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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인디언~~밥’이 생각나는 광활한 로드 무비 | 2004년 2월 27일 금요일 | 심수진 기자 이메일

군데군데 멋진 카메라 워크가 돋보이는 '실종'
군데군데 멋진 카메라 워크가 돋보이는 '실종'
인디언과 백인들이 위험하게 공존하던 1885년, 미국 남서부의 뉴 멕시코. 남편을 잃고 두 딸과 함께 살아가던 의사 ‘매기(케이트 블란쳇)’에게 20년 전 집을 나갔던 아버지 ‘사무엘(토미 리 존스)’이 찾아온다. 어머니가 죽을 때조차 가족에게 돌아오지 않았던 사무엘을 매기는 신경질적으로 증오하는 상태.

아파치 인디언이 된 사무엘은 냉담한 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나게 된다. 그래서 두 사람의 인연이 끝나고 만다면, 영화가 어찌 성립되었겠는가. 당연히 돌발 사태가 발생한다. 비싼 값으로 팔아넘기기 위해, 마을의 10대 소녀들만 노리는 인디언 살인마 ‘페쉬치든’에게 큰 딸이 끌려가고 만 것. 결국 매기는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 증오덩어리 아버지와 함께 추적에 나서게 된다.

이런 대강의 줄거리를 가진 <실종>은 스릴러 분위기를 띠는 로드 무비다. 누구는 ‘인디언하면 금방이라도 부서져버릴 것 같은 빛바랜 세피아톤의 쭈글쭈글한 사진이 연상된다.’면서 ‘그들은 너무나 경이로워서 아무리 오래 들여다봐도 질리지 않는다.’하고, 누구는 그 ‘대지와 물과 바람의 자식들’이 가진 죽음에 대한 생각. 말하자면 ‘죽은 자들과 함께 살고, 그들의 신을 직접 대면’하고 있는 모습에 깊은 사색에 잠긴다고 한다.예컨대, ‘인디언’은 쉽게 얘기할 수 없는 신비한 존재감을 지닌 부류라는 것.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어쩐지 이런 생각이 싹 달아나게 된다. 독특한 구석이 없진 않지만, 백인들이 우월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원시적인 존재 아니면, 몹쓸 놈의 악당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여러 부족의 인디언들이 등장하는 <실종>은 이러한 도식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고 있는 영화다.

썩을 놈의 악당으로 등장하는 인디언도 있고, 한없이 경외감을 표하게 되는 멋진 인디언도 등장한다. 이 속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묘사되는 인디언들의 모습은 그들이 지닌 샤머니즘. 일반적으로 인디언들은 인간이 정령들과 직접 교접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실종>에서도 머리카락에 주술을 걸어 병에 걸리게 한다든가 새에게 간절하게 말을 걸어 길을 안내해 달라고 부탁한다든가 하는 장면들을 통해, 우리가 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인디언 부족의 문화를 흥미롭게 재현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사무엘’이 가족들을 버리고, 아파치 인디언으로 떠도는 것도 그만큼 인디언들의 근사함을 드러내는 장치일 수도 있겠다. 또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살인마 ‘페쉬치든’은 백인들로 인한 고통스런 피해의 경험이 있는 인물임을 보여준다. 돈을 벌기 위해 인신매매나 벌이고 있지만, 유괴한 소녀들을 건드리지는 않는 페쉬치든. 오히려 그러한 소녀들을 유희의 대상으로 이용하려는 인간들은 그에게 달라붙은 백인들이다.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는 케이트 블란쳇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는 케이트 블란쳇
이렇게 ‘인디언’에 대한 편협한 관점을 지양하고, 어느 정도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는 노력 탓인지 <실종>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사무엘 역을 맡은 토미 리 존스가 실제 인디언의 후손이라는 사실. 아파치 언어를 배우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는 그는 방랑벽을 지닌 고독한 인디언을 표현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코믹한 느낌이 유발되는 토미 리 존스에게서, 역할에 흡착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보다 매력적인 것은 매기 역의 케이트 블란쳇이다. 고전과 현대의 이미지를 두루 갖춘 강인하면서도 헌신적인 캐릭터 ‘매기’는 케이트 블란쳇의 호연에 힘입어, 여성 관객들이라면 더욱 환호할 이상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그게 이 영화의 미덕이 되기도 하리라).

<뷰티풀 마인드>(2002)로 아카데미 영화제 4개 부문을 수상했던 론 하워드 감독은 전작 <랜섬>에 이어 또 다시 ‘유괴’라는 코드를 가지고, 137분의 러닝타임을 가진 로드 무비를 만들어 냈다. 아, 물론 스릴러를 띤 로드 무비를 말이다. 여기다 익히 예상했던 바지만, 딸의 실종과 더불어 극의 갈등 구조의 하나였던 매기와 사무엘의 대립 관계를 ‘감동적인(?)’ 화해로 마무리지으면서, 특유의 가족애를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너무 길고 뻔하다. 광활한 대자연의 풍광을 보여주는, 멋진 카메라 워크는 볼만하지만 팽팽함이 없는 스릴러는 다소 지루함을 던져준다. 참, 이 영화를 보실 때 다음 장면을 주목해 보시라. 처참히 맞은 토미 리 존스를 케이트 블란쳇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는 새의 발목에 노란 색 플라스틱 링이 매달려 있는 귀여운 실수를 말이다.

2 )
ejin4rang
스토리가 괜찮네요   
2008-10-15 17:09
callyoungsin
광활한 로드무비지만 스토리가 길고 뻔한 결말...   
2008-05-1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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