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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엿보는 러시아 문학 (오락성 5 작품성 7)
윈터 슬립 | 2015년 4월 30일 목요일 | 최정인 기자 이메일

감독: 누리 빌게 제일란
배우: 할룩 빌기너, 드멧 아크백, 멜리사 쇠젠, 아이베르크 펫잔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96분
개봉: 5월 7일

시놉시스

전직 배우이자 작가인 아이딘(힐룩 빌기너)은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호텔 ‘오셀로’를 운영한다. 남부럽지 않은 부를 누리고 있는 그는 양심과 도덕을 운운하며 자신이 얼마나 공정하고 자비로운 사람인지 남들이 알아주길 바란다. 하지만 여동생 네즐라(드멧 아크백)는 번번이 그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독설을 던지고, 젊고 아름다운 아내 니할(멜리사 쇠젠)은 그의 위선을 경멸하며 권태를 느낀다. 서로에게 상처와 불신만을 안기는 세 사람은 가난한 세입자의 아들의 충격적인 행동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어느 날 아침, 아이딘은 불현듯 찾아온 낯선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데...

간단평

자신의 의식이 만들어 낸 견고한 세계가 무너질 때 인간은 충격과 좌절에 휩싸인다. 하지만 인간은 또 다른 세계를 만드는 타인과 더불어 사는 이상 그와 같은 고통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윈터 슬립>은 영화 속 인물들이 각자 믿고 있는 의식의 세계가 충돌할 때 생기는 형언 불가한 진동을 스크린에 담는데 성공한다. 장장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채우는 수많은 대화는 그 진동의 파열음이다. 자신이 이제껏 누구보다 엄격한 선을 행해 왔다 믿는 아이딘은 한 소년이 난데없이 던진 돌멩이 하나에 자신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을 위선자라 명하는 네즐라, 니할과 맹렬한 담론을 나누며 서서히 붕괴되어 간다. <윈터 슬립>은 아이딘 뿐만 아니라 네즐라, 니할의 인식이 무너지는 순간도 함께 그린다. 노동하지 않는 네즐라는 아이딘과 대립하고, 적선을 베풀고자 한 니할은 자신의 행동에 따른 예상치 못한 결과에 힘겨워한다. 노동 계급의 현실을 외면한 채 정의와 선을 부르짖던 아이딘이 도덕적 양심으로 인해 자기 인식의 고통을 경험하는 과정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여러 작가들의 문학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2015년 4월 30일 목요일 | 글_최정인 기자(무비스트)




-아이딘의 고독을 형상화하는 카타도키아의 겨울 절경.
-러시아 대표 작가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안톤 체호프의 문학을 스크린에 담다.
-엄청난 러닝타임.
-영상보다 자막에 집중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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