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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판타지어드벤처 맛있게 끓이기
아 유 레디? | 2002년 7월 12일 금요일 | 박우진 이메일

'한국 최초의 판타지어드벤처'라는 치렁치렁한 타이틀을 목에 걸고 '준비됐나요?'를 물어오는 영화, [아 유 레디?]의 포부는 거창하다. 80억원의 제작비와 [번지점프를 하다] 시나리오 작가의 만남으로 구체화된 영화의 꿈은 할리우드에서 날아든 [미이라]류의 현란한 영상을 표방하면서도 드라마를 지키겠다는 것.

일상 속의 일탈이 존재하는 곳, 테마파크는 그들의 모험이 결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암시한다. 환상 속에 갇힌 6명의 인물들이 마주하는 혼란한 상황은 비틀린 자화상, 즉 다시 현실이다. 이처럼 플롯을 이끄는 동력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온다. 영화는 개개인의 묻어둔 상처를 헤집어 드라마를 꾸민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작가 특유의 감성이 짚인다.

하지만 [번지점프를 하다]의 사랑을 봉합하던 작가의 바느질 솜씨는 [아 유 레디?]에서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 서로 다른 시공간의 서로 다른 사연들이 도처에 흩어져 있지만, 플롯은 그 사이를 촘촘하게 넘나들지 못한 채, 다만 예고 없이 무너져 내리는 돌들이며 와글와글 몰려오는 쥐 떼에 쫓겨 다음 장면으로 다음 장면으로 겅중겅중 도망가기에 바쁘다.

두 시간이 채 안 되는 영상이 무려 6명의 절절한 사연을 짜 넣기에는 모자랐던 것일까. 후반에 이르면 쌓여 가는 매듭이 벅찬 듯, 감정의 흐름이 자주 균열된다. 특히 준구(천정명)와 현우(이종수)의 비장한 우정은 비약이 심하고, 찬희(박준화)의 상처는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한다. 아빠의 성을 고집하던 아이는 성이 같은 '아저씨', '아줌마'와 어울리며 일시적인 대리 가족을 체험할 뿐이다. 영화는 찬희에게 한 번 깊게 앓아볼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가족에 대한 환상으로 상처를 포장해 얼버무려버린다.

매끈한 CG는 충분히 구경할 만하지만, 볼거리는 드라마에 녹아들지 못한다. 인물들이 돌아가며 늘어놓는 한 꾸러미의 이야기가 웬만큼 정리되었다 싶으면 어김없이 돌이 떨어지거나, 쥐가 달려온다. 스펙터클과 드라마가 서로 연관 없이 교대로 등장하는 형국이다. 판타지 어드벤처가 '잃어버린 것을 찾아준다'던 드라마적 포부는 안타깝게 허물어지고 [아 유 레디?]는 '우연'한 약점을 답습하고 만다.

게다가 여성을 눈요깃거리로 끼워 넣는 어드벤처 영화의 악습 또한 눈에 띈다. 유일한 여성 캐릭터 주희(김보경)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채, 모험에 참가한다. 등장에서부터 그녀의 다리를 훑고 가슴에 머무르는, 남성적 카메라 시선은 여전히 불편하다.

상처를 직시함으로써 삶의 매듭을 풀어내는 것, 작가가 제시한 치유의 방법은 명쾌하고 바르다. 그러나 그 소박하고 묵직한 담론을 영상에 넣고 끓일 때는, 내내 떠올라 있도록 드라마로 깊이 저어주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영상의 화려한 색감에 드라마의 허물만 겹쳐져 모호한 색깔의 영화가 되고 만다.

3 )
ejin4rang
재미있어요   
2008-10-16 16:00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8:33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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