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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평가! 반짝이는 이미지, 무채색의 감정
무시시 | 2007년 9월 7일 금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기묘한 제목에 대한 의문은 시작과 함께 들려질 친절한 나레이션으로 해소된다. 그에 의하면 ‘무시’란 어떤 형태적으로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생명체이며 악의는 없지만 종종 인간에게 해를 끼치기도 한다. 그리고 ‘무시시(むしし)’란 무시를 연구하며 이에 고통 받는 인간을 치유하는 사람을 뜻한다. 물론 원작을 알고 있는 이에겐 애초에 해당되지 않는 의문이었겠지만.

일단 <무시시>에 대한 기대감은 둘 중 하나다. 원작 만화인 우루시바라 유키의 ‘충사(蟲師)’의 애독자이거나 <아키라>와 <스팀보이>등으로 잘 알려진 재패니메이션의 거장 오토모 가츠히로의 실사 영화-그것도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이며 일본 배우 중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오다기리 죠와 아오이 유우의 패키지 출연이라는 것. 그리고 전자와 후자의 기대감에 따라 만족감의 차이는 어느 정도 구별될 것 같다.

일단 ‘충사’의 팬이라면 <무시시>가 재현한 실사의 풍경에 도취될 것이다. 아메바같은 형태의 무시(蟲)가 대기 중에서 흩날리거나 활자화된 무시가 벽면과 피부를 줄지어 기어가는 장면, 그리고 벌레처럼 거대한 무리를 이루며 대기 중을 날아다니는 모습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또한 명도의 대비를 높이고 상대적으로 채도를 낮추어 파스텔 톤의 색채감을 형성하며 만화적인 양감을 불어넣은 무시의 재현은 경탄까진 아니라도 만화적 판타지의 정서를 실사에 적용하고자 한 노력의 성취라 여겨진다.

하지만 이런 시각적인 효과는 어떤 눈요기 이상의 기대감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이상하게도 <무시시>는 어떤 정서적 감흥 자체가 완전하게 결여됐다. 이것이 창작자의 의도라면 상관없겠지만 원작의 정적인 이미지를 영화가 무정형의 감정으로 치환하려 한 것이라면 석연찮다. 영화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극의 전개에 따른 단계별 감흥이 일말도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어떤 상황이 스크린 너머로 펼쳐질 뿐이고 그것이 눈에 들어올 따름이다. 그렇기에 원작에서 변주된 스토리의 목적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가 더욱 궁금하다. 원작에선 찾아볼 수 없는 깅코(오다기리 죠)와 탄유(아오이 유우)의 로맨스 라인을 품고 있음에도, 깅코와 누이(에스미 마키코)의 재회를 삽입하였음에도 어떤 감정적인 울림이나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는 건 의도적인 절제라기보단 결과적인 결여로 해석된다. 조금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무시시>는 원작 만화의 흥미로운 지점을 전혀 살리지도 못할뿐더러, 영화적인 변주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사실 <무시시>는 어떤 숙명을 지니고 사는 이들의 이야기다. 능동적인 선택보단 수동적인 운명에 따라야 하는 인생을 짊어진 이들의 사연이다. <무시시>의 이야기가 변주된 건 아무래도 원작 만화가 지향하는 흥미로운 사건의 나열보단 인물에 접근하고자 했던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감정이 결여된 건 <무시시>의 가장 큰 악수다. 상황만으로 그 무게감을 느끼기엔 감정에 지워진 짐이 가볍다. 원작이 지니고 있던 신비롭던 세계관을 환상적인 이미지로 재현한 건 하나의 성취지만 그 이미지가 재현한 영화의 세계는 무채색의 감정으로 채워져 있다. 모든 걸 다 떠나서 원작의 매력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가. 아오이 유우와 오다기리 죠에 대한 설레임마저도 허공으로 붕 떠버린 기분이다.

2007년 9월 7일 금요일 | 글: 민용준 기자




-만화적 세계관을 환상적인 이미지로 구현해내다.
-반짝이는 오다기리 죠, 백옥 같은 아오이 유우.
-원작 만화의 흥미로운 세계관이 부여하던 특별한 재미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키라><스팀보이>는 분명 괜찮은 작품이지만 <무시시>는 아니다.
-캐릭터의 영화적 재현은 외형적으론 성공이나 내면적으론 실패다.
27 )
gaeddorai
백옥같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2009-02-10 21:54
callyoungsin
화려한 영상 재미없는 스토리ㅡㅡ   
2008-05-09 16:40
kyikyiyi
이런영화도 있었나 싶네요ㅡㅡ   
2008-05-08 11:37
ewann
좋아요   
2007-12-03 01:03
qsay11tem
영상이 환상적이에요   
2007-11-20 12:17
ranalinjin
영상만 보셔요.   
2007-10-31 18:00
lyk1414
보고는 싶으나, 의견이 반반이 영화   
2007-10-13 01:22
hy1020
한번 보고 싶네요   
2007-10-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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