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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선 러브 스토리
로드무비 | 2002년 10월 10일 목요일 | 정성렬 이메일

이 영화는 제목에서 솔직히 밝혔듯이 로드무비 라는 장르를 따르고 있다. 길 위에 사람들을 올려 놓고 그 위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뜻이다. 푸른색과 흰색, 밝은 황토색과 잿빛이 가득한 영상은 '길'의 이미지를 부각 시키며 영화와 어울려 그 이미지를 극대화 하고 있다. 게다가 16mm로 찍은 필름을 극장에서 상영토록 바꾸었기 때문에 그로 인해 더해진 황망한 분위기는 거친 입자와 결합해 영화의 색깔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궁극적으로 <로드무비>는 사랑이야기다. 그것도 뭐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는 엇갈린 사랑이야기다. 영화 속에서 뿌려지는 대사처럼 한번 시작하면 여자들을 정신 못 차리게 할 정도로 마초적인 냄새가 가득한 남자는 그러나 여자와의 관계가 불가능한 동성애자이다. 뭔가 사색에 잠긴듯한 신비로움을 간직한 그 남자에게 반하는 여자는 자신이 더욱 열심히 해서 '여자 맛'을 알게 해 주겠다며 남자를 붙잡으려 하고, 남자가 사랑했던 남자는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혐오하며 남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사실 남자를 사랑하는 이도 있었다. 영화 첫 장면에 격렬한 섹스를 벌이던 상대가 남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남자는 사랑따위는 하고 싶지 않다며 그를 현실로 돌려 보낸다. 게다가 주인공 남자에게는 영화를 통해 받아들여야 하는 비밀이 감추어져 있다.

현실의 어두운 면을 거친 화면을 통해 표현하려 했던 김인식 감독의 의도는 영화의 곳곳에서 현실성을 부여 받으며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특히나 서울역 한 가득한 노숙자들의 피폐한 몰골은 가슴 한구석을 서늘하게 만들 정도다. 차와 몸을 한꺼번에 파는 여자와 거품경제가 걷히면서 몰락을 경험해야 했던 남자. 그리고 드러내기 힘든 성적 정체성을 가진 주인공 등 캐릭터 하나하나가 싸늘한 스크린에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편하게 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처럼 소통의 어려움 속에서 나름대로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대문이다. 그것이 육체적인 문제가 되었든 정신적인 문제가 되었든 혹은 성적 취향의 문제가 되었든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쌍방이 모두 통하는 소통을 찾기란 쉽지 않지가 않다.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은 그래서 더욱 외롭고 쓸쓸하며 더욱 갈망하게 되는 것이다.

<로드무비>는 거칠고 투박하지만 직설적으로 엇갈린 인연과 쓸쓸함 그리고 외로움과 사랑을 이야기 한다.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난 뒤 뭔가 허탈한 느낌이 들거나 가을 공기만큼이나 명치끝이 허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길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은 목적을 알 수 없는 어느 곳으로 계속 움직이고 있다. 다시 시작할 수도 돌아올 수도 없는 시간과 공간의 길을 타고 이어지는 영화의 여정이 너무 명확해 조금은 텁텁하기까지 하다.

순 제작비 7억이 투입된 이 작품은 동성애라는 녹녹치 못한 소재 때문에 개봉이 어렵지 않을까 우려되었던 작품이다. 게다가 영화의 첫 장면, 두 남자의 격렬한 섹스 신에선 어렴풋이 '그 곳'이 드러나 보이기도 하고, 마지막 정찬의 전라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그의 몸을 훑어 지나갈 때 옆으로 삐죽 나온 '그 것'이 보이기도 해 이번 공개결정은 '파격' 이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하지만 단지 남근이 등장하고 동성간의 섹스신이 등장한다는 것이 영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기에 <로드무비>란 텍스트는 더욱 그 가치가 높다 하겠다.

3 )
ejin4rang
색다르네요   
2008-10-16 15:42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6:09
js7keien
보는내내 IronMaiden에 들어있는 것처럼 불편한...   
2006-10-0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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