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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된다면?
너스 베티 | 2001년 2월 26일 월요일 | 모니터 기자 - 은현정 이메일

'소프 오페라'를 아시나요? [제네럴 하스피탈]이나 [볼드 앤 더 뷰티풀]처럼 절대로 끝나지 않는 연속드라마 시리즈를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평일 아침에 하는 연속극을 떠올리시면 될 것 같고요. 주로 주부취향의 복잡한 애정관계(사실은 너무 짜증나는 애정관계)를 주축으로 하는 멜로드라마들을 말하는데, '소프 오페라'라는 말은 약간 싸구려같고 천박하며 가볍기만 한 드라마들을 통칭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누가 볼까 싶기도 한데, 생각보다 이런 소프오페라의 열렬 추종자들이 꽤나 많은가 봅니다.

물론 이 소프오페라의 팬 중에 우리의 베티(르네 젤웨거)가 끼어 있습니다. 베티는 되고 싶은 간호사도 되지 못한 채 웨이트리스 일을 하면서 무지막지한 남편에게 휘둘려 살고 있는 평범한 주부입니다. 그리고 소프 오페라 [사랑하는 이유]를 매일 매일 녹화해서 보는 열성 시청자이기도 하고요. 그녀는 열성 시청자를 넘어서서 그 드라마의 주인공인 데이빗(그렉 키니어)을 숭배하고, 그가 하는 대사나 행동들을 모두 외우고 심지어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실생활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충격적인 장면과 마주치게 되자, 드라마 속으로 도피하고 맙니다. 자신이 실제로 드라마 속의 [너스 베티]가 된 것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도피하는 그녀를 쫓는 찰리(모건 프리먼)는 베티에게 반해서 그녀를 드라마 중독자가 아니라 우아하고 냉정한 딜러로 착각하게 됩니다.

드라마나 영화 중독자가 가상(?)현실을 실제상황으로 착각하게 되었을 때, 혹은 어떤 인물에 대해 우리가 너무 큰 기대를 가지게 되었을 때 어떤 해프닝이 일어나게 될까요? 영화 [너스 베티]는 이런 착상으로부터 시작한 코미디입니다.

그렇지만 코미디라고 해서 이 영화가 가볍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영화는 미디어나 드라마, 영화 안에서의 허구를 꼬집고 비판합니다.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 속의 '환상'뿐만 아니라 현실 속에서 우리가 만나보지 못한 이성이나 사람에 대해 갖게 되는 기대, 그 '환상'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고요. 그래서 영화는 베티와 베티를 쫓는 찰리를 두 축으로 하여서 전개됩니다. 물론 이 사이에 요절복통할 코미디들이 끼어들어가 있습니다. 환상과 착각에 빠져사는 주인공들은 현실감각이 둔화될 수밖에 없으니까, 당연한 일이겠지요. 주인공들은 그 실물에 부딪혀서야 현실에 대해서 깨닫게 됩니다.

이런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 [너스 베티]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신선하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보아온 어떤 코미디보다 더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영화가 출발하고 있으니까요.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된다면?" 누구나가 다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지금까지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요.

르네 젤웨거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전 그녀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지 않은 것이 너무나 이상합니다. 물론 골든 글로브 뮤지컬 - 코미디 부분에서는 상을 받았지만요. 물론 모건 프리먼이나 크리스 락, 그렉 키니어의 연기도 아주 뛰어납니다.

하지만 이런 신선한 감각들에 비하여 영화의 상투적인 결말 처리에는 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현실속의 인물에 대해 착각을 일으킨 사람은 불행하게 되는데, 허구속의 인물에 대해 착각을 일으킨 사람은 행복하게 된다니요. 뭔가 뒤바뀐 것 같지 않나요? 하긴, 할리우드 영화에서 해피엔딩은 필수적인 것이니 [너스 베티] 안에서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기대하는 것도 좀 무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3 )
ejin4rang
정말 동화다   
2008-10-17 08:47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4:37
ldk209
정말 동화같은 영화.. 르네 젤위거....   
2007-01-2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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