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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초콜렛만 먹으면 동화 속의 낭만파!
초콜렛 | 2001년 2월 22일 목요일 | 모니터기자 - 신지영 이메일

북풍을 따라 유랑하며 사람들을 치유하고 다닌다는 신비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딸과 함께 북풍을 따라서 어딘가로 떠났고, 그 딸 비엔(쥴리엣 비노쉬)이 장성하여 이제는 자신의 딸과 북풍을 따라 유랑하고 있다. 비엔과 딸은 어느날 북풍과 함께 1950년대 후반이라는 시대를 등진 듯한 아담한 마을에 들어선다. 그리고 마을 사람 모두 사순절이라 하여 금식을 하고 있는 때에 초콜렛 가게 Chocolaterie를 연다.

주인공 비엔이 치유할 것은 마을 사람들의 진부한 구시대적 관념이다. 사람들 모두 착하고 순진한 본성이 있는데 보수적이고 융통성 없는 종교적 제약과 규범에 눌려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 내력을 위한 전통을 고집하는 시장의 막강한 파워는 풋내기 신부에게조차 편협되고 왜곡된 예수의 가르침을 설교하게 한다. 성경말씀에 '서로 사랑하라' 했건만 그들은 이방인을 사랑하지 않으며, 아내는 남편을 떠나고, 남편은 아내를 때리고, 딸은 어머니와 연을 끊고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자신이 고집해온 전통과 체면 때문에 모든 것에서 솔직하지 못하다. 처형을 하고 싶을 만큼 밉지는 않고, 작은 감동으로 쉽게 변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순진한 악역을 만들기에는 가장 간편하고 그래서 이제는 낯익고 식상하기도 한 설정이다.

비엔이 만드는 초콜렛은 이들에게 사랑의 묘약도 되고, 용기를 주는 활성제도 되며, 우울함을 달래고 마음을 열어 주기도 한다. 시장이 초콜렛을 사탄의 유혹이요 마약이라고까지 할 정도로 마을 사람들은 초콜렛의 마력에 빠져 들고, 활기 넘치는 일상을 맞는 가운데, 신부 앞에서 그 유혹에 당해 낼 수 없음을 고해하기도 한다. 이것은 초콜렛의 독특한 성분과 맛 때문 이라기보다는 비엔이 그들의 대하는 진심어린 태도와 편견없이 열려 있는 마음가짐 때문일 것이다. 깊은 신앙심과 맹목적인 교리 따르기를 핑계로 변화와 융통성 없이 간편한 세상에 자신을 가둔 인간들에게 초콜렛은 진짜 세상을 열게 하는 미끼이자 포문이다. 그들을 유혹한 칠리 페퍼가 섞인 초콜렛의 달콤 쌉싸름한 맛은 활기 찬 세상의 진짜 맛 가운데 극히 일부이기에 일단 맛을 보면 누구든 변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눈가에 주름과 음영이 표시 나는 쥴리엣 비노쉬의 이국적이고도 촌스런 마스크는 이런 신비로운 마력의 전령사 같은 역할에 너무도 적격이었다. 그래서 훌륭한 연기력은 더욱 빛을 발했고, 그녀의 딸로 나오는 빅투아르 티비솔은 <뽀네뜨>의 슬픈 눈과 천부적 연기력을 그대로 가진 채 훌쩍 성장했다.

그런데 순수한 감동이 연이어 다가오지 않고, 마치 곤충처럼 탈피 또는 변이를 두 번 정도 일으킨다.

그래서 세 번의 다른 느낌을 준다. 세 번의 감동이 아닌 세 번의 뜨악한 변이.... 초반부, 비엔의 등장은 보수주의적 편견과 종교적 금기에 갇힌 마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고, 사람의 마음과 상황을 읽어 초코렛으로 처방전을 내려 주는 귀신 같은 신통력은 신비롭다. 그녀가 딸에게 해주는 전설 같은 할머니 얘기처럼 말이다. 꿈과 사랑을 안겨 주기 위해 허구로 뭉쳐진 동화라도 좋으니, 신비한 사랑으로 감동의 물결이 이어지길 바라게 된다. 그러나 비엔은 자신을 마녀로 몰아대는 시장과 그의 말에 꿈쩍 못하는 순진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지치기 시작하고, 딸조차 떠도는 생활에 힘들어 한다며 당당했던 때의 말을 번복한다. 짧은 순간 이렇게 그녀가 유들유들 약해진 모습은 유랑인 로우(조니 뎁)와의 로맨틱한 순간에 보였다. 로맨틱을 위해 전자가 필요했던 것인지, 그녀도 연약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고 보여 주기 위해 후자가 필요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갑자기 그리고 잠시 동안 눈물을 보이는 변화가 당황스러웠다. 결국에는 또 다시 몰아친 북풍을 맞으며 떠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반항하는 딸이 실수로 할머니의 유골함을 깬다. 순간 용감한 마을 사람 몇 명이 금기를 깨고 초코렛을 직접 만들고 나서서 행복한 웃음이 Chocolaterie에 흘러 넘친다. 그리고 결정타는 초코렛을 부수려고 침입한 시장마저 자신이 부순 초코렛 더미 속에서 그 맛에 이성을 잃고, 되려 자신의 편견과 금기를 부수는 꼴이 된다. 어찌 보면 이러한 세 가지의 뜨악한 전환들은 내가 기대했던 동화와는 조금 다르지만 역시 동화스럽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간단한 결정들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비엔의 Chocolaterie는 마을의 중요한 일부이며 행복이 솟아나는 고마운 이웃으로서 자리잡게 된다. 그리고 비엔은 유랑 생활을 접고, 마을에 정착하기로 하며 어머니의 유골함을 열어 북풍에 날려 보낸다. 아름다운 동화의 행복한 결말이다. 그리고 마을 광장에 놓인 초대 시장의 동상이 입을 씰룩거려 미소를 띄우는 간단한 특수효과가 마지막 장면으로 나온다. 초반부에 느꼈거나 기대했던 기분에 비교했을 때 무척 당황스럽다. 누구의 익살이었을까? [Chocolat]의 시나리오를 쓴 로버트 넬슨 자콥(Robert Nelson Jacobs)은 [다이너소어(Dinosaur)]도 썼으며,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개같은 내 인생], [길버트 그레이프], [사이더 하우스]를 만들었다.

2 )
ejin4rang
초콜릿먹고싶다   
2008-10-17 08:47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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