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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 너의 목소리가 들려
후아유 | 2003년 2월 28일 금요일 | 구교선 이메일

최근 개봉한 멜로 영화 <클래식> 봤어? 획기적인 기록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롱런하면서 관객들을 ‘클래식 증후군’이라는 열병을 앓게 하는 그 영화 말이야. 그렇다면 <클래식>이 이처럼 남녀관객들 모두를 약간은 고리타분한 운명적 러브 스토리에 푹 빠져들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엽기적인 그녀>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곽재용 감독님의 신작이라는 아우라도 상당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상대역 손예진의 빈틈이 느껴지는 연기조차 메워버릴 정도로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 조승우라는 배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

아직은 약간 낯설지도 모를 이름 ‘조승우’. 그러나 그가 디뎌온 길을 따라가 보면 이 어린 배우가 지닌 내공이 심상치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어. 그가 처음 충무로에 이름을 알린 영화는 임권택 감독님의 <춘향뎐>이야.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데뷔작으로 깐느의 붉은 카펫을 밟았던 그는 연극과 뮤지컬로 발성과 연기력을 다지며 진정한 배우로 거듭날 초석을 다졌어.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온 작품은 스타가 아닌 배우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여준 김희선 주연의 <와니와 준하>. ‘와니’의 가슴 아픈 첫사랑이자 이복동생 ‘영민’ 역으로 조승우는 비록 조연이었지만 강렬하게 관객들의 가슴 속에 남게 돼. 그리고 그를 주시하던 관객들에게 주연이 되어 돌아온 작품이 바로 <후아유>야.

게임기획자 지형태(조승우), 채팅게임 ‘후아유’의 ID는 ‘멜로’. 수족관 다이버 서인주(이나영), ID는 ‘별이’. 이들의 만남도 키보드와 아바타를 통해 시작돼. 자신이 기획한 ‘후아유’를 비방하는 ‘별이’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형태는 그녀가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는 수족관 다이버 인주라는 사실을 알고, 그녀를 찾아가. 인주를 알아갈수록 그녀를 좋아하게 된 형태, 그러나 인주는 그를 속물로 취급하고 투명친구 ‘멜로’에 대한 환상을 키워가고 형태는 자신이 ‘멜로’임을 밝히지 못한 채 갈등하게 되지.

2000년대, 서로의 감정이 전선을 타고 흐르는 네트워크 시대에서 무수한 기호와 모니터 뒤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가린 채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 <후아유>는 감히 덜 다듬어진 청춘영화의 걸작이라고 평하고 싶을 정도로 신선한 젊음의 아이콘들이 가득 차있는 영화야. ‘Who Are You?’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타인과의 접촉은 늘어났지만 그 진실성은 보장받기 힘든 인터넷 세대들의 공허한 외로움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푸른 빛의 모니터들. 아바타와 휴대폰, ID로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청춘들.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쿨하게 담아낸 <후아유>는 새로운 도심공간으로 부각된 63빌딩의 야경과 우울한 물빛의 환상적인 수족관, 신세대들의 숨겨진 감성을 끄집어낸 듯한 인디 레이블의 숨겨진 명곡들까지 감상할 수 있는 비범함을 감추고 있는 작품이야. 한번 보면 누구나 귓가를 맴도는 그 음악을 잊지 못해 당장 OST를 구입하게 될 걸.

면도가 필요한 덥수룩한 턱수염, 때론 지나치게 솔직하고 유들유들한 뺀질이 같은 게임기획자 ‘지형태’가 된 조승우의 모습에서 쇠똥구리를 잡고 채변봉투를 들고 뛰던 60년대의 순박한 고등학생 ‘준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그의 이런 완벽한 변신의 밑바탕이 된 연기력이 <후아유>가 범작에서 걸작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는 주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거야. 특히 인주에 대한 감정이 폭발하듯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씬은 정말 탄성이 절로 나오는 명장면이야. (맛배기라도 괜찮다면 무비스트 BESTCUT <후아유> 편을 참고하도록^^)

조승우의 연기력에 큰 힘을 얻기는 했지만 <후아유>는 그 자체로도 참 맛깔나는 영화야. 가슴속에 상처를 지닌 ‘인주’ 역을 무난하게 소화해낸 이나영도 그렇고, 폭력이나 엽기가 배제된 깔끔한 묘사도, 형태의 친구 ‘남훈’ 역의 이장원의 감초 연기도 제 맛을 살리고 있어. ‘남자가 엄마에게 해서는 안되는 말 3가지’ 같은 명대사가 하이라이트지. 팁 하나, 최근 <국화꽃 향기>로 주연급 배우로 떠오른 박해일의 깜짝 출연도 있으니까 잘 찾아봐~.

<후아유>에 이어 형사스릴러 < H >에서는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마로 변신하더니 다시 고등학생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조승우. <클래식>을 보고 난 뒤 다시 한번 그의 내적 카리스마에 감동한 나머지 칭찬일색이 되긴 했지만 결코 빈말은 아니야. 2003년, 적어도 2004년에는 그가 최고의 연기력과 표현력을 지닌 차세대 A급 스타로 인정받을 배우라는 걸 확신하니까. 영화를 다 본 후에도 조승우, 그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듯 해.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3 )
gaeddorai
이나영이 많이 좋아졌다   
2009-02-22 21:18
ejin4rang
조승우의 연기 최고   
2008-10-16 15:05
ldk209
델리 스파이스... 노래 좋고...   
2007-05-2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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