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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동반한 검객 1
사무라이 아버지의 육아일기 | 2004년 2월 14일 토요일 | 최종삼 이메일

부자의 표정이 대조적이다.
부자의 표정이 대조적이다.
꽤나 심심한 한 해가 될 듯 하다. 일본문화 4차 개방으로 인해 이제 보고 싶은 감독들의 그 말로만 듣던 문제작들을 올해는 안방에서 또는 극장에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겠구나 좋아라 했는데 수입 상영 대기중인 일본 영화 목록을 보니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기대 이하의 얇은 두께를 자랑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수입 목록을 보니 더 가관이었다. 누가 뭐라 해도 일본 애니메이션은 세계 최고이다. 문화개방의 또 다른 의미는 우리보다 발전된 문화를 수입해서 좋은 점은 습득하고 우리 것으로 만들어 자국 내에서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의미다. 일본문화 전면 개방을 무조건 주장하는 말이 아니다. 단지 그들의 문화를 도둑질하는 것처럼 불법 복제판으로 보는 일이 지겨워졌고 또는 이제나저제나 하면서 마냥 기다리는 것도 지쳤기 때문이다.

민감하지만 매혹적인 문화를 소유한 일본, 너무나 잘 알지만 아직까지 필자에게는 접근 할 수 없는 네버랜드 섬으로 남아 있는 영화 세계의 판타지로 가득한 나라.... 그들에게는 "사무라이"라는 특이한 문화 유산인 존재들이 있다. 사무라이는 일본이 자랑하는 조상이고 영웅이기 전에 이제는 세계를 매료시키는 문화 키워드가 되었다. 일본을 영화적 소재로 차용한 유명 감독들은 한결같이 그들의 존재에 대해 특별한 헌사를 마다하지 않는 실정이다. 정확히 따지고 들어간다면 일본이 아니라 사무라이 이들의 존재가 가장 매혹적인 문화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재패니메이션의 열혈 팬인 가족의 영향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해골바가지로 상징되는 '불법' 일본 문화를 남들보다 쉽게 접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일본 영상 매체들은 필자에게는 재미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는 하지 못했다. 허나, 요 근래 본 단 한편의 작품 때문에 일본 사무라이 영화에 정신없이 빠져드는 필자의 모습을 주위에서 쉽게 목격하고 있다.

칼 그 자체의 날카로움을 가장 스타일리쉬하게 표현한 영화 <아들을 동반한 검객> 시리즈는 1972년부터 제작되었다. 미국에서 상당히 인기를 끈 이 작품은 코이케 카즈오의 원작 [새끼 달린 이리]를 영화화시킨 작품이다. 총 6편의 시리즈 물로 제작되었으며 주인공 오가미 이토역의 와카야마 토미사부로 (Tomisaburo Wakayama)은 가장 사무라이 적인 무사의 모습을 표현한 배우로 기억되고 있다. 실제로도 대단한 검술 실력을 가졌던 이 배우는 시종일관 무표정한 표정으로 적의 사지를 베고 있는데 요즘 CG 처리된 때깔 좋은 화면과 액션 씬에 길들여진 관객이 본다면 다소 촌스러워 보일지도 모르지만 최소한의 특수효과에 온전히 한 배우의 과장 없는 칼 솜씨에 의존한 모든 액션 시퀸스들은 복고로의 회귀를 꾀하는 요즘 문화처럼 색다르게 보인다.

오가미 이토는 쇼군의 수석 무사였지만 모든 영웅이 그렇듯 그도 누명을 받고 어린 아들을 등에 없고 도망자 생활을 한다.(아들 역은 토미카와 아키히로라는 아역배우가 하고 있는데 어찌나 이쁘게 생겼는지, 지금쯤이면 30살이 넘은 어른일텐데, 그의 성장한 모습이 보고 싶을 정도다) 그는 아들과 자신의 생계를 위해서 두 당 500냥을 받고 청부살해를 하면서 도망자 생활을 유지해 나간다. 그를 모함한 적들에게 자주 생명의 위협을 받지만 그의 신들린 칼 솜씨로 위기를 모면하고 초연히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자갈길을 걸어가는 모습은 <아들을 동반한 검객>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 장면이다.

칼끝이 부딪치면서 내는 소리야 "챙챙" 하는 쇠 소리겠지만 적과의 대면에 예의를 지키고 서로의 이름과 소속 지를 밝히는 사무라이들의 모습은 상당히 낯선 풍경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무라이들이 죽음의 축제를 벌이기 바로 전에 보이는 이 정지된 대결 구도는 많은 이들에게 사무라이 자체가 대체 어떠한 존재인지 알고 싶어하는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복수와 애증 그리고 음모라는 복잡한 그물 망 안에서 사무라이의 냉혹한 면을 표현하는 와카야마 토미사부로의 연기는 이런 사무라이 정신이 어렴풋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망설임 없이 적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가장 보편적인 살육의 타당성을 제공하면서 허구를 연기하는 사무라이가 아니라 칼날의 예리함을 아는 무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들을 동반한 검객> 시리즈 중 오늘 소개하는 1편의 감독은 고지마 고세키이다. 2편부터 5편까지는 미스미 겐지가 감독했는데 2편부터 <아들을 동반한 검객> 시리즈는 그 명성에 걸 맞는 검의 스릴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6편은 쿠로다 요시유키가 감독했다) 검 끝에 인간적 고뇌와 스릴을 오락적인 요소로 가장 완벽하게 구축한 미스미 겐지는 1편에서도 스텝으로 참가했다.

필자가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일본 문화를 사무라이로 대변하여 완벽하게 포장시킨 오락성 때문이다. 그저 낯선 문화려니 하고 보아 온 그들의 영화가 가지는 미학적 힘은 실로 대단하다. 단지 배우들이 웃지 않는다고 해서 피가 솟구치는 살육의 장면이 재미만을 위해 구성된 오락물로 보이기보다는 하나의 축제로 죽음을 승화시키는 그들의 사고방식이 그럴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면 당신은 나처럼 그들에게 매료당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황량한 사막에서 벌이는 1편의 마지막 검술 씬에서 오가미 이토에게 목을 베이는 '벤, 덴, 라이'의 3형제 중 맏형인 벤의 대사는 가히 사무라이의 외형적 멋을 한껏 살리는 데 일익을 담당한다.

"내 목에서 겨울 찬바람 소리를 듣게 되나니.."

이 시적인 표현 요즘 말로 죽이지 않는가? 자신의 죽음 앞에서 겨울 찬바람 소리를 듣는 다는 것부터 일본 사무라이 영화가 가지는 오락적인 요소는 액션에 있기보다는 이런 미학적 죽음의 찬양에 있음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일본 사무라이의 가장 보편적인 정서를 멋지게 표현한 이 시리즈의 또 다른 매력은 적을 베는 아버지의 모습을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아들의 정적인 표현에서 극대화된다. 잔인한 살육의 장면을 무심히 쳐다보는 아들, 그 자체만으로도 이 작품이 가지는 그 잔인함의 오락성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적들의 칼날 앞에서도 방어보다는 공격이라는 수단을 통하여 아들을 지켜내는 이 사무라이 아버지의 고군분투기를 6편까지 내리 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2편까지만 출시 된 상태이다. 사무라이 아버지의 육아 일기 전 시리즈를 하루 빨리 볼 수 있는 날을 희망하며.

2 )
ejin4rang
사무라이 재미있다   
2008-10-15 17:15
callyoungsin
아... 이런 영화도 있었네요 사무라이 육아일기 같은 영화인가?>   
2008-05-19 13:2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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