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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을 알 수 없기에 떠나야만 하는, 여행 (오락성 6 작품성 7)
여행 | 2010년 5월 17일 월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영화, 한국을 만나다’ 프로젝트의 마지막은 배창호 감독의 <여행>이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여행이라는 소재를 택했지만, 옴니버스로 구성해 이야기의 폭을 넓혔다. 하지만 여행 자체를 테마로 하기보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여행이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더 기대된다. 계획은 세우겠지만 대부분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특히 함께 하는 사람이나 만나는 사람에 의해 그리될 가능성이 높다. 여행은 그 과정도, 그 끝도 알 수 없기에 매력적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 <여행>은 대학동기인 준형(박상규)과 경미(박주희)의 제주도 여행을 담고 있다. 둘은 사진 공모전 준비를 위해 제주도에 온다. 하지만 매사에 의견이 맞지 않아 싸우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정에 짜증만 낸다. 그러다 준형은 자신이 곧 군대에 가게 된다고 말한다. 경미는 자신도 미국에 간다고 맞받아친다. 서로의 부재에 마음이 좋지 않은 두 사람. 하지만 계속된 여행 속에서 둘은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다. 두 번째는 <방학>이다. 열다섯 살 수연(김지은)은 할머니와 단 둘이 산다. 철이 없고 공부보다는 노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렸을 때 집을 나간 엄마(양은용)를 향한 마음만은 한결 같다. 엄마가 수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인천으로 가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엄마가 서귀포에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용기를 내 엄마를 보러 간다. 세 번째는 <외출>이다.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삶에 지친 은희(김유미)는 가족들에게 문자만 남겨놓고 무작정 제주도로 온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다. 또 우연히 서울의 유명한 학원의 원장이었던 경자(윤예인)도 만난다. 은희는 경자와 시간을 보내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문뜩 서울로 돌아가기로 마음먹는다.

1980년대 한국 영화를 대표했던 배창호 감독이 ‘영화, 한국을 만나다’의 제주도편을 연출했다. 우리가 제주도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하지만 배창호 감독은 여행을 전면에 내세워 관광 도시 제주도를 홍보하지 않는다. 제주도로 온 사람들, 제주도에 있는 사람들 등 그 안에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중심을 누다. 여행, 방학, 외출이라는 소재로 제주도의 풍광은 담고는 있지만, 그 안에는 배경보다 풍부한 이야기가 있다.

<여행>에서의 대학동기 준형과 경미는 서로 좋아하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풋풋한 첫사랑의 시작을 보여준다. 사소한 의견대립으로 항상 다투지만 서로를 지켜주고, 아끼는 마음이 은근히 표현된다. <방학>의 중학생 수연은 자신을 버린 엄마를 다시 볼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어렵게 알아낸 엄마의 위치는 놀랍게도 같은 제주도인 서귀포. 하지만 첫 눈에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로 인해 상처받는다. 하지만 수연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엄마는 수연을 만나 지난날을 사과한다. <외출>은 남편과 아이의 뒷바라지에 인생의 대부분을 써버린 중년 부인의 일탈이다. 전화기도 꺼버리고 낯선 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지난 날을 생각하고, 가족의 의미도 되새긴다.

세 영화의 공통점은 마무리 없이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대학동기인 준형과 경미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여행을 계속하고,(여행의 마지막에 두 사람은 어떤 사이가 되어 있을까?) 수연은 엄마의 사과를 받고 엄마를 용서하고,(수연은 엄마와 함께 살 수 있을까?) 은희는 일탈로 시작된 여행을 끝내고 공항으로 향한다.(일탈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는 가족들과 보다 나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한 번의 영행이 사람을 바꿔놓을 수는 없겠지만, 확실한 건 어떤 여행이든 그 끝을 모르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여행>은 이러한 매력을 잘 담은 진짜 ‘여행’이다.

2010년 5월 17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제주도로 가고 싶어졌다. 다양한 방식으로 제주도를 여행해보고 싶어졌다.
-제주도 홍보 영화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 그보다는 제주도와 사람들 얘기다.
-연출을 믿고 간다지만,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는 분명 마이너스 요소다.
-3편의 옴니버스로 구성된 영화, 전체 길이가 좀 길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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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yyrr1004
연기가 어설프다니 ㅡㅡ;; 흐흐음   
2010-05-17 22:37
gaeddorai
어설픈연기라니..   
2010-05-17 20:06
bjmaximus
제주도 한번도 안가봤는데..   
2010-05-1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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