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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친구와 키스하고 싶을걸!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 2002년 11월 8일 금요일 | 이메일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감이 잡힐 듯 말 듯한 제목을 달고 우리에게 다가온 미국의 인디 영화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는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의 편견을 가차없이 깨뜨리는, 그야말로 생기발랄한 의외성을 지니고 있는 영화이다.

우선, 이 영화는 미국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이 보여주는 한계를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흔한 법칙들을 과감히 깨뜨린다.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아름다운 여자나 성격좋고 잘생긴 남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주요한 갈등의 원인이 되는 삼각관계나 남녀간의 사랑 싸움도 없다. 사랑하는 연인들을 시기해서 궁지에 빠뜨리는 악당 혹은 악녀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달콤한 음악이 흐르며 두 연인이 얼싸안는 틀에 박힌 해피엔딩조차 없다. 이런 로맨틱 코미디가 무슨 재미가 있을까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이른 판단일지 모르니 일단 그 생각은 접어두도록 하자.

다음은 비스타급 배우들의 캐스팅이다. 주로 한 두명의 스타급 배우들로 주연급을 구성하여 흥행을 보장받으려는 로맨틱 코미디의 얄팍한 상술을 당당하게 물리치고, 스타가 아닌 ‘배우’가 주인공인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는 개런티로 화제가 되기보다는 내실로 인정받고자 하는 당찬 도전장을 헐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에게 던진다. 그러나 가장 주목할 만한 사실은, 아직은 민감하고 껄끄럽게 느껴지는 소재 ‘동성애’ 혹은 ‘레즈비언’을 너무도 편안하고 부담없이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들이 레즈비언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릴 만큼 깔끔하고 상큼하기만 한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는 강한 매력을 발산하며 이런 쉽지 않은 파격을 성공으로 이끌어낸다.

제시카는 뉴욕 트리뷴지의 잘나가는 기자. 보수적인 유대교 집안에서 자란 그녀는 까다로운 이성관을 가진 고집있는 뉴요커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도 장애가 있다면 쉽게 포기해버리는 나약함도 함께 가지고 있다. 반면, 게이 커플과 갤러리를 운영하는 헬렌은 퀵서비스 배달원을 가장하고 찾아온 남자친구와 사무실에 정사를 벌이는 적극적이고 거침없는 여성. 30살을 바라보는 나이에 노처녀로 늙어가는 자신에게 불안감을 느끼지만, 만나는 남자마다 헐뜯을 점만 먼저 보이는 제시카는 어느 날 신문에 난 여성이 여성을 찾는 광고의 문구를 보고 매혹되어 버린다.

“새로울 것 없는 관계를 맺는 것은 타성 때문만은 아니다. 새로운 경험에 앞서오는 두려움과 수줍음 때문이다. 모든 걸 감수할 준비가 된 자만이 살아있는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관계’, 살아있는 관계를 촉구하는 릴케의 시 귀절에 마음이 움직인 제시카는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기 위해 광고에 응답하고, 헬렌을 만나게 된다. 친구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조금씩 연인으로 발전해나가는 두 사람. ‘스트레이트’인 제시카와 ‘바이’인 헬렌의 서로의 욕망의 수위를 조절해가면서 사랑을 만들어간다.

영화 속의 두 여성은 모든 점에서 대비된다.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제시카와 거침없고 능동적, 적극적인 헬렌. 모든 면에서 다르지만, 그들은 동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미묘한 감정들을 공유한다. ‘베이지 브라운’과 ‘골드 브라운’이 어떻게 다른지 알 턱이 없는 이성들과 달리 그 둘은 립스틱 색깔 하나에서부터 이성과의 섹스까지 내밀한 이야기들을 허물없이 주고 받는다. 그리고 이 감정의 공유는 제시카에게 믿음과 의지, 그리고 사랑으로 감정을 ‘숙성’ 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동기가 된다.

두 여성의 사랑을 다른 연인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게, 그러나 어딘가 특별하게 그려낸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는 지극히 정상이었던 한 여성이 레즈비언이 되는 혹은 여성과 연애를 하는 과정을 통해 평범한 여성의 자아찾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으며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경쾌하게 풀어나간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을 어떠한 사람을 만나느냐 보다 그 만남이 만들어낸 관계를 어떻게 발전 혹은 숙성시키느냐에 따른 것이라는 것. 이 관계에 대한 위트있는 성찰은 저절로 관객들을 웃음짓게 하고 어떠한 거부감이나 이질감 없이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허문다.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해서 그 내실보다는 배우들의 개런티가 화제가 되곤 하는 헐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들이 잃어버린 그 감흥을 톡톡튀는 맛으로 살려낸 이 인디적인 로맨틱 코미디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군데도 거슬리지 않는 유머로 숨겨진 빛을 발한다. 억지스러운 설정이나 사건 없이도 자연스럽게 웃음을 이끌어가는 이 영화는 마치 관객들의 마음에 마법을 건 듯이 기분좋은 미소를 짓게 하고, 이들이 나누는 다분히 여성적인 수다의 조각조각은 여성에게는 100% 공감이 느껴지는 쾌감을, 남성에게는 여성들만의 연애와 생각을 은밀하게 엿보는 관음적인 기쁨을 준다.

재치있는 대사와 경쾌한 편집으로 성(性)정체성의 구분을 떠나 사랑, 관계에 대한 탐색이 돋보이는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는 별로 흠잡고 싶은 작품이 아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마음에 들었던 무비고어들이라면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의 여성적인 매력에 빠져들지 않고는 못 배길 듯하다. 어쩌면 동성 친구와 야릇한 감정이 싹틀지도 모르니 각별히 유의할 것!

2 )
ejin4rang
잘보고가요   
2008-10-16 15:36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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