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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절묘한 장르 비빔밥, 기막히게 맛있다!
뜨거운 녀석들 | 2007년 6월 22일 금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할리우드가 아닌 영국산 버디 무비, 부모 잘못 만난 장르 영화처럼 보이는 <뜨거운 녀석들>엔 유치함과 조악함을 장점으로 흡수해버리는 B급 무비의 철면피적 정서가 철철 넘친다. 마치 <나쁜 녀석들>을 대놓고 패러디한 것만 같은 포스터의 전면 자태만으로도. 하지만 그저 그 수준에 머무르는 단순 패러디 코믹물로 기대감을 한정 짓는다면 그건 심각한 오해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에게 <새벽의 황당한 저주>란 전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뜨거운 녀석들>은 그리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물론 <뜨거운 녀석들>이 전작의 나사 풀린 분위기와 다르게 치밀하고 정교해졌다는 사실은 놀랍다. <뜨거운 녀석들>의 가장 큰 놀라움은 모든 장르영화에 대한 감상을 2시간 내에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스릴러에서부터 액션, 코믹, 고어의 장르적 쾌감을 두루 갖추고, 세부적으론 버디 무비적인 캐릭터 배치와 웨스턴 무비의 흉내까지, 물론 결정적으로 이런 장르 전환을 유용하게 꾀하는 건 B급 영화적 마인드다.

<뜨거운 녀석들>은 순간순간 의미 없는 장면과 행동에 과장된 음향과 독특하게 중첩되며 전환되는 화면 편집을 덧씌워 효과적인 긴장감으로 주입한다. 그리고 차후에 전개되는 이야기는 제대로 된 긴장감을 부여하며 단순 효과를 극적 분위기로 확장한다. 개방된 이야기의 구조는 관객에게 극의 전개를 어림짐작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건 일종의 미끼다. 이는 장르적으로 학습된, 영화에 대한 관객의 관성적 추리에 헛물을 켜는 뒤틀린 쾌감으로 다가온다. <나쁜 녀석들>과 <폭풍 속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등 할리우드 영화들의 일부 이미지를 패러디하며 유희를 발생시키지만 그보다도 깊이 박힌 장르 영화의 관습을 패러디하듯 차용하면서도 여지없이 비틀어버린다. 음모론에 깊숙이 박혀 있던 관객의 의혹이 너저분할 정도로 단순한 해명으로 풀릴 때, 또한 그런 단순한 이유로부터 범행 동기가 밝혀질 때, 관객이 얻을 수 있는 영화적 쾌감은 중의적이다. 자신의 진지함이 단순함에 의해 무장해제되는 명료함, 그리고 그 단순한 사유가 만들어 낸 잔인 무도함에서 전이되는 살벌한 공포감. 여기서 쾌감의 결정타가 터져나온다.

한편 에드가 라이트의 페르소나로 불러야 될 것 같은 사이몬 펙과 닉 프로스트의 연기 호흡은 <뜨거운 녀석들> 그 자체다. 특히나 후반부 다소 오버스러운 액션을 통해 액션 영화 주인공의 꿈을 이루는 그들의 모습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폭풍 속으로>를 패러디하는 장면은 자지러졌다!- 또한 스티브 쿠건과 빌 나이의 깜짝 출연도 즐겁고, 숨겨져 있는 피터 잭슨과 케이트 블란쳇을 찾아보는 것도 묘한 재미다. –산타와 검시관을 주목하시라.-

모든 사유를 떠나서 <뜨거운 녀석들>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함의 포맷에서 비롯되는 통쾌함. 최근 돈자루를 짊어진 할리우드가 부풀어오른 몸집과 과도한 의미 부여로 명료한 장르적인 본질을 희석시키고 있는 판에 시원한 액션과 효과적인 서스펜스를 섭렵한 <뜨거운 녀석들>은 영리하면서도 화끈하다. 게다가 그 위에 얹혀진 건 파시즘적 정치성의 기만을 조롱하는 뜨거운 피다. B급의 정서가 단순히 외향적인 전시의 사유물이 아닌 저항적 마인드로 자리잡았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다. 그리고 그것이 패러디의 본질과도 맞닿는다. 장르를 절묘하게 비벼버린 <뜨거운 녀석들>은 기막히게 맛있다. 당연히 최고다!

2007년 6월 22일 금요일 | 글: 민용준 기자




-별점이 과한 것 같다고? 영화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껄?
-웃기는 말은 죄다 하고 웃지 않는 사람, 절대 웃기다.
-절묘한 패러디, 수박 겉핥기가 아닌 뛰어난 창작.
-스릴러, 액션, 고어, 코믹. 풀 셋트 완비, 성능까지 완벽.
-일단 잔혹한 몇 장면에 심기가 거슬린다면.
-<새벽의 황당한 저주>가 저질 플레이로 느껴졌다면 절대, 영화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펑크, 퇴폐는 질색'이란 앙드레 김 선생과 연대하는 취향이라면, 이건 김봉남 스타일이거든..
35 )
comlf
작품성 9점은 정말 공감못하겠네요. 그리고 쾌감이 터져나온다니...
상당히 개인적인듯. 새벽의 황당한 저주를 정말 재미있게 봤음에도
이 영화가 왜 이리 안습인지...   
2007-06-25 01:28
jy2301
작품성이 다소 의외로 높게 나왔다 생각되긴 하지만 진짜 재밌긴 재밌어요+_+ 강추강추 ㅋㅋㅋㅋㅋ   
2007-06-24 21:04
wmnhappy7
난 왜이렇게 작품성이 높게 평가되었는지 모르겟다-
잔인하게 웃겨준대놓고 정말 잔인하게 웃겨주더라..
겁나 잔인한 장면 많이나와... 시사회 보고 나오면서 사람들이 다 이러더라.. 웃기긴 웃겼는데 어이없어서 웃었어.. 완전 공감..   
2007-06-23 22:11
thedream
새벽의 황당한 저주가 내 입맛엔 안맞았는데 이 영화는 과연..   
2007-06-23 20:13
bjmaximus
작품성 무쟈게 높네,영화를 본 나로선..ㅎㅎ   
2007-06-23 18:12
loop1434
그러나 너무 큰 기대는 역시 금물   
2007-06-23 11:46
hrqueen1
정말 점점 호감가는 영화.
그리고 헐리웃이 아니다기에 눈 한번 씻고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싶은 그런 영화입니다.   
2007-06-23 08:03
drjed
정말 골때리게 웃기더라구요. 깊게 생각할필요없이...   
2007-06-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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