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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남자로 살고 싶은 바로 그들의 이야기
3xFTM | 2009년 5월 27일 수요일 | 하성태 이메일


누구는 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들어야 했다. "난 내 자식이 더러운 사람이 되는 걸 볼 수 없다"고. 또 누구는 "일반 남성들, 일반 여성들은 사람이 자기 자신대로 살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모순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 거예요"라고 토로한다. 그리고 누구는 "남자로 보이고 싶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남자가 뭔지 모르겠지만, 전 남자예요"라고 말한다. 이들은 바로 'FTM'이다.

'FTM', Female to or toward male, 다시 말해 여성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남성으로 성을 바꾸어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 <3xFTM>은 그러니까 태어날 때 부여받은 생물학적 성과 다른 성별로 삶을 영위해 나가는 트렌스젠더, 그 중에서도 FTM인 세 주인공의 삶을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다. 영어 단어가 난무하는 이 규정들이 꽤나 헷갈린다고? 자 그럼 쉽게 얘기해보자. 한때 트렌스젠더를 사회적으로 이슈화 시켰던 하리수는 MTF(male to female)으로 여성의 몸을 지니고 태어났지만 자신을 남성으로 인식하는 <3xFTM>의 세 주인공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성적소수자다. 펠리시티 호프만의 열연이 돋보였던 <트랜스 아메리카>의 브리가 바로 이 'FTM' 유형의 트랜스젠더다. 휴먼코미디 장르를 채택, 트랜스젠더 브리가 어쩔 수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우스꽝스런 해프닝과 사회적 통념의 장벽을 버무려냈던 <트랜스 아메리카>는 정치적으로 좀 더 유연하고 휴머니즘이란 이름에 기댈 수 있는 할리우드의 특산품과 같은 드라마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3xFTM>은 온전히 세 트랜스젠더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 목소리에는 코미디와 스포츠 성장영화, 가족영화의 법칙을 고루 수용한 <천하장사 마돈나>와 비교할 수 없는 진정성이 담겨 있다. 거듭 강조하자면, <3xFTM>은 그 흔한 나레이션조차 허용치 않고 카메라를 'FTM' 고종우, 김명진, 한무지의 일상과 목소리에 고정시킨다. 그 존재 자체만으로 <3xFTM>은 한국사회가 그간 가지지 못했던 소수자에 대한 훌륭한 기록이 되어준다.

8년째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는 고종우 씨는 신문배달을 하며 성전환 수술을 위한 수술비용을 모으고 있다. 2007년 가슴 절제 수술을 한 한무지 씨는 성전환자 인권활동을 시작할 정도로 긍정적인 기운을 견지하고 있다. 호르몬 투여 외에 어떠한 수술도 받지 않은 김명진 씨는 주민등록번호를 1번으로 바꾸는 성별 변경을 감행했다. 이들이 영화 초반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 것은 '압박붕대'가 가져다주는 육체적 고통이나 호르몬 주사가 가져다주는 해방감뿐만이 아니다. "굳이 DOH 남자가 되려고 하세요?"라는 일반 여성, 남성들의 근원적인 질문에 답해야 하는 어려움이 또한 전부는 아니다. 그저 자신이 부여받은 육체와 다른 성 정체성에 대한 일치감을 맛보며 살고자 하는 극히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욕구에 대한 갈망이 먼저다. 결론적으로 <3xFTM>은 그들이 사회적 커밍아웃을 마다않으며 다큐멘터리에 출연할 수 있던, 해야 했던 진심을 이해하게끔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또한 트렌스젠더임을 숨긴 채 가족과도 떨어져 외로운 삶을 보내거나, 가족이나 여자친구, 동료들에게 쉽게 이해받을 수 없어 숨기거나 가슴 졸여야 했던 그들의 심정은 여느 극영화 못지않은 감정의 동요를 전달해 준다. 가장 강건해보였던 고종우 씨가 술기운을 빌려 끝내 눈물을 글썽일 때, 성적 소수자 토론회에 나선 한무지 씨의 동생이 애써 눈물을 감추려고 노력할 때, <3xFTM>은 그간 일반 여성, 남성들이 귀 기울이지 않았던 그들의 내면의 목소리를 경청하게 만든다. 이 때 균형감각을 유지한 김일란 감독의 절제된 카메라는 분명 "그들도 사람이었네" 식의 값싼 휴머니즘으로 귀결되는 것을 적절히 차단해 준다.

우리는 성적소수자로서의 삶의 고단함이 결코 개인적인 차원에서 끝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김일란 감독은 이들의 미시적인 삶이 어떻게 한국사회의 보수적인 공기와 공명하지 못하는 가를 좌시하지 않는다. 특히나 김명진 씨가 긴 목소리로 군 징병 신체검사 시 겪었던 모욕은 상상 이상이다. 더불어 이력서 상에서 '여자공업고등학교'에서 '여자'를 삭제했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일방적인 해고 통고를 당해야 하는 부당함은 지금, 현재의 이야기다. 김명진씨는 성전환자 신체검사 과정의 부당함을 환기코자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결국 패소했다. 더욱이 이를 시정토록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금 보수적인 정권 하에 축소당할 위기에 놓여있다. 그러니까 소수자 문제가 결코 개인의 욕망이나 선택에 문제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문제의식을 <3xFTM>은 놓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이들의 삶이 결국 일반 여성, 남성들의 삶을 돌아보게끔 하는 힘을 지녔다는 점이다. "과연 남성성, 여성성이 뭘까"라는 젠더에 대한 물음은 어쩌면 이들은 물론 인간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젠더에 대한 폭력적인 해석과 사회적인 통념이 극대화 된 것이 바로 김명진 씨에 대한 국가적인 폭력일 터다. 결국 <3xFTM>은 사람을, 인간을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간단할 수 없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잊지 말자. 그들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 수 있는 선택의 기득권은 바로 성적 '다수자'가 쥐고 있다는 것을.

2009년 5월 27일 수요일 | 글_하성태(무비스트)




-트랜스젠더를 다룬 극영화들을 뛰어넘는 진정성
-섹슈얼리티와 젠더에 대한 훌륭한 영상입문서
-값싼 휴머니즘에 기대지 않는 균형감각
-설마 성적소수자에 대한 혐오감과 편견을 아직까지도?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한 다큐멘터리가 지루할 거란 편견! 편견!
14 )
mvgirl
작품성에 점수를 많이 받았군요   
2009-05-30 08:43
ehgmlrj
글쎄요..;;   
2009-05-28 16:56
gaeddorai
휴머니즘 좋아여   
2009-05-28 00:12
ooyyrr1004
작품성에 꽤 높은편이네요   
2009-05-27 22:21
justjpk
어떻게 읽어야 하지??ㅎㅎ;;   
2009-05-27 20:04
bjmaximus
이런 다큐도 있었구나   
2009-05-2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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