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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틱 리버
삶에 대한 노익장의 작은 읊조림 | 2003년 12월 5일 금요일 | 김작가 이메일

영화는 간만에 아카데미를 노리는 제작자 겸 감독인 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의지를 반영하듯 침착하게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인간사를 지켜보며 유유히 흐르고 있는 미스틱 리버를 따라 내려가는 것처럼 말이다. 지나는 길에 한 두 번 소용돌이처럼 꿈틀대는 여정이 있을 것이다. 영화는 오랫동안 기다려오다 바로 그런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세 친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두 번의 사건을 담담하게 지켜보기 때문이다.

딸의 시체 앞에서 울부짖는 지미
딸의 시체 앞에서 울부짖는 지미
마치 할아버지가 옛날 이야기 한 토막을 들려주듯 세 친구의 어린 시절을 먼저 꺼내놓는다. 신나게 공놀이를 하다 미처 마르지 않은 시멘트 바닥에 자신들의 이름을 쓰다 데이브(팀 로빈스)가 경찰 빼지를 든 낯선 사내에게 끌려갔다 성추행을 당하고 며칠만에 탈출한다. 화면이 한번 눈을 감았다 뜨면 마치 회고라도 한 듯 어느새 이들은 어른이 되어 있다. 잊고 싶은 기억들이 때때로 눈을 감으면 되살아나듯이 사건은 암묵적으로 묻혀졌지만 세 친구의 가슴엔 웅크리고 앉아있다. 그리고 그 웅크린 기억이 되살아나는 순간 참담한 비극이 시작된다.

형사가 되어 돌아온 숀
형사가 되어 돌아온 숀
한때는 문제아였지만 사랑하는 딸 케이티에 의해 이제 마음잡고 어엿한 가장으로 자리 잡은 지미(숀 펜). 그리고 데이브는 지미의 처제와 결혼해 이웃에 살고 있고, 마지막 남은 친구 숀(케빈 베이컨)은 형사가 되어 마을을 떠난 지 오래다. 그러나 케이티가 살해되면서 숀이 돌아오고 세 친구는 그리 달갑지 않은 재회를 하게 된다. 케이티가 살해되던 그날 밤 데이브가 손에 상처를 입고 피묻은 손으로 돌아왔다는 것. 그러나 그걸 아는 사람은 데이브의 아내 셀레스트(마샤 게이 하든)뿐이다. 손에 입은 상처 때문에 서서히 데이브를 향해 수사망이 좁혀져 오고 더불어 끔찍했던 옛 기억 또한 데이브를 살인자로 몰고 간다. 불량배를 두들겨 팼다는 데이브의 말과는 달리 그에 관해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없자 셀레스트 역시 서서히 남편 데이브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숀의 탐문에도 불구하고 지미는 나름대로 조직을 풀어 살인범을 찾아 나선다. 데이브를 의심하는 아내와 달리 지미의 아내 아나베스(로라 리니)는 그런 지미를 적극 두둔한다.

아내조차 믿기 어려운 남편 데이브
아내조차 믿기 어려운 남편 데이브
영화는 세 친구의 기구한 운명을 빌어 한편으로는 부부 혹은 가족 간의 관계를 더 밀도 있게 파헤치고 들어간다. 세 친구를 빌어 궁극적으로는 부부간의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음미하게 만든다. 결국 남편을 믿지 못하고 설마 하며 지미를 믿었던 데이브의 아내 셀레스트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저지른 불법도 감싸안겠다는 지미의 아내 아나베스. 과연 누가 옳은 것일까? 영화는 여기에 의문을 던진다. 당신이라면 어떤 쪽을 택하겠냐는 투로 두 집안의 결말을 제시한다. 양심을 쫓을 것인가 아니면 가족을 택할 것인가? 물론 해답은 각자의 몫이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클린트 이스트우드 조차 결론을 짓지 않는다. 그건 인간의 삶을 그만큼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진실이 미스틱 리버에 수장돼 흘러가듯 인간사 역시 때로는 진실을 묻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이 조그만 동네 이야기는 단지 미스틱 리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로 확대된다. 이게 바로 약간은 보수적인 아카데미를 노려볼 만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전략이다. 그러나 세 친구의 기구한 운명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손을 들어줄지는 의문이다. 묵직했던 서두와 달리 다소 지루함을 거두고 나면 결말이 이렇다할 울림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노익장의 작은 읊조림만 들려올 뿐이다.

모호한 경계의 연기를 선보이는 팀 로빈스
모호한 경계의 연기를 선보이는 팀 로빈스
이 영화의 백미는 누가 뭐라 해도 각기 다른 세 친구를 비롯한 배우들이다. 처음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접했을 때 숀 펜, 케빈 베이컨, 팀 로빈스, 마샤 게이 하든, 로라 리니의 출연이라는 점에서 대단한 물건이겠구나 생각했다. 경찰에 협조하는 척 하면서 자신의 손으로 딸을 죽인 살인범을 잡아 처단하겠다는 숀 펜의 불안한 모습은 영화를 전체적으로 매우 불안하게 이끈다. 어린 시절의 끔찍했던 기억 때문에 어딘지 멍한 표정으로 살아가는 데이브 역의 팀 로빈스 역시 그가 범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묘한 경계선상을 연기로 보여준다. 남편이 범인이 아닐까 의심하는 마샤 게이 하든과 너무나 대비되는 로라 리니의 당당함까지 배우들은 맞춤옷처럼 꼭 맞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잊고 싶은 진실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비록 훗날 이것이 불쑥 튀어나올지라도 오늘은 그것을 잊고 열심히 살아보라고 영화는 권하고 있다. 잊었든 잊지 못했든 어차피 진실은 한번쯤 수면위로 떠오를 테니 말이다.

4 )
ejin4rang
아 슬프다   
2008-10-16 09:30
callyoungsin
숀펜이 나와서 기대해서 본 영화지만 재미는 없었다. 하지만 세남자의 변해가는 우정과 삶에 대한 표현은 생각하게 해볼만 했다   
2008-05-22 13:44
ldk209
아 서글프다. 어쩌랴.. 세상이 내 맘 같지 않은 걸....   
2007-01-22 09:52
js7keien
잔인한 사건 앞에서 & 시간의 흐름 가운데 퇴색해버린 세 남자의 우정   
2006-10-0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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