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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범죄물의 스타일을 빌린 독특한 성장영화
예언자 | 2010년 3월 8일 월요일 | 최승우 이메일


아랍 청년 말리크(타하 라힘)는 6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들어간다. 그는 감옥을 지배하던 코르시카 계 갱 두목 루치아니(닐스 아르스트럽)의 강요로 같은 아랍인 레예브(레다 카텝)를 살해하게 된다. 그 일로 인해 말리크는 루치아니의 신임을 얻고, 그의 밑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보스는 수감 생활 3년 만에 모범수로 외출을 나가게 된 말리크에게 특별한 임무를 맡기게 되고, 말리크는 감옥 밖에서 비밀리에 마약 거래를 시작하면서 자신만의 조직을 구축해나간다. 서서히 자신의 입지를 굳혀가면서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코르시카 조직과 같은 아랍계 조직 사이에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에 다다른다.

카테고리화를 한다면 <예언자>는 갱스터, 느와르, 범죄드라마다. 지난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올해 영국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이미 화제를 뿌린 것을 볼 때, 같은 장르의 고전들과 나란히 설 자격이 있다는 것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견이 없는 듯 보인다. 그리고 동종의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장르적 형식을 따르면서도, 그와 차별화되는 독특한 구석이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예언자>는 <대부>처럼 갱스터 영화의 틀 안에서 미국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은유하거나, <아메리칸 갱스터>처럼 자본주의의 토착화 과정을 고찰하는 영화는 아니다. <히트> <퍼블릭 에너미>에서 드러나는 마초의 미학도 보이지 않으며, 터프한 액션도 배제됐다. 순진했던 청년이 사회의 희생양이 되어 파멸되어가는 숙명적 비극론, 사회성 짙은 드라마에서도 벗어나있다. 그 대신 건조하고 투박하면서도 판타지 영화를 연상시키는 초현실적 이미지를 통해 한 사람의 내면, 변화의 과정에 철저하게 집중한다.

장장 154분의 러닝타임 동안 화면에 나오는 배경은 그다지 넓지 않다. 물론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활극이 종종 있긴 하지만, 카메라는 감옥이라는 공간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감옥은 인생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글을 읽고 쓸 줄도 몰랐던 말리크는 그 안에서 삶을 통틀어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 습득한다. 지식, 신뢰, 배신, 우정, 돈벌이, 인종간의 갈등, 파벌간의 파워게임, 살인까지. 그는 아랍어와 불어를 모두 할 수 있고, 귀동냥으로 코르시카어를 배울 만큼 머리가 좋다. 상황 봐서 굽힐 때는 굽히고, 챙길 것은 확실히 챙기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을 모으는 법을 터득해가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성공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처세다. 그의 내면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그가 죽인 레예브의 유령(혹은 환영)이다. 말리크가 심리적으로 혼란을 겪을 때면 언제나 레예브가 나타난다. 그는 처음에는 그것을 무서워하고 피하다가,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서 받아들이고, 떨쳐버릴 수 있게 된다.

영화의 제목인 <예언자>는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내면의 어둠을 극복하고 자신의 힘으로 운명을 개척한 사람을 암시하는 것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어린아이나 다름없었던 말리크는 자신이 처한 일련의 악조건에 휩쓸리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길을 스스로 찾아나서는 쪽을 택한다. 6년의 복역기간 동안 거물이 된 말리크가 조직원들의 환대를 받으며 출소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사람들은 그가 범죄자라는 선악의 잣대를 적용하기에 앞서, 능동적이고 강인한 인간의 모습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결국 <예언자>는 단순한 범죄물이 아닌, 다소 과격한 표현방식으로 인생을 성찰하는 독특한 성장영화인 셈이다.

2010년 3월 8일 월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철학적인 범죄영화
-빛과 어둠을 십분 활용한 스타일리시한 영상, 매끄러운 연출, 훌륭한 연기의 조화
-2시간 30분이 지루하지가 않다
-액션과 반전 기대하고 보면 안 된다
-비위 약한 사람은 피 웅덩이에 드러눕는 듯한 살인 신이 조금 불편할지도
25 )
bjmaximus
오락성은 많지 않네   
2010-03-0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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