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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의 숨겨진 야사
디오스 | 2002년 10월 28일 월요일 | 리뷰걸2 이메일

‘디오스’, 유명 상표의 냉장고 이름이 퍼뜩 떠오르겠지만 냉장고 얘기를 하려고 하는 건 당연히 아니야. 바로 톰 크루즈의 그 유명한 애인 페넬로페 크루즈가 나온 국적다양의 영화 <디오스>. 멕시코,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라는 개성강한 네 나라가 힘을 합쳐 만들어낸 < 디오스>는 각 나라의 개성이 변절되지 않고 잘 녹아 들어가 있는 독특한 영화야. 얼마나 독특하냐고? 보면 알겠지만, 천국과 지옥의 영혼 쟁탈전을 배경으로 은밀하고 때로는 치졸하기까지한 숨겨진 야담을 낱낱이 까발리거든. 신성과 권위? 물 건너 간거지.

선한 영혼은 눈씻고 찾아봐도 만나기 힘든 21세기. 착한 영혼들이 없어진 천국은 텅텅 비고, 지옥은 넘쳐나는 죄지은 영혼들로 과부하 상태야. 결국 대책회의에 들어간 천국은 천상 최고의 가수 롤라(빅토리아 아브릴)를 지상에 보내어 슬럼프에 빠진 복서 매니를 어머니와 화해시킨 뒤 천국으로 데려오려 하지. 그러자, 놀부심보 지옥은 이를 방해하기 위해 지옥 최고의 섹시악녀 카르멘(페넬로페 크루즈)을 지상에 투입하고 매니를 천국에, 혹은 지옥에 보내기 위해 벌어지는 이 두 미녀의 자존심 대결은 이때부터 시작되지.

기발하고 때론 무엄하기도 한 스페인 최고의 감독 아우구스틴 디아즈 야네즈의 상상력은 전혀 새로운 천국과 지옥을 소개해줘. 우아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흑백컬러의 천국과 천박한(?) 영어를 사용하는 후덥지근한 오렌지빛과 음산한 블루빛의 지옥,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다채로운 컬러의 지상세계까지, 다국적영화인만큼 언어와 컬러로 지상과 영혼의 세계를 구별하는 재치는 물론, 천국의 재정을 근심하며 때론 지옥과 타협하기까지 하는 천국 영업부장을 통해 신성모독도 서슴지 않아. 페넬로페 크루즈의 레즈비언적 자태와 지옥에서 풍겨오는 누아르적 분위기, 거기에 정치가들을 비꼬는 야네즈 감독의 좌파성향이 한데 어우러진 <디오스>는 수월히 파악하기 힘든 장르를 만들어낸 정말 특이한 영화야.

블랙 코미디임에 분명하지만, 선(善)과 악(惡)에 대한 이분법적인 묘사를 깨뜨리고 있다는 점은 특히 흥미로워. 순백의 천사가 죄지은 자의 영혼을 구하기 위한 목적의 일환으로 섹스도 마다하지 않는 것은 물론, 지옥의 악녀와 함께 강도질 같은 범법 행위까지 할 수 있다는 설정은 상식을 깨도 한참 깨거든. 게다가 천국과 지옥이 이윤추구라는 경제논리에 의거하여 존재한다는 것 역시 누가 생각이나 해봤겠어?

이렇듯 상식을 깨는 기발함이 돋보이는 영화의 보너스는 매력적인 두 여배우의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사실이야. <욕망의 낮과 밤>, <당신의 다리 사이>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빅토리아 아브릴이 순수하고 우아하면서도 관능적인 매력을 유감없이 뽐내는 한 편, <코렐리의 만돌린>, <바닐라 스카이>에서 청순한 아름다움을 보여준 페넬로페 크루즈는 과장된 팔자 걸음으로 거친 야성미를 선보이며 파격적인 변신을 보여주고 있어. 특히 크루즈가 더글라스의 ‘쿵푸 파이팅(Kung Fu Fighting)’을 부르며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어깨가 들썩이는 흥겨움을 보장하거든. 반전이 숨어있는 엔딩 부분에는 스페인의 국민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의 깜짝 출연까지 준비되어 있어.

유치하면서도 때론 진지하고 철학적인 풍자가 가득한 <디오스>, 말도 안되는 영화라고 하더라도 바로 영화라서 가능한 그 상상을 접해보고 싶다면, 결말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튀는 천사와 악마를 보면서 웃어보고 싶다면, 페넬로페 크루즈의 중성적인 매력에 빠져보고 싶다면, 절대로 놓치지마.

2 )
ejin4rang
천구과 지옥   
2008-10-16 15:40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6: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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