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우주를 품고 있을 듯한 그녀의 탐스러운 가슴은 순백의 원피스로 가린다 한들 어찌할 수 없음이다. 게다, 깜장 슈트로 매무새를 잡은 한 사내가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살짝이 안고 있으니! 이거 피가 끓는 청춘남녀라면 당연지사 아니 땡길 수 없는 포스터다. 당대 할리우드를 호령하는 언니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스카렛 요한슨과 차세대 핸섬가이로 뜨겁게 부상하고 있는 조나단 라이 메이어스, 이들이 비주얼의 주인공으로 나선 만큼 여러 모로 <매치 포인트>,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영화다. 허나...

작가적 자의식으로 그득한 혹은 예술영화 전문으로 인지된 우디 알렌이 <매치 포인트>의 감독이라는 사실은, 대중들에게 기대 반 우려 반의 양가적 감정의 불확실성을 던져준다. 근데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영화 <매치포인트>는 그 어떤 장르영화 이상으로 쏠쏠한 재미와 긴장감 범람하는 흥미진진함을 과시한다.

‘승패를 가르는 마지막 한 점’이라는 의미의 제목 <매치포인트>가 말해주듯, 어차피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자 결정적 한방, 그러니까 아이러니 하지만 우리네 삶의 운명은 운에 저당 꼴이라며 우드 알렌 옹은 말씀하신다. 뉴욕을 떠나 영국을 배경으로, 지독한 수다를 뒤로 하고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자유분방한 재즈를 거두고 비극적 정조의 오페라의 아리아로, 풍자어린 코미디 대신 누아르와 스릴러 얼개를 빌려........ 황홀경 그 자체인 두 배우의 얼굴과 몸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전과는 또 다른 지점을 확보한다.

출세냐 사랑이냐 혹은 이성적 욕망이냐 육체적 욕망이냐 이 기로에서 백팔번뇌 끝에 잔혹한 욕망을 단호하게 드러내며 고단한 반쪽 삶을 도려내는 남주인공의 행동절차를 보노라면 심은하의 “널 부셔버릴 거야!”로 유명한 전형적 치정극 <청춘의 덫>과 영화는 다를 바 없다. 다만, 우리의 우디 알렌은 좀 더 냉철하고, 재치 넘치게 그리고 세련된 고전적 시선을 덧입혀 이야기를 엮어낸다. 반전을 거듭하는 치밀한 드라마와 매혹적 캐릭터들이 선사하는 상당한 수위의 쾌감과 달리 냉소와 비관으로 흐르다 허탈한 쓴 웃음으로 묘하게 끝을 맺는 영화의 기저에 흐르는 정서는 기기묘묘하다.

칠순을 넘긴 노령임에도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니 확실히 난 으른이시다. 진취적인 의지보다는 현실의 안위와 몸보신을 꾀하며 웬만하면 일 안 벌리고 남은 일생 편안히 보내자는 게 그 연배의 일상적 소신일 텐데, 이 양반 남다른 구석이 분명 있다. 물론, 먹고 살만하니 그러는 거 아니냐? 반문하다면 뭐 할 말 없음이다.

여하간, 인간의 죄의식이니 윤리니 하며 어떤 깨달음의 통찰을 얻겠다는 심산으로 당 영화를 접하는 것도 나쁠 건 없다만, 그냥 부조리한 삶을 “인생 뭐 별거 있어!”하며 허허실실 우디 알렌의 영양가 만점의 ‘농’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사실, 그게 더 <매치 포인트>를 흥미롭게 관전하는 법이다.

흥행성 82 %

작품성 88 %

- 스카렛 요한슨 몸매 실컷 흩어 보고 싶은 분! - 잘 짜인 드라마가 뿜어내는 쾌감! 확실히 느껴 보고 싶은 분! - 인상 쓰지 않고 웃으면서도 인생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은 남녀노소! - 아내(남편) 몰래 뜨거운 불장난 중인 남녀! 바로 관람! - 아무 생각없이 웃을 수 있는 코믹영화나 액션 블록버스터'만' 선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