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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깍지 쓰는 것도 사랑하는 자의 특권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 2002년 2월 14일 목요일 | 우진 이메일

이름만으로도 신작의 스타일을 가늠하게 하는 감독이 있다. 패럴리 형제도 그 중 하나. [덤 앤 더머],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미, 마이 셀프 앤 아이린] 처럼 다소 엽기 발랄하지만 어딘지 촌스럽고 소박한 유머를 구사하던 그들이 새 영화로 찾아왔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강직하게 한 우물 파는 감독의 작품답게, 황당 소스를 철퍽철퍽 펴 바른 패럴리 특유의 코미디이다.

그런데 유독 이 영화에서는 단순한 웃음을 넘어 어떤 교훈을 주고자 하는 의도가 자꾸 읽힌다. 외모로만 여성을 평가하는 단순 괘씸 남자 주인공(혹은 관객)을 세뇌시켜 정화하려는 듯,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 또 강조한다. 이렇게 '간단하지만 착한' 의도와 아기자기한 웃음이 조화를 잘 이루면 따끈따끈 소탈한 휴먼 코미디가 탄생하련만.

그렇지만, 조금 오버했다. 단단히 암기시키려는 듯, 잊을 만 하면 튀어나오는 도덕교과서 같은 구절은 관객의 생각을 다그친다. 사실 이런 '기특한 주제'는 플롯 이면에 자연스럽게 깔아두어야 더 잔잔히 스며드는 법인데, 직설적인 화법으로 주입받다보니 관객은 강의를 듣는 것처럼 지치고 만다.

게다가 영화에서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진정한 가치로 끌어내는 전개가 빈약하다. 주인공 할이 로즈마리와 사랑에 빠진 계기 또한 '외면적 아름다움'(그것이 아무리 환상이라 할 지라도)인데다, 그녀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함으로써 진실한 사랑을 찾는 과정(의도와 부합하려면 가장 부각되었어야 할 부분)도 듬성듬성 생략되어 있다. 대신 그 틈을 가벼운 유머로 채운다. 따라서 할이 최면에서 풀려난 후,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갈등을 겪고 이제까지의 사고방식을 모조리 뒤집은 채 결국 로즈마리를 선택한다는 해피엔딩 또한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영화는 단지 자신의 애인이 뚱뚱하다는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한 남자가 겪을 법한, 기발한 에피소드들의 나열에 가깝기 때문이다.

영화의 입은 '내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눈은 늘씬한 기네스 펠트로의 몸매를 더듬고 있다는 것도 모순이다. 기네스 펠트로는 핫팬츠 차림으로 또각또각 스크린을 가로지르며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카메라 역시 남성적인 시각에서 그녀의 다리를 훑으며 관음증을 충족시키는 역할에 충실하다. 워낙 날씬하고 아름다운 로즈마리(어쩌면 남성의 환상으로 존재하는 여성)의 이미지가 강렬한 탓에, 뚱뚱한 로즈마리의 뒷모습에는 기네스 펠트로의 탄탄한 몸매만 겹쳐오며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킨다.

물론 이 영화의 흥미요소는 충분하다. 웃음을 자아내는 엉뚱한 상황 설정과 관객보다 약간 바보스러운(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도 모르는) 주인공 캐릭터 설정에는 감독의 똑똑한 계산이 엿보이고(우리는 우리보다 열등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에 대해 안심하고 웃는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재미있다. 에피소드의 경쾌한 전개 또한 지루함을 가시게 한다. 즉,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머리 식힐 목적으로 코미디 영화를 찾는 관객들이 기대하는 시원함은 충분히 지니고 있다. 기네스 펠트로가 라텍스로 무장하기 전, 후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기네스 펠트로를 내세운, 부담없이 소화되는 유쾌한 코미디이다. 기대만큼 솔솔 녹아들진 않았지만, 사람에 대한 소중한 진리는 덤이고.

3 )
ejin4rang
사랑의 콩깍지 씌워버렸어   
2008-10-16 16:25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8:16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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