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미치도록 아름다운 젊음, 그리고 사랑
크레이지/뷰티풀 | 2002년 8월 3일 토요일 | 리뷰걸2 이메일

가끔 삶이 끝도 없이 허무하고 막막하게 느껴진 적 있어?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현실이 두려워진 적은? 특히 십대를 보낼 때 이런 느낌 많이 들잖아. 이때 우리에게 세상은 끝모를 분노의 대상이거나 도망치고 싶은 감옥처럼 느껴지기도 해. 그러나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때인 것 같아. 그렇다면 이 시기의 우리에게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크레이지/뷰티풀>은 이런 시기를 거치며 성장하는 그야말로 미치도록 아름다운 젊은 연인들의 사랑이야기야.

LA 외곽의 빈민촌에서 2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 명문사립학교를 다니는 카를로스는 성실하고 모범적인 소년이야. 멕시코 이민세대인 그는 장래 해군사관학교의 비행기 조종사가 되겠다는 꿈을 위해, 그리고 자신만을 믿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그러던 어느 날, 같은 학교의 니콜을 알게 돼. 니콜은 친엄마의 자살에서 받은 충격과 부자 새어머니와 결혼한 하원위원 아버지와의 불화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이기기 위해 늘 마약과 술에 취해 사는 소녀야. 서로 전혀 다른 니콜과 카를로스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이들의 사랑은 다른 환경만큼 결코 쉽지 않아.

니콜과 카를로스는 마침 어둠과 빛처럼 다른 연인들이야. 부잣집에서 태어난 니콜은 불안정하고 감정적이지만, 솔직하고 열정적인 반면, 어머니와 가난하게 사는 카를로스는 모범적이고 이성적이지. 니콜에게 있어서 미래는 불투명하고 혼란스러워. 상처받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그녀는 늘 일탈 행동을 일삼고 빛이 존재하지 않는 암실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반면, 가족의 기대와 인종적 차별이라는 굴레를 짊어진 카를로스에게는 하루하루가 주류 사회로 넘어가기 위한 투쟁이지. 그런 카를로스에게 니콜은 마약과도 같은 존재야. 니콜을 만남으로써 그의 계획된 세계는 처음으로 흔들리기 시작해.

약간 도식적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영화는 거침없고 솔직한 젊음을 잘 나타내고 있어.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해방구를 찾는 니콜과 카를로스는 십대들의 답답한 심정을 충실히 대변해주고, 상투적이고 진부해질 수 있는 청춘 영화의 함정을 차분히 비켜간 존 스톡웰 감독은 젊은 날의 열정과 고통의 깊이를 진지한 시선으로 바라봐. 자유로운 삶에 대한 욕구로 부모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라는 십대들, 그러나 그들은 이때 가장 절실히 부모의 사랑과 대화를 갈구하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는 하는 니콜과 아버지의 아픔은 그런 십대시절을 거쳐온 우리들의 가슴속을 파고들어.

영화는 이들의 사랑과 함께 아직도 미국내에 뿌리박혀 있는 유색인종과 백인, 빈부간의 갈등을 조심스럽게 조명하고 있어. 히스패닉계인 카를로스는 백인 사회로부터 무시당하는 자신의 위치에서 벗어나 주류에 합류하고자 하지만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과 가난함은 그의 발목을 잡지. 카를로스를 통해 감독은 십대들에게 인종과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위험한 기준을 따라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들려주기도 하지. 일반적인 청춘 영화들이 반복한 성적코드과 화장실 유머없이 십대들의 성장과 사랑을 공유할 수 있게 한 감독의 연출력으로 <크레이지/뷰티풀>은 개봉 첫주에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박스오피스 4위에 오르며 십대들의 지지를 받았어. 특히, 상처받은 니콜의 불안정한 심리를 연기한 커스틴 던스트의 뛰어난 연기력과 제이 헤르난데스의 부드러운 미소가 한 몫했지.

<크레이지/뷰티풀>이 다른 청춘 영화들과 같은 점이 있다면 바로 십대들의 구미에 맞는 음악이야. 관객을 고려한 흔적이 보이는 음악들은 영화와 훌륭하게 조화되고 있어. 특히 니콜과 친구 매디가 머리를 흔들며 고속도로를 질주할 때 나오는 ‘더 핌스’의 “Ssumpin”는 그들이 느끼는 해방감을 우리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해. 자유로움을 갈망하는 연인들의 마음은 ‘에밀리아나 토리니’의 “To Be Free”로, 방황과 외로움, 슬픔은 ‘라 레이’의 “Every Time”과 함께 영화속에 녹아들어 있어.

젊음은 눈부시도록 눈물겹다는 말이 있지. 그러나 그 짧은 한때는 마치 창틈을 뚫고 지나가는 새벽 햇빛처럼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려. 우리의 짧았던 젊음과 치열했던 사랑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영화, 바로 <크레이지/뷰티풀>이야.

3 )
ejin4rang
미치도록 사랑   
2008-10-16 15:55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8:38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6:01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