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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막장의 마지노선을 아슬아슬하게 비켜간 영화
비밀애 | 2010년 3월 22일 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다고 상상해 보자. 회복은 희박한 상황. 그때 그 사람과 비슷한, 아니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나타났다.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에이, 거짓말. 여기에 또 하나의 상상을 더해보자. 그 사람이 알고 보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쌍둥이였다고 말이다. 말도 안 되는 막장 설정이라고? 요즘 트렌드를 몰라도 한참 몰라서 하는 말씀이다. 치정, 패륜, 기억상실, 대리모 등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 안방극장을 접수한 지금, 형수와 시동생의 사랑은 더 이상 충격적인 소재가 아니니 말이다. 게다가 남편이 식물인간이 되자 시동생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이미 오래 전 영화 <중독>이 이미 풀어 낸 이야기이니, <비밀애>는 그만의 조금 더 비밀스러운 전략이 필요했을 게다. 이를 위해 영화가 차용한 게, 앞에서 말한 쌍둥이라는 설정이다. <올드보이>에서 이복남매로 등장, 금단의 사랑을 나누었던 유지태와 윤진서가 6년 만에 재회해 다시금 금단의 사랑을 꿈꾼다.

연이(윤진서)의 남편 진우(유지태)는 결혼 2개월 만에 불의의 사고로 혼수상태가 된다. 남편이 깨어나기를 기다리며 간호를 하던 연이는 외국에 나가있는 남편의 동생 진호가 귀국하자 혼란에 빠진다. 남편이 쌍둥이라는 사실을 그때야 안 것이다. 연이는 시간이 갈수록 진우와 똑 같은 진호에게 이상한 감정을 느끼고,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진호와 결국 넘어서는 알 될 선을 넘고 만다. 그리고 그 사이, 진우가 깨어나면서 세 사람의 앞날엔 비극이 드리운다.

<비밀애>는 ‘내가 상대를 사랑하는 이유가 육신 때문인가, 영혼 때문인가’에 물음을 던지고 달리는 영화다. 정답이 없는 사랑의 본질을 파고들고 있는데다가, 그것이 금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영화 속 인물들이 겪게 되는 감정선도 변화무쌍하다. 그렇다면 관건은 영화가 그러한 주인공들의 내밀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느냐는 것인데, <비밀애>는 이에 대한 흡족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다. 남편이 쌍둥이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결혼했다는 (다소 억지스러운)설정이야 극적 효과를 위한 것이라 하자. 회생 불가능할 것 같았던 진우가 연이와 진호가 처음으로 상대를 탐하는 찰나에 맞춰 눈을 뜨는 우연성도 극의 재미를 위한 것이었다고 넘어가자. 남편과 시동생도 분간 못하는 연이의 둔한 감각도 눈감아준다고 치자. 하지만 사랑 앞에 흔들리는 남녀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건드리고자 한 영화인만큼, 그 속에서 뒤엉키는 감정선 만큼은 세밀하고 타당성 있게 그려졌어야 했다. 하지만 영화는 충분한 공감이나 이해는 장착하지 못한 채, 질주하면서 방향을 잃는다.

이 속에서 ‘금지된 사랑에 빠진 등장인물들의 심리 표현을 위해 연출됐다’는 정사씬들은 본래의 의도를 잃고 시각적인 효과로 전락한 느낌을 주고 만다. 즉, 공개 전부터 파격적인 노출로 화제를 모았던 <비밀애>는 섹스의 수위가 높고 낮음을 논하기 전에, 그러한 정사씬이 꼭 필요했는가라는 의문 앞에서 흔들려 버린다. 이야기의 밀도를 위해 정사씬이 삽입 된 게 아니라, 정사씬을 향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느낌을 주는 것도 이 때문. 심지어 영화는 맑은 하늘에 갑작스럽게 굵은 빗방울을 동원하는 식의 인공적인 연출로 정사씬의 무드를 조장하는 구시대적인 방법까지 동원하는 우를 범한다. (참고로, <비밀애>에는 총 네 번에 걸친 정사씬이 등장하는데, 파격 정사씬이 나올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수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특히 윤진서가 <색, 계>의 탕웨이와 비교되며 홍보된 것에 혹했을 관객이라면 전라신 하나 없는 그림에 실망할 공산이 크다.)

설득력 획득에 실패한 정사씬과 더불어 또 하나 사족으로 보이는 건, 신부님과 사랑에 빠진 연이 엄마(임예진)의 등장이다. 영화는 형수와 시동생의 사랑이라는 금기 외에 신부님을 사랑하는 엄마의 금지된 사랑까지 담아내는데, “신부님을 사랑한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한 사람이 신부님일 뿐이야”라고 엄마의 낯간지러운 대사는 마치 ‘나, 금기를 다룬 영화예요’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것 같아 불편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기대에는 못 미친다. 특히 남들과 차별화 되는 독특한 연기패턴으로 나름의 개성을 보여 온 윤진서의 연기는 <비밀애>안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국어책을 읽는 듯한 몇몇 대사는 극의 흐름을 깰 정도로 나쁘고, 영화 마지막 진호인지 진우인지 알 수 없게 소리 지르는 불분명한 발음은 안 그래도 진호와 진우를 혼동하는 관객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윤진서는 제작보고회 때, 감독이 중간에 교체되면서 감정선을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어려웠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는데, 그것이 영화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말았다. 연출의 교체로 힘들었을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배우로서 이를 극복하지 못한 건 분명 아쉬움을 남기는 일이다.

한편 영화는 유지태의 1인 2역 연기를 위해 특수효과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각각의 장면을 따로 찍어 하나로 합성하는 크로마키 기법은 물론, 대역의 얼굴에 유지태의 얼굴을 입히는 CG작업 등 멜로 영화 치고는 많은, 300컷 가까이의 CG가 사용됐다고 한다. 마지막 절벽 다리 위에서 이루어지는 형제의 싸움은 다소 부자연스럽지만, 전체적으로 이러한 특수효과의 쓰임은 제법 흥미롭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비밀애>는 막장이라는 타이틀에서는 비켜가면서, 막장이 지닌 장점인 “욕하면서도 보게 된다”는 재미는 일정 부분 만족시킨다. 이 역시 이 영화만의 흥미로운 부분이다.

2010년 3월 22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지루하지는 않다. 재미도 있다. 다만 욕할 뿐.(이거슨! 욕하면서도 본다는 그 막장의..?)
-(리플레이!) 막장은 아니다. 다만 ‘욕하면서도 보게 된다’는 막장의 장점은 갖췄다.
-달달한 음악, 뽀송뽀송한 화면. 20대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도 많다
-누가 진호고 누가 진우야? 진실의 종아 울려라!
-<쌍화점> <미인도> 등에 너무 단련됐나? 노출 수위는 소소(Soso)
-정사씬 등장에 맞춰 비가 온다. 정사씬 등장에 맞춰 문 밖으로 누군가가 다가온다. 인공적인 연출 좌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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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na09
궁금하당 ㅋㅋ   
2010-03-23 13:37
monica1383
예상대로 별로인가 보네요   
2010-03-23 10:24
vlrkchlrh
시사회 당첨됫는데

흠..우선 눈으로 직접 봐야겠죠?ㅋ   
2010-03-23 09:16
kwyok11
인공적인 연출   
2010-03-23 08:43
keykym
잘봤습니다~   
2010-03-23 08:39
mini01
억지설정은 이제 그만.   
2010-03-23 00:06
again0224
감사   
2010-03-23 00:00
wnsdl3
기대되네요~   
2010-03-22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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