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달콤하고 잔잔한 11월의 사랑
스위트 노벰버 | 2002년 11월 16일 토요일 | 리뷰걸2 이메일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 내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스쳐 보내는 사이에 벌써 11월이 되어버렸네. 알게 모르게 첫눈도 이미 내렸다고 하니 정말 겨울은 겨울인가봐. 왠지 이런 때가 되면 추운 바람 쏘이며 돌아다니는 것도 재미지만 따뜻한 방바닥에서 뒹굴면서 비디오 보는 건 그야말로 달콤한 휴식이지. 그런 즐거움을 만끽하고자 할 때 고르는 영화는 아무래도 달콤한(!) 러브스토리가 좋지 않겠어? 게다가 제목까지 <스위트 노벰버(SWEET NOVEMBER, 달콤한 11월)> 라고 되어 있으니 11월에 볼 영화로는 딱이지. 그럼 정말 달콤한 사랑이야기인지 영화 속으로 들어가볼까?

유능하고 야망있는 광고회사 간부로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는 넬슨(키아누 리브스)은 일중독에 걸려있는 이기적인 남자야. 여자친구와 공유하는건 잠자리뿐이고 매시 매초 오로지 일 생각밖에 안하지. 그런 넬슨은 어느 날 운전면허시험을 보러 갔다가 한 여자의 시험지를 컨닝하고 그로 인해 상대는 시험지를 압수당하지. 이런 흔치않은 사연으로 만나게 된 두 사람. 때론 섹시하고 때론 엉뚱하기까지 한 독특한 매력을 지닌 여자의 이름은 새러(샤를리즈 테론). 말괄량이 같은 새러는 넬슨에게 자신과 11월, 한달 동안 같이 살면서 자신의 ‘11월’이 되어주면 그의 이기적이고 메마른 삶을 고쳐주겠다고 제안해. 처음에는 그런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던 넬슨은 어느덧 새러의 매력에 빠져들고 두 사람은 서서히 이별이 예정된 사랑에 빠지게 돼.

<스위트 노벰버>는 어찌보면 진부한 스토리에 한결같은 결말까지 새로울 것이 없는 영화야.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새러와 일중독자인 냉온인간 넬슨의 만남과 사랑은 <귀여운 여인>에서 창녀였던 줄리아 로버츠와 일류기업 회장인 리차드 기어가 사랑에 빠지는 모습과 흡사하지. 부족할 것이 하나 없지만 메마르고 외로웠던 남자의 일상에 갑자기 끼어든 여자와 자신의 울타리 안에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남자, 사실 익숙한 설정이잖아. 예정된 이별이 다가오는 가슴아픈 결말은 위노너 라이더와 다시 리차드 기어(역시 그는 멜로전문 배우인가봐.)가 주연한 시한부 사랑이야기 <뉴욕의 가을>과 비슷하고.

그러나, <스위트 노벰버>의 매력은 다른 곳에 있어. 바로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들이지. 특히 뉴에이지의 여신 엔야의 'Only Time'은 두 연인의 아름다운 사랑을 독특한 현악기의 선율과 차분하면서도 신비로운 보컬에 담아내고 있어. 천상의 목소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엔야의 애잔한 보컬은 새러와 넬슨의 사랑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마력을 지니고 있지. 추억의 올드팝은 물론 당시 최신 팝에 이르기까지 매 장면마다 감미로운 선율을 가득 채우고 있지.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돋보이는 건 바로 영화의 무대가 되는 캘리포니아의 풍광이야. 노을빛에 물든 언덕과 새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는 해변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정취가 물씬 배어있지. 아름다운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가파른 언덕과,낡은 빅토리아풍 건물들,오래된 케이블카와 아름다운 바다. 햇살이 가득한 11월의 샌프란시스코는 넬슨과 새러의 삶과 사랑을 더욱 아름답고 가슴저리게 해. 특히 새러가 사는 복고풍의 주택가는 지나치게 발달하고 조직화된 넬슨의 집과 대비되면서 두 사람의 삶의 방식을 대변해주는 역할을 하지.

전체적으로 새롭지 않은 구도임에도 <스위트 노벰버>를 보면서 눈물이 나는 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새러’의 아름다움과 해변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연인들, 넬슨이 새러에게 청혼하면서 휴대폰을 버리는 장면, 추수감사절에 다시 새러를 찾아온 넬슨이 준비한 12개의 크리스마스 선물들 등 작지만 깊이 기억될 추억들 때문이지. 또 하나의 깜짝 재미! 최근 개봉한 <턱시도>에서는 세련된 특수요원으로, 판타지 영화 <해리포터>시리즈에서는 어둠의 마법사였던 마법세계의 권력자 ‘루시우스 말포이’로 등장하는 제이슨 아이작의 섹시한 여장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이 두려워서, 혹은 사랑을 잃었을 때의 고통이 두려워서 애써 우리에게 다가온 사랑을 외면할 때가 있어. 하지만 사랑은 노력한다고 지울 수 있는 감정이 아니기에 이별을 알면서도, 그 슬픈 끝을 예감하면서도 우리는 사랑에 빠지곤 해. 그 사람과 행복한 시간이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영원히 남아있다면 그게 바로 영원한 사랑이라는 새러의 이야기는 바로 이런 슬픈 이별을 경험했던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절실한 마음일거야. 그와 함께한 건 한달 이지만 사랑은 평생이 될 수 있듯이.

<스위트 노벰버>는 달콤하지만 눈물 자욱이 남아있는 연애편지처럼 우리들을 옛사랑의 추억 속으로, 그리고 그 이별의 아픔 속으로 데려가는 영화야.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느릿한 최루성 멜로지만 아련해진 추억이 다시금 생각나는 이 계절에 정말 잘 어울리는 영화인 것 같아. 근데 말야… 나의 11월이 되어줄 사람은 어디 있을까?

2 )
ejin4rang
잔잔한 사랑   
2008-10-16 15:35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6:12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