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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일기
박카스 비타 500 등 피로회복제 필히 지참! | 2005년 5월 20일 금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돌아버리기 딱! 좋은 환경. 나라도 미쳐버리겠다.
돌아버리기 딱! 좋은 환경. 나라도 미쳐버리겠다.

범상치 않음의 기운을 내뿜기에 전혀 모자람 없는 ‘남극 최초 미스터리’라는 헤드카피! 그리고 송강호 유지태 캐스팅. 80억이 넘는 대작. B무비 광으로 소문자자한 단편영화계의 기린아 임필성 감독의 입봉작. 기라성 같은 선배들도 쉬이 나서지 못한 소재의 에너지를 최적으로 뽑아내고자 적도를 가로질러 남극과 가장 근접한 환경의 뉴질랜드로 날아가 촬영 시도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의 불타는 의지.

뭐, 이 정도의 간판이라면 영화로 밥벌이 하는 이들뿐 아니라 영화로 밥벌이 아니 하는 대중에게도 상당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엔 사실 부족함이 없다 볼 수 있다. 해서 봤다만,

당 영화 <남극일기>는 그러한 기대심리에 확실히 값하는 걸작은 아니지만 족히 수작이라 부를 만큼 상당한 미덕을 과시하고 있는 작품이었더랬다.

달력에서 튀어나온 듯한 신비로운 미지의 영토 남극의 풍광을 전시하며 영화의 사이즈가 남다름을 오프닝 신부터 제대로 포착해 화면에 배치하는 <남극일기>는, 그 안에 놓인 혹은 갇힌 6명 탐험대의 얼굴을 클로즈업로 잡아내 스펙터클하게 묘사하는 등 볼거리 측면에서 유례없는 비주얼을 선보인다. 허나, 더 중요한 건 이 영화가 이 같은 상업적 강점 외에도 그 이상의 것을 성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쓴 만큼 뽑아내야 한다는 목하, 현 영화판의 영악한 경제적 논리가 야기하는 심한 강박에도 불구하고 임필성 감독은 자신이 품고 있는 영화에의 의지를 끝까지 관철시킨다.

트랜디에 편승해 게으른 영화가 난무하는 요즘, 이거 말이 쉽지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감독의 그러한 뚝심이 대중에게도 전달됐으면 좋으련만, 이 역시 그렇게 녹록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는 공포영화와 미스터리 장르의 낯익은 장치와 유사한 분위기를 빌려와 화면에 녹여낸다. 단, 인간의 섬뜩한 욕망을 드러내기 위한 맥거핀이거나 설정일 뿐이지 주가 되진 않는다. 한 인간의 심연에 도사리고 있는 뒤틀린 탐욕이 무언가에 집착할 때 얼마만큼이나 광기스런 모습으로 변해갈 수 있는지, 바로 이 점을 어둡고 무겁게 응시하는 묵직한 드라마가 <남극일기>다.

<샤이닝>의 잭 니콜슨이 그러하듯 탐험대의 대장 최도형(송강호)은 허연 것으로만 온통 뒤덮여 있는 돌아버리기 딱 좋은 남극에서 서서히 미쳐간다. 다시 말해, 민재(유지태)의 시선을 따라 내러티브가 진행되는 영화 속의 남극은, 존재 자체가 탐험대의 심리적 저지선을 무너뜨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괴물스런 또 다른 시선이자 캐릭터다. 물론, 임필성 감독이 좋아해 마지 않는 존 카펜터의 <괴물(The Thing)>이나 공수창의 <알포인트>처럼 공포의 대상이 형상화돼 스크린에 출몰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영화는 남극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보는 이의 시선을 교란시키는 모호하면서 불길한 제3의 시선을 개입시킨다. 단, 이야기에 단단하게 들러붙지 못하고 방황한다. <전설의 고향>의 ‘내 다리 내놔!’ 에 버금가는 모골이 송연한 후반부 최도형의 대사에서 정점을 이루는 그의 광기의 실체의 묘사 또한 혼란스럽다. 차리리 ‘아들의 죽음으로 인한 죄의식’ 이 부분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 나을 뻔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이 보기 드문 긴장감과 밀도감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며 많은 장점을 확보하고 있는 <남극일기>에 결정적 패착으로 전면에 나서지는 못한다. 빈곤한 아이디어를 때우는 데 무차별적으로 소모되고 있는 CG 역시 당 영화에서는 생산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 눈여겨볼 만하다.

감독의 덩치만큼이나 덩친 큰 소재와 환경을 한국영화 지형도에 있어 신인으로서는 도달불능점에 가까운 패기와 고집으로 돌파한 <남극일기>는 사람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는 우리네 일상적 입버릇을 뼈저리게 다시금 환기시킨다. 더불어 무시무시한 욕망과 탐욕으로 들끓는 인간에겐 섬뜩함과 슬픔이 공존함을 연출진의 말마따나 차갑지만 뜨겁게 보여준다.

그래서 말인데, 당 영화 보고 나면 무자게 힘이 쫙 빠진다. 보는 내가 탐험대원인냥 같이 체험한 듯 심신의 피로감이 밀려온다는 거지. 물론, 그건 소중한 경험이다. 그러니 박카스나 비타 500 등 피로회복제 하나 정도는 꼭 지참하시길 당부드린다.

10 )
ejin4rang
설경은 멋있다   
2008-10-10 09:15
callyoungsin
흥행하긴 힘든영화   
2008-05-15 15:42
kyikyiyi
지루한 영화였어요   
2008-05-09 15:28
qsay11tem
배경이 아름다워요   
2007-11-23 12:07
kgbagency
안무섭고 지루했다   
2007-05-19 06:48
ldk209
대체 왜 박카스를 먹어야 하지?? 안 졸려면????   
2007-01-11 16:17
garnet23
영화의맥이중간중간끊기고뭔가어설프다.   
2005-06-02 03:06
taewoo1000
정말 힘빠지는 영화... 잘만든건 인정... 재미없다에 올인 --;   
2005-05-2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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