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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외로운 청춘들의 회색빛 내일
너와 나의 21세기 | 2009년 12월 11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넌 아직 어려서 잘 몰라~ 인생 어두워~ 외로워~ 절! 망!” 최근 KBS 2TV <개그콘서트>, ‘워워워’ 코너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사란다. ‘절망이’(정기영)가 천진난만한 두 어린이 ‘희망이’(박성광)와 ‘소망이’(김준현)에게 독설을 퍼 붓는 이 대사는 지나친 희화화로 비판 받기도 했지만, 씁쓸한 현실을 가감 없이 반영했다는 점에서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KAFA(한국영화아카데미) Films 2기 기획전 중 하나인 류형기 감독의 <너와 나의 21세기>는 바로 ‘절망이’의 눈을 통해 바라 본 힘 빠진 청춘들의 이야기다. 청춘이라는 이름이 ‘희망’보다 ‘88만원 세대'니 '이태백'이니 하는 서글픈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이 시대에 영화는 말한다. 너와 내가 어린 시절 꿈꿨던 21세기는 결코 장밋빛이 아니라고.

패션 디자이너가 꿈인 수영(한수연)은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방 흡입 수술비를 모으고 있다. 취직하고 싶은 의류 회사가 원하는 사람이 날씬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거중인 남자친구 상일이 그녀의 수술비를 가지고 잠적하고, 마트의 물건을 빼돌린 사실마저 발각되면서 수영은 위기에 몰린다. 그런 그녀 앞에 사채업을 하는 재범(이환)이 나타난다.

누가 알았겠는가. 1988년에 발표된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 노래’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청춘들에게 그토록 절절하게 울릴지. <너와 나의 21세기>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희망은커녕 생계수단마저 박탈당한, 즉 생존 그 자체와 비루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청춘의 그림자들이 가득 등장한다. 그들에게 사랑이란 사치일 뿐, 열정적이거나 가슴 뛰는 가치를 지닌 그 무엇이 못된다.

그 속에서 <너와 나의 21세기>의 청춘들은 '우리'라는 하나로 묶이지 못하고, 철저히 ‘너’와 ‘나’, ‘개인 대 개인’으로 고립되어 간다. 목표를 위해 부정한 방법도 서슴지 않는 수영, 돈 앞에서 치졸하게 여자 친구를 배신하는 상일, 항 우울제가 없으면 하루를 버티기 힘든 재범 등 자신의 앞가림조차 버거운 그들에게 상대에 대한 이해나 다독임을 기대하는 건, 애초에 무리였는지 모른다. 영화는 이러한 청춘의 모습을 현란한 카메라 기교나, 편집 없이 담담히 따라간다.

어둡다 못해 우울함을 껴안고 내달리는 <너와 나의 21세기>의 잿빛 정서는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이다. 영화는 청춘의 앞날에 대해 계몽적 태도나 판에 박힌 희망적 시선을 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기할만하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독립영화 특유의 자의식 과잉을 드러내고 만다. 문제의식은 충분히 던지지만, 공감까지 불어넣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를, 끝까지 일관되게 견지한 것은 높이 살만하다. 영화는 마지막, 성형을 받으러 병원에 간 수영이 자신과 똑같은 티셔츠를 입은 여자를 발견하고 놀라는 모습을 담는다. 그리고 급히 외투로 티셔츠를 가리는 그녀의 흔들리는 얼굴을 카메라에 포착한다. 모조품을 입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하는 수영의 내면을 불안한 눈빛으로 표출시킨 것이다. 이내 화면은 차가운 수술대 위에 몸을 눕히는 수영을 담으며 막을 내린다. 아마, 그녀는 수술을 마치고 전보다 더 날씬해진 모습으로 병원 밖을 나설 것이다. 하지만, 껍데기가 바뀌었다고 그녀의 내일이 좀 더 희망적일지는 모르겠다. 모조품이 진품이 될 수 없듯, 겉모습이 화려해졌다고 해서, 그녀 내면의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 되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2009년 12월 11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똥파리> 이환의 ‘약물 머금은’ 연기가 인상적
-나보다 못한 인생이 많다는 생각에, 위안을 얻을 지어다
-제목에서 촉촉한 러브스토리를 예상한 관객들에겐, 배신이야
-88만원 세대들에게 우울증 유발이 우려된다
-독립영화 특유의 ‘후까시’들
18 )
kisemo
잘봤어요   
2010-03-06 20:58
scallove2
잘봣습니당   
2010-02-05 21:09
minam3030
대박   
2010-01-05 11:19
dhalgus05
ㄱ대   
2009-12-23 17:13
boari
기대됩니다~   
2009-12-17 10:30
kbk59863
어두운..   
2009-12-15 08:24
mvgirl
생각보다 평이...   
2009-12-14 23:18
wnsdl3
평이 안좋네요..   
2009-12-14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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