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3인방! 웃음은 우리가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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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벌>은 역사를 비틀어서 보기보다 현실의 잣대를 그 시대에 들이밀자 현재의 우리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진 결과물이었다. 사실 <황산벌>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은 역사를 ‘공부’했다기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찰력 있게 파헤친 분석가형에 가깝다. 때문에 그가 다시 한 번 시공간을 뛰어넘어 왕이 살고 있는 너른 마당에 카메라를 갔다댔을 때, 역사의 사실성은 중요한 문제로 거론되는 자격을 이미 상실한 상태였다.

광대 장생(감우성)과 공길(이준기)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공간의 마술력을 액자형식으로 마당에 재현하는데 성공해 캐릭터의 생명력을 얻는 케이스다. 즉, 그들이 벌이는 광대놀이판은 왕을 비웃고 시대를 질책하는 갈등의 원인이 됨과 동시에 실존 인물인 연산과 장녹수 그리고 공길 사이에서 있을 법한 ‘미완’의 얘기를 완성하는데 결정적 증거자료가 된 셈이다. <왕의 남자>는 논픽션이면서 픽션이 돼버린 것이다. 이것은 관객과의 소통 문제(상업적 흥행력)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드라마나 영화로 여러 차례 극화됐던 연산군의 이야기는 하나의 상식처럼 돼 버리진 오래다. 또한 연산을 설명하는 단어는 ‘폭군’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굳어진 상식은 조선을 지배했던 비천한 왕에 대한 다른 해석의 여지를 주지 못한다. 관객은 처음부터 알고 본다. 연산은 폭군이고 장녹수는 요부임을. 그러나 이건 철저하게 왕을 중심에 세워놓고 시대를 보는 시선에 있어서만 그렇다.

‘왕의 남자’에서 주체는 왕이 아니라 ‘남자’에 방점이 찍힌다. 넓은 궁 안의 마당은 저잣거리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놀이판을 벌인 광대들에겐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은 무대다. 목숨을 걸고 왕의 관심을 끌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왕의 시선을 가로챈 광대들. 공길은 왕의 공간에서 같이 한 번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왕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을 얻게 됨으로써, 빈틈 많은 궁의 역사를 한낱 광대의 입장에서 보게 만들고 넓게는 고착화된 상식의 소유자였던 관객의 적극적 참여를 유발시킨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왕의 남자>는 <황산벌>처럼 ‘관계’에 대한 통찰이 예민하게 빛을 발하지만 한 단계 전진해 허구를 사실로 보이게끔 하는 유려한 영화적 설득력이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안겨준다. 결국 영화는 시선 싸움에 승부수를 건거나 마찬가지다. 공길을 대척점으로 장생, 연산, 녹수는 광대놀이판에 자신들의 욕망을 투영하려 한다.

놀이판의 왕, 광대 '장생‘과 천하를 가진 광대, 왕 ’연산‘ 이 둘은 신분의 차이만큼이나 서로의 위치에서 가질 수 없는 것들을 탐한다. 장생이 열망하는 그 자유는 왕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적 자유이기에 공길과의 갈등에서 굴절되고 만다. 연산의 갈망하는 자유는 뭐든지 입 밖으로 씨불이는 광대의 거칠 것 없는 방종이다. 장녹수는 자기에게 부족한 모성을 공길에게 발견하고 반대로 공길은 녹수에게 당당한 벗만이 누릴 수 있는 오만을 엿본다. 광대 놀이판은 역사와 궤를 같이하며 빈틈을 매우고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연극 ‘이’를 영화화한 <왕의 남자>는 조선시대 스캔들을 제대로 한 번 거들떠 본 현대적 사극으로 기록될 듯하다. 특히, 장생의 연산 흉내는 가히 압권이라 할만하다. 조롱박을 거시기로 대체한 응용력은 현대에 사는 우리가 봐도 해학의 궁극에 그가 도달했음을 지시해준다. 역사를 잊고 편안하게 광대놀이 구경가자...

- 전지현, 송혜교, 심은하 등등, 그들의 외모를 미의 척도로 삼은 사람 이준기로 바꿔야 할 듯. 미를 판단하려면 당근 영화는 봐야겠지? - 장생과 공길을 도우는 광대3인방 그들이 있어 영화보다 광대놀이가 더 잼나다. 공짜로 구경하삼! 일거양득 - 평소 야오이 만화를 탐독했던 은밀한 그녀들! - 공연과 현실성, 영화와 정치, 표현과 억압 등등 지금까지 배웠던 영화이론을 대입하고 보고 싶은 자! 상당히 영화는 교과서적이다. - 사극에 대한 이런저런 편견!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분 죄다 관람!! - ‘어머~ 어머 남자들끼리 모하는 짓이래?’ 하며 어디서든 내숭 떠는 인간 보지마. - 큰돈 들여 해외에서 온 공연은 고상한 척 하면서 다 챙겨보고, 우리의 작은 연극공연 하나는 꼭 공짜표 챙겨 보는 자! - 제목만 보고 요상한 것만 엄청 기대하고, 무척 상상했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