까만, <와이키키~>를 두고 벌어지는 일들은 좀 '유난'스럽다.

홈페이지에 쏟아지는 애정과 격려, 그것을 믿고 극장을 임대하면서 개봉 연장을 하는 영화사가 그렇다. 한 번 영화를 보면 몇번이나 홈페이지를 찾게 만드는 것은 물론 영화의 힘이다. 그리고 한 번 찾아가면 오랜시간 머물다 나오는 것은 홈페이지에 듬뿍듬뿍 묻어나는 영화사랑 때문일 것이다. 이런 관객들을 믿고 연장상영, 어찌보면 장기 상영에 돌입한 명필름의 선택도 고맙다. 상영기간이 늘어날수록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이겠지만 한편의 영화에 쏟는 애정이 이러하다면 분명 관객들이게도 전달될 것이다. 그렇듯 웃기고 재미있고 아름답고 슬픈 영화를 그냥 극장에서 떠나보내느냐 아니냐는 이제 관객들에게 달려있다.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토요일 저녁 6시를 넘겨 씨네코아 옆 커피숍 '사카'에는 놀러가도 좋을 듯 싶다. 아마도 영화를 사랑하는 색다른 정을 느낄수 있는 자리일 것이다.

밑바닥 인생의 징글징글하게 아름다운 이야기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그렇게 쉽게 극장에서 퇴출당할 만한 영화는 아닐것이다. 영화 홍수 시대이다 보니 그런 영화들도 자연스럽게 많아진다.이번 주 개봉하는 <폴락>은 서울 4개 극장에서, <차스키 차스키>는 1개 극장에서 개봉을 한다. 운 좋게 두 편을 다 본 나는 '봐야 하는 좋은 영화'가 아니라 '보기 좋은 재미있는 영화'라 말하고 다닌다. 말초신경을 짜릿짜릿 튕겨주는 자극은 없지만 영화적 재미를 놓치지 않고 흥분의 도가니로 떠미는 스릴은 없지만 가슴을 움직이는 반전과 감동은 살아있는 영화다. 빈익빈 부익부가 영화계에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800만에 넘는 영화가 있는 반면 8천명을 채우지 못하는 영화도 허다하다. 전국 100개 스크린을 점유하는 블럭버스터가 큰소리로 요란할 때 한두 개 스크린에서 쓸쓸하게 개봉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작품도 있다.

세상이 다 그런거지, 자본주의 꽃인 문화상품인데 어쩌라고? 1년 동안 개봉하는 영화 400편을 모두 다 보자고? 그게 아니다. 다만 더 이상 이런 영화가 없길 바랄 뿐이다. 허황돤 바램일지언정 <와이키키~>가 자본의 논리에 밀려 사라지는 마지막 영화이길 바랄 뿐이다. 하나 덧붙인다면 사라지는 불꽃을 지키려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 번 쯤 돌아봤으면 한다. 그래서 그 불꽃이 정말 아름다운 빛이었으면 손해 볼 것은 없지 않는가.
4 )
ejin4rang
별로였죠   
2008-10-16 16:35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8:07
kangwondo77
더 이상 이런 영화가 나와서는 안된다   
2007-04-27 15:38
ldk209
꿈을 상실한 나의 현재.. 왠지 슬프다..   
2007-01-3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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