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특수효과의 공포와 히치콕식 서스펜스가 만났다?
왓 라이즈 비니스 | 2000년 9월 27일 수요일 | 이지선 기자 이메일

[포레스트 검프], [콘택트] 등으로 유명한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가 이번엔 공포 스릴러를 들고 관객을 찾았다. 특수효과를 이용한 드라마 만들기에 재능을 보여왔던 그가 다른 것도 아닌 스릴러장르를, 게다가 호러의 요소를 덧입혀 들고 왔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변신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그의 나이나 경력을 생각한다면 이건 정말 큰 모험이지 않은가?

애지중지 키우던 딸을 대학기숙사에 보내고 홀로 남은 중년의 여자 미셸 파이퍼는 어느날부터인가 불안에 떨기 시작한다. 욕조에 누웠다가 자신을 닮은 여자의 귀신을 보고 혼비백산 하는가 하면, 담너머에서 들려오는 옆집 여자의 울음소리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고, 결국 그녀가 보이지 않는 순간, 살인이 일어났다고 단정짓고 공포에 떨기 시작한다.

저메키스는 첫 시도라고 보기는 너무도 능숙하게 관객의 공포를 자아낸다. 이 중년의 여인이 갖는 공포를 각종 특수 효과를 동원하여 실재감을 입혔으며, 덕분에 영화초반 흔들리는 물풀의 모습만으로도 관객은 충분히 긴장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아무래도 적재적소에서 관객의 비명을 이끌어내는 영화의 긴장감은 저메키스 자신만의 공으로 돌리기가 어려울 것 같다.

영화의 시작부터 뭔가 수상쩍어 보이는 옆집 부부들, 그리고 그들을 훔쳐보는 이쪽의 부부(이창), 살인이 일어났다고 단정하는 순간 불안에 휩싸이고 분열적 자아의 모습을 보이는 주인공(싸이코), 알고보니 충격으로 결정적인 사건을 잊어버린 탓이었다는 설정(마니), 그리고 부부관계를 둘러싼 또다른 음모(다이얼 M을 돌려라)들은 그 옛날 히치콕이 보여주었던 이야기들의 편린을 마치 퀼트보 만들 듯 조각조각 맞추어 놓은 것 같다.

중요한 듯 보였던 사건이 실은 별 것 아니었다는 히치콕식의 주의돌리기(맥거핀이라고 한다)를 이용하는 것이나 [싸이코]의 욕실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앵글과 화면구도에 이르면, 글쎄 이 영화를 온전히 저메키스의 영화로 보아주어야 하는지 조차 헷갈리게 된다.

첫 변신에서 히치콕을 떠올릴 만한 능수능란함을 선보인다는 건 어떤 면에서 그에게 성공일 수도 있겠다. '저메키스도 스릴러를 만들 줄 안다'는 것은 적어도 증명했으니까. 그러나 또 그렇기에, 영화는 더더욱 안스럽다. 본래 몸에 맞지 않는 옷은 불편하고, 보는 이도 괴롭기 마련. 주연을 맡은 해리슨 포드와 미셸 파이퍼는 나이를 넘어서는 열연을 보여주었고, '공포'라는 이름을 앞에 붙인 장르답게 관객은 충분히 놀라고 긴장하지만, 감독의 욕심이 너무 앞선 탓이었을까? 기대했던 반전이 나오지 않은 탓일까? 다소 어색한 호러와 스릴러의 조합정도는 참을 수 있다. 그러나 테크니컬한 공포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었던 관객들은, 가려졌던 진실을 말로 다 설명하고는 두시간의 긴장을 서둘러 끝내려는 결말부에 이르러 잠시 허탈해진다.

결국 미국의 중산층 가정, 그 평온을 가장한 불안을 이야기하려고 히치콕을 수없이 인용(?)한 거였던가. 물 속의 폭풍은 잔잔한 척 보일 때 더 두렵고, 무서운 것일텐데... '저 물 속에 폭풍이 잠자고 있다'고 말로다 해 버린 이상, '영화'로서의 매력은 사라지는데... 게다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새로운 것인 양 들었을 때, 더구나 그것을 전하는 사람이 전번 사람과 화술마저 비슷하다면, 듣는 사람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 그가 아무리 뛰어난 달변가라고 하더라도, 어쨌거나 우리는 이미 다 알고있지 않던가. 달변에 이르기 위해 애 쓴 그의 노력은 높이 사겠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호러와 스릴러 사이에서 잔뜩 줄타기를 하고난 관객들은 손에 난 땀을 어디다 닦아야 할까?
... [아메리칸 뷰티]나 빌려봐야 겠다.

2 )
ejin4rang
기대되요   
2008-11-12 09:37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4:03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