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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이것이 진짜 영국의 모습
디스 이즈 잉글랜드 | 2009년 8월 10일 월요일 | 하정민 이메일


12세 소년 숀(토마스 터구즈) 하루일과는 평탄치 않다. 학교 친구들은 그의 유행지난 나팔바지를 보고 놀려대고 슈퍼 아저씨도 그를 무례한 아이로 여기며 가게에서 내쫓기 일쑤다. 엄마마저도 자신을 말썽꾸러기로만 여기자 숀은 차라리 혼자 있겠다고 마음먹고 공터에서 새총을 쏘거나 바닷가 근처에서 포클랜드에서 전사한 아버지 생각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런 그에게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지 않는 우디(조 길건)는 아버지 이후 등장한 우상이다. 동네에서 우연히 만난 우디는 한참 어린 숀을 기꺼이 모임의 멤버로 껴준다. 우디 일행을 통해 어른의 세계를 조금씩 맛보던 숀의 유년기는 우디의 친구 콤보(스테판 그레이엄)를 만나면서 또 한 번 전환점을 맞는다.

<디스 이즈 잉글랜드>는 기본적으로 열두 살 소년 숀의 성장담이다. 조숙한 아이 숀에게 아버지는 절대적인 존재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아버지에 대한 긍지와 그리움은 숀을 지탱하는 유일한 힘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진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아도 어쩔 수 없는 공허함을 안고 살던 숀은 스킨헤드 족 우디를 만나면서 활기를 되찾는다. 우디로부터 일탈과 해방의 즐거움 그리고 아버지 같은 따뜻한 정을 느낀 숀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행복을 맛본다. 우디가 아버지를 대신해 숀으로 하여금 세상의 양지를 가르쳐준 사람이라면 콤보는 그에게 어두운 세상을 알려준다. 콤보의 뚜렷한 신념과 카리스마는 숀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세상에 대한 분노를 자극하고 결국 숀은 콤보를 따라 극우주의 정치 모임에 참석한다. 하지만 콤보 역시 세상에 대항하기에는 아직 설익은 청년이었을 뿐. 콤보의 극단적인 신념은 비극을 불러오고 함께 위태롭게 흔들리던 숀의 유년 시절은 폭력에 물든다.

<디스 이즈 잉글랜드>는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자국의 영화제를 휩쓴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가 영국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살 떨리는 유년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디스 이즈 잉글랜드'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의 목적은 아이의 순수한 눈을 통해 영국의 진짜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다. 숀의 유년기에 일고 있던 불온한 기운은 1980년대 영국을 잠식했던 혼돈과 동일한 것이기도 하다. 영화는 숀의 시선을 따라 당대 정치, 사회, 문화를 되짚는다. 오프닝은 이런 영화의 목적에 충실하다. 인기 TV시리즈의 인형 캐릭터 '롤랜드 랫'과 에어로빅 열풍, 대처 수상과 포클랜드의 전시 상황, 거리를 활보하는 스킨헤드 족 등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들의 기록영상물이 줄줄이 등장한다. 이런 다큐멘터리 기법은 극으로 전환 되고나서도 여전하다. 숀의 눈높이에서 제3자의 시선을 유지하는 카메라는 1980년대 영국의 어지러운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본다.

그렇다고 <디스 이즈 잉글랜드>가 고발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한 영화라는 것은 아니다.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감각적인 영상과 당시 유행가는 영화의 몰입을 돕는다. 1980년대의 완벽한 재현은 영화의 리얼리티는 물론 감성을 최고조로 이끈다. 오프닝부터 시대의 아이콘을 대거 등장시켰던 영화는 하층민들이 거주하던 거리, 스킨헤드 패션 등 시대상을 꼼꼼하게 되살린다. 놀라운 사실은 그 시절의 문화와 사회상이 그대로 녹아있는 거리가 세트가 아니라 실제 장소라 점. 부족한 예산으로 세트를 지을 수 없었던 제작진은 영국 전역을 뒤진 끝에 1970, 80년대식 건물과 간판, 도로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마을 세인트 앤을 찾아낼 수 있었다. 1970년대를 끝으로 현대화의 수혜를 입지 못한 거리는 제작진이 원하는 마을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던 것.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는 배우들의 연기도 한 몫을 했다. 프로페셔널한 배우보다 아마추어 배우나 일반인 캐스팅을 선호한 셰인 메도우스 감독이 캐스팅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 캐릭터는 숀. 메도우스 감독은 영화의 화자가 돼줄 숀 역의 아역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길거리 광고까지 동원한 끝에 열세 살 소년 토마스 터구즈를 찾아냈다. 연기경험이 전무했던 터구즈의 날 것 연기는 여린 마음을 숨기기 위해 강단 있는 척 행동하는 숀은 물론 영화 전체에까지 펄펄 뛰는 생명력을 부여한다.

2009년 8월 10일 월요일 | 글_하정민(무비스트)




-생각의 여지를 남기는 영국 사회파 드라마
-스킨헤드족 패션 따라잡기
-1980년대 영국 팝문화를 알고 싶은 자에게는 적절한 참고서가 될 듯
-안 그래도 뒤숭숭한 시국인데 영화 보면서까지 두통을 느껴야 하나?
-드라마도 좋고 감성도 좋고 주제의식도 있는데 이상하게 구미가 당기지 않는 건 너무 유머가 없어서?
-빨간 2층 버스, 고풍스런 영국식 저택, 콜린 퍼스 같은 영국식 ‘훈남’은 기대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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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emo
잘봤습니다~   
2010-03-24 16:16
nada356
영국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영화군.   
2009-12-04 16:50
didi79
이야 정말 기대되요~~   
2009-08-24 01:05
mvgirl
작품성에 비해 안타까운 상업성   
2009-08-16 21:16
ldk209
영국이라는 국가에 잠재된 폭력성.. 그리고 그것을 제어하는 이성...   
2009-08-16 17:25
sorigasuki
저 이영화 봤어요.기사 너무 잘썼네요.. 기사에 나와있는 그대롭니다. 갠적으로 최고의 영화였어요. 기회되심 추천하고 싶네요.   
2009-08-14 11:38
na1034
기사를 보니 좀 땡기는군요.   
2009-08-12 10:37
bbobbohj
쫌끌린다   
2009-08-1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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