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평가! 배우에게 빚진 웃음과 감동!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 2007년 8월 28일 화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제목은 이 작품의 몸통 그 자체다. 말 그대로 권순분(나문희) 여사가 납치된 사건이라는. 그렇다면 여기서 지닐 수 있는 의문은 ‘권순분 여사는 누구인가?’ 혹은 ‘권순분 여사는 왜 납치되었는가?’ 정도가 타당하겠다. 여기에 답한다면 권순분 여사는 가게가 열기 전부터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국밥집의 사장이며 그녀가 납치당한 건 도범(강성진), 근영(유해진), 종만(유건)의 3인조가 월 7억 5천 만원의 매상을 기록한다는 그녀의 몸값으로 수세에 몰린 인생을 역전시키겠다는 의도 때문이다. 이것이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의 사건일지 첫 줄에 해당될만한 사건의 연유다.

하지만 인질 잡는 것도 시원찮은 3인조는 기껏 잡은 인질에게 설득 당할 정도로 순박하고 어수룩하다. 그에 반해 인질은 똑 부러지게 두뇌 회전이 치밀하다. 그런 성향은 범인들을 인질의 지시를 받는 관계로 전복시키는 상황에 대한 정서적 동의를 부른다. 물론 본래의 목적은 변함없이 인물간의 역할 수행만이 변질된다.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의 묘미는 그렇게 변질되는 관계의 전복에 있다. 또한 그것이 스톡홀름 신드롬이나 리마 신드롬 같은 동화 현상이 아닌 주체적인 역할 수행에 변질이 발생하는 것. 그런 변질의 계기 또한 수긍이 간다. 국밥 팔아서 사랑하는 자식들 뒷바라지한 권순분 여사에게 돌아오는 건 자식들의 면박뿐이니, 모정에도 단호한 변화가 필요한 것. 그래서 권순분 여사 납치극은 권순분 여사 납치 자작극으로 변질되며 이로부터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이 추구하는 본질적 재미가 우러난다.

관계의 전복 혹은 상황의 역전은 김상진 감독의 전작들에서 종종 발견되는 웃음의 수법이었다. 난데없이 들이닥친 깡패들이 돈을 챙겨 빠져나간 주유소가 그들과 무관했던 3자들의 난장판으로 채워진 광경이나,(<주유소 습격사건>) 탈옥수들이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야 하는 목적이 전복되는 상황(<광복절 특사>)은 통해 돌출되는 웃음의 배경으로 자리매김하곤 했다.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또한 마찬가지다. 관계의 전복은 이 작품의 웃음을 발효시키고 흥미를 돋우는 지점 그 자체이며, 이는 몇몇 캐릭터의 숙성을 통해 빚어진다. 제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처럼 권순분 여사는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그 자체를 책임지는 캐릭터다. 그런 면에서 권순분 여사를 연기한 나문희의 역할 수행이 작품의 중점 사항이란 점을 염두에 둔다면 중심을 잡는 캐릭터의 무게감은 적절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

비현실적인 상황 연출과 캐릭터들의 모양새는 웃음의 발효제라는 기능적인 요소로서는 나쁘지 않다. 다만 웃음으로 그것을 무시하기엔 작위적인 형태가 종종 노골적이다. 특히나 사건의 추이를 형성하는 캐릭터의 관계는 종종 그런 설정의 형태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합의를 강요하곤 한다. 또한 관계의 전복이란 설정의 비전형성과 무관하게 영화의 흐름은 다분히 전형적이다. 한치의 오차 없는 코믹 후 감동 모드는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무난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긍정적 작용을 하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어떤 기대감을 품을 수 없다는 부정적인 작용을 끼친다. 또한 권순분 여사가 보여주는 치밀한 계획성과 뛰어난 활약상을 단지 그녀의 선천적인 능력으로 치부하기엔 근거가 마땅찮다.

캐릭터의 역전된 관계를 통한 이야기의 모티브는 참신하지만 상투적인 전개는 도식적인 웃음과 박제 같은 감동을 끌어내기에만 급급해 보인다. 장르가 지닐 수 있는 전형적인 수단을 적극 활용했지만 그를 통한 웃음도 감동도 장르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만 관계의 역전을 끌어내는 모성애란 소재가 단순히 웃음의 소도구로 몰락하지 않고 어느 정도 진정성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는 건 다행스럽다. 이는 동시에 나문희란 배우로부터 우러난 캐릭터의 진정성이 반영된 결과란 점에서 영화는 배우에게 빚지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07년 8월 28일 화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모성애란 자식을 안으로 품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내모는 것이다.
-관계의 전복, 상황의 역전, 사건의 변질. 전형적인 김상진 표 코미디!
-나문희의 연기는 이야기에 정서적인 무게감을 얹는다.
-웃음을 위한 특수효과의 활용, 상황 연출과 캐릭터 완성까지 적절히 활용된다.
-권순분만 빛나고 나머진 수다스럽다. 게다가 몇몇 관계는 불투명하다.
-선 웃음, 후 감동. 흐름 그 자체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아 당황스럽다.
-명절맞이를 위한 기획 영화가 아니었다면 안타깝다.
(총 31명 참여)
gaeddorai
손에있는 핏줄하나도 연기한다는 나문희여사   
2009-02-10 21:48
mckkw
웃음을 위한 특수효과의 활용, 상황 연출과 캐릭터 완성까지 적절히 활용된다.   
2009-01-01 17:15
callyoungsin
그냥 웃음을 받기엔 괜찮은 영화   
2008-05-09 16:42
kyikyiyi
신나게 웃기엔 좋은영화네요ㅎ   
2008-05-08 11:40
bjmaximus
박정우 작가 없는 김상진 감독 영화는 앙꼬 없는 찐빵인가..   
2008-04-28 17:21
ewann
좋아요   
2007-12-03 01:04
qsay11tem
그런데로 볼만해요   
2007-11-20 12:19
lyk1414
나문희 여사님 넘 좋아요 ㅎㅎ   
2007-10-13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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